현재 임명된 32개 주요 기관장 중 확인된 '코드 인사'만도 22명
한 명 임명된 공공기관 감사도 민주당 출신
해당 분야와 무관한 '낙하산'이 수두룩
'대차대조표를 볼 줄은 아는지' 의문인 인사도

문재인 대통령.(연합뉴스 제공)

문재인 정부는 야당 시절 공기업과 준(準)정부기관 등 공공기관 사장이나 감사에 대한 '낙하산 인사'를 혹독하게 비난했다. 그러나 막상 자신들이 집권한 뒤 이뤄지고 있는 공공기관 고위 임원 인사에서는 과거 정권보다 훨씬 심하게 '코드 낙하산 인사'를 강행하고 있다. 해당 공공기관에 대한 최소한의 전문성도 의심되는 사람이 기관장으로 가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PenN은 14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ALIO)에 등록된 330개 공시대상 기관 중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은 기타공공기관 207개를 제외한 공기업 35개와 준정부기관 88개 등 123개 주요 공공기관의 기관장 및 감사 경력을 전수(全數)조사했다.  

조사 결과 123개 공공기관 중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이날까지 기관장 32명과 감사 1명이 임명절차를 마쳤다. 32개 기관장 가운데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직 의원이거나 당직자,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에서 활동한 사람, 문 대통령 지지를 선언한 사람 등 현 정권의 '코드'와 깊이 관련된 사람이 확인된 사례만도 22명으로 68%를 차지했다. 이번 조사에서 확인하진 못했지만 나머지 10명 가운데 상당수도 직간접적으로 현 정권과 '끈'이 닿았을 가능성이 있다.

또 조사대상 기관 중 현재까지 감사 선임이 완료된 한전KDN의 신임 이오석 감사는 민주당 광주광역시당 상무위원을 지내 역시 '코드 낙하산' 성격이 짙다. 공공기관장 및 감사 선임에서 내부 승진 사례는 거의 찾기 힘들다.

공공기관장 임명권이 대통령에게 있는 현실에서 공공기관 최고경영자 선임이 어느 정도 정치적 성격을 지닐 수밖에 없다는 것은 인정한다. 여권(與圈) 정치인 중에도 충분히 기관장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자질을 갖춘 인사도 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인물이 더 많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 공공기관장 및 감사에 대한 여당의 청탁이 쇄도하자 당시 전윤철 기획예산처 장관은 평소 알고 지내던 한 언론인에게 "최소한 대차대조표는 볼 줄 아는 사람을 추천해야 하지 않겠나"고 한숨을 쉬면서 털어놓은 적이 있다고 한다.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에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선(線)은 해당 기관 업무에 대한 기본적인 전문성을 갖춘 인물을 내려보내는 것이다. 자신들이 야당 시절 비난하던 '낙하산 인사'보다 훨씬 노골적으로 이뤄지는 현 정부의 '묻지마 코드 인사'는 공공기관을 정권의 전리품으로 여기는 문제점 못지 않게 공공개혁 자체를 물건너가게 만든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국민연금공단은 서민들의 노후자금을 책임지는 기관이라는 점에서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중요 공공기관이다. 국민연금공단의 신임 이사장이 된 김성주 전 의원은 전문성이 결여된 대표적인 인물로 임명 당시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운동권 출신인 김 이사장은 35살부터 정치권에서 활동했고 전라북도 도의원과 국회의원을 거쳤다. 지금까지 대부분 상당한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이 맡던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 이 분야에 관한 전문성이 거의 없는 그가 발탁된 것은 '코드 낙하산'이 얼마나 노골적으로 이뤄졌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꼽힌다.

오영식 신임 코레일(한국철도공사) 사장도 철저한 정치적 논리에 의해 임명된 케이스로 보인다. 오 사장은 친북적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전대협 2기 의장 출신으로 경력 역시 정치인에 국한돼 있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과거 불법파업으로 해고된 철도노조원들을 복직하고 코레일 자회사인 SR을 다시 코레일에 통합하겠다고 발표해 철도분야 원칙과 경쟁성을 후퇴시키고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김영준 원장 역시 운동권 출신이다. 민주당 중앙선대위 부본부장을 지냈고 18, 19대 대선 때 문재인 캠프 등에서 활동했다. 특이한 이력은 김제동, 윤도현, 김C 등이 소속된 연예기획사 대표를 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 중 학생운동권 출신. 왼쪽부터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오영식 한국철도공사 사장, 김영준 한국콘텐츠진흥원 원장.(사진 연합뉴스 및 콘텐츠진흥원 제공)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 중 학생운동권 출신. 왼쪽부터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오영식 한국철도공사 사장, 김영준 한국콘텐츠진흥원 원장.(사진 연합뉴스 및 콘텐츠진흥원 제공)

이밖에도 민주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된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한국도로공사 사장이 된 이강래 민주당 전 의원, 민족문제연구소 출신 이준식 독립기념관장, 경찰 출신으로 민주당에서 국회의원 선거에 나갔다가 낙마한 윤종기 도로교통공단 이사장, 민주언론시민연합 출신인 신태섭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 등도 전문성이 부족하거나 현 집권세력과의 끈끈한 관계가 발탁의 배경으로 분석된다.

건보공단 이사장이 된 김용익 의원은 의사 출신이라는 점에서 어느정도 전문성을 갖췄다는 일각의 견해가 있기는 하지만 의사 출신과 기금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것이 별개라는 지적이 더 많다. 또 김 의원은 대표적인 의료사회주의자로 알려져 있어 건보재정을 위험하게 만들고 있는 '문재인 케어'의 열성적 지지자라는 점에서 의료계의 반발이 심각하다. 

문재인 캠프 출신과 선거 과정에서 지지선언을 한 인물들도 대거 공공기관의 수장으로 자리를 잡았다.

한국가스안전공사의 김형근 사장은 민주당에서 소속으로 충북도의회 의장과 의원을 지냈고 19대 대선 문재인 캠프에서 충북총괄기획본부장으로 활동했다. 가스업계에서는 지나친 코드 인사라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민병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 한국산업안정보건공단 박두용 이사장, 노조출신으로 전태일 기념사업회 이사로도 일했던 한국산업인력공단의 김동만 이사장, 한국주택금융공사 이정환 이사장, 김낙순 한국마사회장, 김석환 한국인터넷진흥원장 등도 대표적인 문재인 캠프 출신이다. 

문 대통령에 대한 공식적인 지지선언을 한 '공로'를 인정받은 문화·스포츠계 인사들도 해당 분야 공공기관장으로 임명됐다. 산악인 겸 시인인 권경업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 조재기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 오석근 영화진흥위원장, 황현산 한국문화예술위원장 등이 대표적이다.

성기웅 기자 skw424@pennmike.com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임명된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 기관장(감사 1인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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