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 DJ 집권 때 36억 여원 수뢰 혐의로 구속
"저는 벌레요, 백성의 조롱거리입니다" 성경 인용해 선처 호소
文정부 출범 후 민화협 상임의장 기용,대북 정책 발언 쏟아내

김홍걸 민화협 대표상임의장
김홍걸 민화협 대표상임의장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3남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대표상임의장이 최근 대북(對北)정책과 관련된 발언을 잇달아 쏟아내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민화협 상임의장에 발탁된 그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방한한 북한 대표단과의 고위급 접촉이 이뤄진 뒤 '총리급 대북특사 파견' 주장을 폈다. 13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올림픽 북한 대표단과 접촉 당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으로부터 '돌아가신 어른(DJ)의 유업을 잘 이어받기 바란다'는 덕담을 들었다고 말했다. 14일에는 페이스북을 통해 "금년 한해 문화교류를 포함함 남북민간교류의 활성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자신이 대북특사 역할을 맡을 가능성도 시사했다. 

김홍걸 상임의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친북(親北) 색채'를 드러내면서 현 정권의 노골적인 친북 성향을 비판하는 야권 비난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페이스북에서는 "박근혜 치마폭서 진박 타령하던 추억에서 아직도 깨어나지 못한 분들"이라고 야권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한편, 청와대가 연내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한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최종결단은 우리가 내려야 한다"며 주요국의 생각과 무관하게 강행할 필요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등 미·일 수뇌급 인사를 겨냥한 비판도 눈에 띈다.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이  한국에서 펼친 '매력공세'가  펜스 부통령의 대북 최대압박 행보의 주목도보다 앞섰다는 주장이 담긴 뉴욕타임스(NYT)  번역 기사에 관해서는 "정말 세계 최강대국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며 김여정을 지지하고 펜스 부통령을 조롱하는 취지의 언급을 남겼다.

아베 총리가 지난 9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올림픽 직후 한미 연합훈련 재개'를 요청한 데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내정간섭"이라는 취지로 불쾌감을 표출했다는 기사를 공유하면서는 "자기들의 국익만 내세우는 주변국"에게 "우리 국익을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강력하게 천명"해야 한다고 적었다. 중국의 '사드 간섭' '사드 보복' 때는 내세우지 않았던 주장이다. 그는 일본 정부 측이 문 대통령이 북측으로부터 제안받은 방북에 대해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반대했다는 언론 보도에는 "야당과 일본의 찰떡공조. 이러다 야당들이 국회에서 소녀상 철거하고 위안부 합의를 철저히 이행하라는 결의안도 내는 것 아닐까"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국민통합위원장도 맡고 있는 그는 이런 일련의 행보를 통해 부친인 DJ 지지층의 지지를 얻어 정치적 위상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도 국회 입성을 시도했다가 뜻을 이루지 못한 김 의장은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남지사 또는 국회의원 재보선 출마설이 나돌고 있다.

최근 목소리를 높이면서 그가 과거 거액의 수뢰사건으로 사법처리됐을 때 "저는 벌레요, 사람이 아니라 사람이 훼방거리요, 백성의 조롱거리입니다"라며 선처를 호소했던 '흑(黑)역사'도 다시 재조명되고 있다.

사진=김홍걸 민화협 대표상임의장 페이스북
사진=김홍걸 민화협 대표상임의장 페이스북

아버지가 '살아있는 최정상의 권력'이었을 때 김홍걸 의장은 한국의 대형 권력형 비리 중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최규선 게이트'에 연루돼 스포츠토토 사업자가 된 타이거풀스로부터 36억7000만원 상당의 금품과 주식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DJ의 퇴임 직전인 지난 2002년 11월11일 서울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김용헌 부장판사)는 체육복표(스포츠토토) 사업자 선정 및 아파트 건설 승인 청탁 대가 등 명목으로 거액의 주식과 금품을 받고 2억2000만원의 증여세를 포탈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로 기소된 김 의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추징금 2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당시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신분을 이용해 주변사람들과 함께 기업들로부터 돈을 받아 국민들에게 실망과 분노를 안긴 점은 처벌받아 마땅하다"면서 다만 "홍걸씨가 실제 관계 기관에 로비를 하지 않았고 받은 주식 수나 규모도 많지 않은데다 형인 홍업씨도 함께 구속돼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이때 낸 최후변론서를 통해 "저는 벌레요, 사람이 아니라 사람의 훼방거리요, 백성의 조롱거리입니다"라는 성경 구절(시편 22장 6절)을 인용한 뒤 "진정한 고통의 잔을 마신 피고인에게 참다운 자유를 주시기 바란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그의 집행유예 선고는 같은해 5월18일 구속 기소된 지 6개월 만의 일이었다. 당시 법조계에서는 김 의장이 받은 뇌물의 규모를 감안할 때 지나치게 형량이 가볍다며 퇴임을 앞둔 현직 대통령 DJ를 의식한 '솜방망이 판결'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선고 당시 프레시안과 오마이뉴스 등 좌파언론조차도 "선고 형량이 합당한가"라며 의문을 제기할 정도였다.

김 의장은 최규선 게이트 연루에 앞서 장기간 학생신분을 유지하면서 별다른 직업이나 수입이 없었는데도 거액의 '현금 지출'을 하는 등 미국에서 호화생활을 누렸다는 야권의 공세 대상이 된 전력(前歷)도 있다. 

이희호 여사의 유일한 친아들인 그는, 1982년 고려대 불문과에 입학해 2년 뒤 미국 애틀랜타 에모리대로 유학했고 복학 후 1993년에야 고려대를 졸업했다. 1994년부터는 미국 남캘리포니아대학교 대학원 국제정치학 석사과정을 밟아 2000년 학위를 취득했다.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삼남인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왼쪽)과 그의 어머니인 이희호 여사. 김홍걸 상임의장은 이희호 여사가 김 전 대통령과 낳은 유일한 친아들이다.(사진=김홍걸 민화협 대표상임의장 페이스북)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삼남인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오른쪽)과 그의 어머니인 이희호 여사. 김홍걸 상임의장은 이희호 여사가 김 전 대통령과 낳은 유일한 친아들이다.(사진=김홍걸 민화협 대표상임의장 페이스북)

1995년 LA 토렌스 소재 대지 152평·건평 59평의 단독주택을 34만5000달러에 구입했고, 융자금 약 26만달러를 뺀 8만6000여달러를 현금 지불했다. 5년 뒤인 2000년에는 5월 LA 팔로스버디스 소재 600평 대지의 주택을 97만5000달러를 내고 샀는데, 60만달러 융자에 37만5000달러 '일시불'이었다. 

"토렌스 집이 안 팔려 친지에게 돈을 빌려 융자금과 합쳐 팔로스버디스의 집을 매입했고 그 뒤 토렌스 집이 47만1000달러에 팔려 친지에게 빌린 돈을 갚았다"고 김 의장은 해명했지만, 토렌스 주택의 융자금 25만8750여달러와 매매수수료 2만8000달러 등을 뺀 융자금은 37만5000달러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당시 'DJ 저격수'를 자임한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현 자유한국당 대표)은 같은해 2월 LA 웨스트올림픽가에 있는 한미은행 계좌 입출금 내역을 증거물로 들어 "홍걸씨는 유학생 신분으로 수입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2001년 3월~6월 3개월 반 동안 3억여원을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공세를 펴기도 했다.

이보다 한달 전인 1월에는 'DJ 장남' 김홍일씨를 간호하러 LA에 온 이희호 여사를 만나러 가면서 시가 6만5000달러 상당 신형 렉서스를 탄 김 의장이 찍힌 사진이 미주 중앙일보에 보도된 적도 있어 '호화생활' 의혹에 불을 지폈다. 

김 의장과 부인 임미경씨(199년 결혼)는 두 차례 LA 주택 구입을 위한 대출 과정이나,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개인 명의 신용카드를 신청하면서 국적과 직업을 허위기재했다며 소송전까지 벌인 이신범 전 한나라당 의원의 폭로가 나오기도 했다. 

김 의장은 이밖에 박사학위 과정 중이자 퍼모나대 태평양연구소에 재직 중이던 2001년 15차례나 입국해 매번 4~5일간 서울에 머물렀으며, 최씨가 이권 관련 기업 관계자들을 접촉하는 자리에도 자주 동석한 것으로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2005년 당시 8·15 특사로 김대중 전 대통령 아들 홍업·홍걸씨가 사면되는 데 대해 비판을 가한 '연합뉴스' 논평.(사진=연합뉴스 홈페이지 캡처)
2005년 당시 8·15 특사로 김대중 전 대통령 아들 홍업·홍걸씨가 사면되는 데 대해 비판을 가한 참여연대 논평.(사진=연합뉴스 홈페이지 캡처)

'박사과정을 성실히 이수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된 행보의 결과인지, 포털사이트 등에 공개된 최종학력은 석사학위 취득으로 확인되고 있다. 연루된 의혹을 김 의장이 공식적으로 해명하는 자리는 가진 적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노무현 대통령 재임 당시 형 홍업씨와 나란히 '광복절 특사'로 사면받은 2005년 8월로부터 10여년 지난 2016년, 20대 총선을 두 달여 앞둔 1월24일 그는 '문재인 대표' 체제인 민주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버지의 정신을 지키기 위해 입당했다"고 밝혔다. 

이보다 앞서 2012년 18대 대선에서 민주통합당(민주당 전신)에 입당해 선거대책위원회 국민통합추진위 부위원장을 맡아 '문재인 후보'를 지원한 적이 있지만, 2016년 입당이 본격적인 정계 입문으로 해석돼 왔다. 김 의장이 6월 지방선거를 계기로 선출직에 도전한다면 곳곳에서 '검증의 칼날'이 향할 전망이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