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해동 하사 '9월 6.25 전쟁영웅' 선정한 포스터 흑백사진 주인공이 '중공군'...보훈처 회수 나서
중공군을 국군 둔갑시킨 사진은 서울 현충원 공식블로그가 출처...현충원 측 "직원 실수"
보훈처 "정부부처내 자료라도 더 면밀히 검증하겠다" 약속...정치권에선 "주적이 국군이냐?" 성토

국가보훈처가 지난 8월말 배포한 '9월의 6.25 전쟁 영웅' 포스터. 배경으로 쓰인 흑백사진이 6.25 전쟁상대였던 중공군의 '상감령 전투'를 찍은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문재인 정권 국가보훈처가 최근 6·25전쟁 영웅 포스터에 국군이 아닌, 침략자 북한군을 도왔던 '중공군'의 모습을 넣은 것으로 7일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보훈처는 지난 8월말 공해동 육군 하사를 '9월의 6.25 전쟁 영웅'으로 선정해 제작한 포스터를 배포했다. 포스터에는 군인들이 고지를 향해 진격하는 흑백 사진이 담겼고, 공해동 하사에 대해 보훈처는 "육군에 입대해 수도사단의 기관총 사수로 수도고지 전투에 참전했다"며 "공 하사의 투혼에 힘입어 수도사단은 마침내 중공군의 공격을 격퇴하고 고지를 사수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에 따라 포스터 사진 속 군인들이 마치 공 하사와 그의 전우들인 것으로 해석됐지만, 문제의 사진은 중공군이 6.25 전쟁 개입을 자칭하는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저항하고 북한을 도운) 전쟁" 중 최대의 승전이라고 선전해온 '상감령 전투'때 찍힌 것으로 알려졌다.

상감령 전투는 중국이 유엔 연합군의 진군을 막았다고 주장하는 전투로, 강원도 철원 일대에서 벌어진 '저격능선' 전투와 '삼각고지' 전투를 아우른 개념이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한 군 관계자는 사진 속 군인들의 복장이 중공군 복장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보훈처도 흑백 사진 일부가 중공군이 6.25 전쟁 중 최대 승전으로 선전하는 상감령 전투 때 촬영된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히고, 해당 포스터에 대한 회수 조치에도 나섰다.

전쟁영웅 포스터에는 일반적으로 얼굴 사진을 쓰지만, 보훈처는 공 하사의 사진 자료가 마땅치 않아 '고지전 느낌이 나는' 사진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6.25 전쟁 당시 국군이 단독 수행한 고지 전투엔 외국 종군기자가 따라간 사례를 찾기 어렵다는 것도 자료 빈약의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한다.

보훈처 관계자는 "포스터 제작을 위탁 받은 민간 업체가 국립서울현충원 블로그에 해당 사진이 게시된 걸 보고 포스터 제작을 위해 가져다 썼다"며 "사진의 출처가 정부 부처에서 운용하는 공식 사이트였기 때문에 꼼꼼하게 검수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민간 업체에 포스터 제작을 위탁한 데다, 문제의 사진이 현충원 공식 블로그에 게재돼 있었으로 상세한 검증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국군 대신 중공군 사진을 올린 데 대해 현충원 측은 "직원 실수"라며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조선일보에 해명했다.

보훈처는 재발 방지를 위해 앞으로 정부 부처 내에서 통용되는 자료라고 하더라도 더 면밀하게 검증해서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정치권에서도 보훈처의 '넋 나간' 행태에 대한 날선 비판이 나왔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인천 연수구을·초선)은 7일 페이스북에서 문제의 포스터를 공유하며 "우리 국군용사 죽이려고 몰려가는 중공군들을 6.25 영웅이라고 했다. 보훈처 작품이다. 너희들 주적은 국군이냐?"라고 성토했다. 

보훈처가 이같은 비난을 자초한 것은 비단 '중공군 삽화 포스터' 사례 때문만은 아니며, 희미한 대적관과 국가관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보훈처는 올해 초부터 공산주의 진영 독립운동가 출신이자 6.25 전범 격인 김원봉의 독립유공자 서훈을 검토했다가 여론이 악화하자 청와대가 나서 서훈을 유예한 바 있다.

또한 국립묘지 안장 대상에서 20년 미만 복무 군인을 배제하고 '공권력에 의한 집단 희생자' 등을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했다가, 국군을 차별하고 소위 '운동권' 등 과거 반정부시위자들만 우대한다는 비판이 일자 취소했다. 주한미군사령관의 제66주년 '6·25 전쟁 유엔군 참전의 날' 연설문 내 북한 정권을 "독재 세력"이라고 가리킨 표현을 "공산 세력"이라고 무단 변경했다가 주한미군에 사과하기도 했으며, 북한의 목함지뢰 매설 도발로 두 다리를 잃은 하재헌 예비역 중사에 대해 여권(與圈) 보훈심사위원들 주도로 '공상(公傷)' 판정을 내렸다가 정파성 논란이 인 뒤 '전상(戰傷)'으로 결정을 번복하기도 했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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