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측에 "대북제재-한미훈련-전략자산 완전하게 먼저 제거" 억지 요구한 데 이어
"美, 당리당략에 우리와 관계 악용" 주장하며 "낡은 각본 또 만지작대면 막 내릴수도" 엄포
2주 내 스톡홀름 미북협상 재개 가능성도 "美가 사실무근한 말 내돌려" 부정

북한 정권이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현지시간 5일 오후 열렸던 미국과의 비핵화 실무 협상 결렬을 '미국 탓'으로 돌린 데 이어, "이런 역스러운 협상을 할 의욕이 없다"고 외무성 대변인 담화까지 냈다.

북한 외무성은 6일(한국시간) 저녁 관영선전매체 조선중앙통신 등을 통해 배포한 대변인 담화에서 "미국이 우리 국가의 안전을 위협하고 우리 인민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저해하는 대(對)조선 적대시 정책을 '완전하고도 되돌릴 수 없게' 철회하기 위한 실제적인 조치를 취하기 전에는"이라고 조건을 걸며 이같이 밝혔다.

당초 북한 비핵화를 둘러싼 미 트럼프 행정부와 북한 김정은 정권간 대화는 북측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 폐기'(CVID)를 요구하며 시작됐지만, 오히려 이젠 북측이 '완전하고도 되돌릴 수 없게'라는 수사(修辭)를 남발하며 선(先) 대북제재 완화-한반도 영향력 배제를 강요하는 양상이다.

북한 조총련(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 내 외무성 대변인 담화문 캡처
북한 조총련(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 내 외무성 대변인 담화문 캡처

외무성 대변인은 "미국 측은 이번 협상에서 자기들은 새로운 보따리를 가지고 온 것이 없다는 식으로 저들의 기존 입장을 고집하였다"며 "아무런 타산이나 담보도 없이 연속적이고 집중적인 협상이 필요하다는 막연한 주장만을 되풀이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문제해결의 방도를 미국측에 명백히 제시한 것만큼 앞으로 조미(북-미) 대화의 운명은 미국의 태도에 달려있으며 그 시한부는 올해말까지"라고 주장했다.

외무성 대변인은 "우리는 이번 협상을 통해 미국이 조미관계를 개선하려는 정치적 의지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 오직 저들의 당리당략을 위해 조미관계를 악용하려 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고 깎아내리기도 했다. 미 트럼프 행정부가 대통령 탄핵 조사 개시 등 국내 정국 혼란을 타개할 목적으로 대북 협상을 재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북측은 그러면서 "우리는 이미 미국이 새로운 계산법과 인연이 없는 낡은 각본을 또다시 만지작거린다면 조미사이의 거래는 그것으로 막을 내리게 될수도 있다는것을 천명한바 있다"고 했다. 자신들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수용하지 않으면 대화국면을 끝낼 수 있다고 엄포를 놓은 셈이다.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지난 10월5일(스웨덴 현지시간) 오후 6시30분쯤 스톡홀름 외곽 북한대사관 앞에서 당일 미국과 진행한 비핵화 실무협상이 결렬됐다고 발표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지난 10월5일(스웨덴 현지시간) 오후 6시30분쯤 스톡홀름 외곽 북한대사관 앞에서 당일 미국과 진행한 비핵화 실무협상이 결렬됐다고 발표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북측은 앞서 5일(현지시간) 협상 결렬 직후 실무협상 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의 성명 발표를 통해 "구태의연한 입장과 태도를 버리지 못했다", "미국이 빈손으로 협상에 나왔다"며 미국 측 책임론을 편 바 있다.

하지만 북측은 현재까지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이행한 바 없으면서 현존 미국발 대북제재, 한미간 방어목적의 연합군사훈련 지속, 미국의 한반도 전략자산 전개 등을 "장애물"이라며 문제 삼는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였다. 

김명길이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고 발전을 저해하는 모든 '장애물'들이 깨끗하고 의심할 여지없이 제거될 때에라야 가능하다"고 공언함으로써, 북측이 미측에 선 대북제재 철회와 정권의 안전보장을 요구하는 상황임이 확실시되고 있다.

지난 10월4일(스웨덴 현지시간)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스웨덴 스톡홀름 시내 외무부 청사를 방문한 뒤 떠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10월4일(스웨덴 현지시간)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스웨덴 스톡홀름 시내 외무부 청사를 방문한 뒤 떠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와 관련 미 국무부는 모건 오테이거스 대변인 명의로 낸 성명에서 "북한 대표단에서 나온 앞선 논평은 오늘 8시간 반 동안 이뤄진 논의의 내용이나 정신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며 "미국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을 가져갔으며 북한 카운터파트들과 좋은 논의를 가졌다"고 반박했다.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미국 대표단은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4개 핵심사안 각각에 대해 진전을 이루게 할 많은 새로운 계획에 대해 미리 소개했다"면서 "미국과 북한은 70년간 걸쳐온 한반도에서의 전쟁과 적대의 유산을 단 한차례의 토요일 과정을 통해 극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것들은 중대한 현안들이며 양국 모두의 강력한 의지를 필요로 한다. 미국은 그러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야 할 쪽은 북측이라는 점을 상기시킨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미 국무부는 "미국은 모든 주제에 대한 논의를 계속하기 위해 '2주 내에 스톡홀름으로 돌아와 다시 만나자'는 스웨된 주최측의 초청을 수락할 것을 (북측에) 제안했다"며 주최측인 스웨덴 외무부에 감사를 전했다. 

이를 두고 미북간 실무협상이 '2주 내 재개'를 전제로 이뤄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지만, 이후 북측은 외무성 대변인 담화로 "미국이 이번 협상에서 양측이 두 주일 후에 만날 의향이라고 사실과 전혀 무근거한 말을 내돌리고 있다"고 비난하며 '2주 내 협상 재개' 가능성을 부정했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다음은 북한 외무성이 6일 오후 발표한 대변인 담화 내용 전문(全文).

《조미대화의 운명은 미국의 태도에 달려있다》/조선외무성 대변인담화

조미사이의 합의에 따라 스웨리예의 스톡홀름에서 10월 4일 예비접촉에 이어 5일 조미실무협상이 진행되였다.

우리는 최근에 미국측이 《새로운 방법》과 《창발적인 해결책》에 기초한 대화에 준비되였다는 신호를 거듭 보내오면서 협상개최를 지꿎게 요청해왔으므로 미국측이 옳바른 사고와 행동을 할것이라는 기대와 락관을 가지고 협상에 림하였다.

그러나 정작 협상장소에 나타나 보여준 미국측대표들의 구태의연한 태도는 우리의 기대가 너무도 허황한 희망이였다는것을 느끼게 하였으며 과연 미국이 대화로 문제를 해결할 립장을 가지고있기는 한가 하는 의문을 증폭시켰다.

미국측은 이번 협상에서 자기들은 새로운 보따리를 가지고 온것이 없다는 식으로 저들의 기존립장을 고집하였으며 아무런 타산이나 담보도 없이 련속적이고 집중적인 협상이 필요하다는 막연한 주장만을 되풀이하였다.

미국은 이번 협상을 위해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으며 저들의 국내정치일정에 조미대화를 도용해보려는 정치적목적을 추구하려 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측 협상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협상과 관련한 우리의 원칙적립장을 밝히였다.

사실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우리 대표단의 기자회견이 협상의 내용과 정신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였다느니, 조선측과 훌륭한 토의를 가지였다느니 하면서 여론을 오도하고있다.

기대가 클수록 실망은 더 큰 법이다.

우리는 이번 협상을 통하여 미국이 조미관계를 개선하려는 정치적의지를 가지고있지 않으며 오직 저들의 당리당략을 위해 조미관계를 악용하려 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였다.

미국이 이번 협상에서 량측이 두주일후에 만날 의향이라고 사실과 전혀 무근거한 말을 내돌리고있는데 판문점수뇌상봉으로부터 99일이 지난 오늘까지 아무것도 고안해내지 못한 그들이 두주일이라는 시간내에 우리의 기대와 전세계적관심에 부응하는 대안을 가져올리 만무하다.

미국이 우리 국가의 안전을 위협하고 우리 인민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저해하는 대조선적대시정책을 완전하고도 되돌릴수 없게 철회하기 위한 실제적인 조치를 취하기 전에는 이번과 같은 역스러운 협상을 할 의욕이 없다.

우리는 이미 미국이 새로운 계산법과 인연이 없는 낡은 각본을 또다시 만지작거린다면 조미사이의 거래는 그것으로 막을 내리게 될수도 있다는것을 천명한바 있다.

우리가 문제해결의 방도를 미국측에 명백히 제시한것만큼 앞으로 조미대화의 운명은 미국의 태도에 달려있으며 그 시한부는 올해말까지이다.

주체108(2019)년 10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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