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안종범은 징역 6년 선고...이병태 교수 "나라가 미쳐 돌아간다"
재판부 최씨 혐의에 대부분 ‘유죄’ 인정
‘K스포츠재단’ 70억 지원한 롯데그룹은 ‘뇌물공여’...롯데 총수 첫 구속
김세윤 부장판사,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연장 결정 내린 판사

(왼쪽) 최서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법원이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서원 씨(개명 전 최순실)에 대한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0년에 벌금 180억원, 추징금 72억9427만원의 중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최씨가 받고 있는 대부분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공모관계도 폭넓게 인정했다.

뇌물공여(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기소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법정구속됐다. 재판부는 신 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뇌물공여’로 인정한 70억원에 대한 추징 명령도 내렸다.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에게도 뇌물수수 등 혐의 상당 부분을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6년에 벌금 1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 최씨 혐의에 대부분 ‘유죄’…“최씨로 인해 국정질서 혼란에 빠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이날 열린 공판에서 “최씨로 인해 국정질서가 큰 혼란에 빠졌고 헌정사상 초유의 일인 대통령 파면도 있었다”며 “헌법상 책무를 방기하고 국민이 위임한 권력과 지위를 사인에게 나눠준 대통령과 사익을 추구한 최씨에게 책임이 있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재판부는 미르‧K스포츠재단의 설립주체가 청와대라고 못박았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안 전 수석에 의해 설립됐다”며 “제반사정을 종합하면,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모금은 박 전 대통령의 직권을 남용해 기업체에 출연을 강요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봤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최씨와 안 전 수석이 대통령과 공모하여 전경련 임직원, 기업체 대표 등이 미르재단에 486억원, K스포츠재단에 288억 원을 각각 모집‧출연하도록 강요했다”고 결론지었다.

또 삼성에게서 정유라씨의 승마지원을 뇌물로 받은 부분에 대해서도 △코어스포츠 명의 계좌로 받은 36억3483만원 △비타나 등 말 3필과 보험료 등 부대비용 36억5900만원 등 총 72억9000만원을 유죄로 인정했다. 정씨에 대한 승마지원은 박 전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요구했고, 최씨는 이를 단순히 수령하는 지위를 넘어 핵심적인 경과를 조정하는 등 중요한 부분을 수행했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이 외에도 최씨가 받고 있는 기업 출연 강요나 집권남용 관련 혐의를 대부분 인정했다. ▲현대차와 케이디코퍼레이션의 납품계약 체결 ▲삼성그룹의 영재센터 16억2800만원 후원 ▲현대차와 플레이그라운드의 광고 계약 ▲롯데그룹의 K스포츠재단 70억 지원 ▲포스코그룹의 펜싱팀 창단 ▲KT와 플레이그라운드의 광고대행사 선정 ▲GKL(한국관광공사 자회사)과 더블루케이와의 에이전트 계약 체결 ▲GKL의 영재센터 2억원 후원 등에서 최씨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또는 ‘강요’의 죄가 인정됐다. 기업들이 유무형의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으로 최씨와 관련된 계약을 체결하거나 후원을 결정했다는 해석이다.

최씨는 삼성으로부터 받은 범죄수익을 은닉한 혐의에서도 유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 등 삼성 관계자와 공모해 허위 매매계약·용역계약을 체결하는 등 범죄수익의 처분을 가장한 점이 인정된다"고 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미르·K스포츠재단을 세워 대기업으로부터 총 774억원을 받은 것과 삼성으로부터 한국동계스포츠 영재센터 지원금 16억2800만원은 뇌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박영수 특검팀은 이를 제3자뇌물로 보고 기소했다. 혐의가 인정되려면 부정청탁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재판부는 부정청탁의 대상이 되는 삼성그룹의 승계 작업이 없었고, 이에 따르는 명시적·묵시적 부정청탁도 없었다고 봤다.

●‘K스포츠재단’ 70억 지원한 롯데그룹은 ‘뇌물공여’…롯데 “참담하다”

K스포츠재단의 하남 체육시설 건립 비용 명목으로 70억원을 낸 롯데그룹에 대해선 “대통령의 강요에 따른 측면도 있지만 동시에 제3자 뇌물에도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박 전 대통령과 신동빈 회장 사이에 롯데 면세점 사업과 관련한 ‘부정한 청탁’이 오갔다는 점이 인정된 데 따른 것이다.

재판부는 롯데그룹이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 취득 등을 위해 청와대, 국회, 관세청 관계자들을 접촉해 기업의 건의사항을 전달하는 등 전방위적인 노력을 했다고 봤다. 경위를 종합하면, 롯데의 케이스포츠재단에 대한 70억원의 지원은 그 지원이 면세점 특허와 관련된 대통령의 대통령의 직무집행에 대한 대가라는 데 공동인식 하에 이루어졌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이에 따라 롯데그룹은 사상 처음으로 그룹 총수가 구속되는 위기를 맞았다. 롯데그룹은 ‘예상치 못한 상황이라 참담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법원의 판단은 존중하지만, 결과에 대해서는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며 “재판 과정에서 증거를 통해 무죄를 소명했으나 인정되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호텔롯데 상장, 지주회사 완성, 투자 및 고용 확대 등 산적한 현안을 앞두고 큰 악재로 작용할까 우려된다”며 “비상경영 체제를 가동해 임직원, 고객, 주주 등 이해관계자를 안심시키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안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경제수석으로서 대통령을 올바르게 보좌할 책무가 있는데도 대통령과 자신의 권한을 남용했다"며 "고위 공무원으로서 청렴성과 도덕성이 요구되는데도 뇌물을 받아 공직자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고 국정농단의 단초를 제공해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 대해 증거능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대화가 있었다는 점을 직접 인정하는 진술증거로는 증거능력이 없지만, 대화가 있었다는 간접사실에 대한 정황증거로는 증거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부는 안 전 수석 수첩의 증거능력을 부정한 것과 다른 판단이다. 이에 따라 안 전 수석의 수첩은 최씨의 범죄 성립을 증명하는 자료로 활용됐다.

●文정권 ‘코드’에 맞춘 판결, 특검 주장 그대로 수용

한편 이날 선고 내용이 알려지자 각계에서 현 정권의 '코드'에 맞춰 지나치게 중형을 선고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1심 재판부는 특검의 주장 대부분을 그대로 수용했다. 재판을 맡은 김 부장판사는 앞서 박 전 대통령 구속연장 결정을 내렸던 판사다.

정부의 사업이었던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기업의 공헌 활동을 처벌하면, 현재 열리고 있는 평창올림픽에 참여한 대부분의 기업 총수도 감옥에 가야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병태 KAIST 교수는 신동빈 회장 선고 내용과 관련해 "나라가 미쳐 돌아간다며“ ”그럼 롯데가 골프장을 사드 배치를 위해 내준 것도 처벌해야 하지 않냐“고 강력히 비판했다. 또 ”판사 당신들이 사업해봐라. 개인 착복도 아니고 정부가 권유한 사회공헌활동을 처벌해?“라고 덧붙였다.

이슬기 기자 s.l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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