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만? 2만도 안 모인 듯’ 서초 촛불집회의 초라한 진실
이외수 작가 "대통령 2명이나 빵간에다 보냈는데 검찰 따위 못 보내겠는가”
"토착왜구들이 빼앗아간 태극기를 되찾아오자"며 대형 태극기 퍼포먼스...가수 이은미는 애국가 불러
"조국 수호 검찰 개혁" “사법개혁 적폐청산이야말로 진정한 독립” 주장

서초 대검찰청 앞 시위현장
서초 대검찰청 앞 제8차 검찰개혁 촛불문화제 현장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었다.

200만이 아니라 넉넉히 잡아도 2만도 채 모이지 않았다. 5일 ‘검찰개혁 사법 적폐 청산 범국민 시민연대’와 ‘개싸움국민운동본부’가 주최한 제8차 검찰개혁 촛불문화제(이하 촛불집회)는 그야말로 싱겁게 끝이 났다. 집최 주최 측은 예상 참가 인원을 지난주 8천명에서 10만명으로 크게 늘려 신고했지만 대검찰청 앞 10차선 도로 절반을 채우기에도 모자랐다. “토착왜구들이 빼앗아 간 태극기를 되찾아 오자”며 촛불집회에서 대형 태극기 퍼포먼스를 벌이고 애국가를 부른 것이 새롭다면 새로운 광경이었다. 이날 집회에서 가수 이은미 씨는 애국가를 불렀고, 작가 이외수 씨는 "대통령 2명이나 빵간에 보냈는데 검찰 따위를 빵에 못 보내겠는가"라고 했다.

이날 새벽부터 지하철 2호선 서초역에서 사방으로 뻗은 6, 8차선 대로는 일제히 통행금지에 들어갔다. 앞서 지난 3일 보수우파 시민들에게는 도로를 잘 열어주지 않았던 경찰이 이날 촛불집회를 위해서는 양 방향 도로를 일찌감치 깨끗하게 비워둔 것이다.

촛불집회 주최측은 이날 피켓과 방석, 촛불 등을 무료로 나눠줬다.
촛불집회 주최측은 이날 피켓과 방석, 촛불 등을 무료로 나눠줬다.

오후 2시경 서초역 근처로 군중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지하철 서초역 3번, 7번 출구 등 지하철 역 앞에서 ‘조국수호 검찰개혁’이라고 쓰인 노락색 손피켓과 촛불, 방석 등을 무료로 나눠줬다. 누가 주는 것이냐고 물으니 ‘개싸움국민운동본부(개국본)'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대검찰청 앞에서는 2시경부터 집회 리허설이 시작됐다. 집회 사회자는 “오늘 박원순 시장님이 화장실 30개를 설치해줬다”고 자랑했다. 또 “어제 광화문 광장에서 관제동원된 사람들과 우리는 다르다” “그 사람들은 폭력집회로 내란집회를 했다. 그들이야말로 내란선동 집단이다. 그러나 우리는 순수한 민주시민들”이라고 주장했다.

아스팔트에 앉은 군중들은 "조국수호 이뤄내자" "검찰개혁 이뤄내자" "정치검찰 물러나라" "언론개혁 이뤄내자" "자한당 해체하라" "기레기는 아웃" 등의 선동적인 구호를 외쳤다. 집회 안으로 뚫고 들어오려고 하는 맞불집회 참가자들에게 아유를 보내며 실랑이가 일기도 했다.

오후 3시가 되자 인파가 불어났다. 서초경찰서 기준으로 조국 수호 집회와 조국 반대 집회가 맹렬하게 맞붙기 시작했다. 행인들끼리 길거리에서 시비가 이는 광경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촛불집회에 참가한 한 남성은 태극기를 든 여성에게 "꺼져, 쓰레기 같은 것"이라며 욕설을 퍼부었다.

촛불집회가 한창인 오후 8시경 예술의 전당 도로는 거의 비어있다(CCTV).
촛불집회가 한창인 오후 8시경 예술의 전당 도로는 거의 비어있다.

오후 6시 촛불집회가 시작됐다. 집회가 정점에 오른 8시경에도 인파는 대검찰청 앞 10차선 도로 절반을 채우기에도 부족했다. 도로 절반은 맞불집회가 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술의 전당 쪽과 교대 쪽 양 방향 도로는 인원 동원에 실패했는지, 집회 내내 거의 텅 비다시피 했다.

가수 이은미 씨는 이날 촛불집회에서 첫째 곡으로 애국가를 불렀다.(시사타파tv)
가수 이은미 씨는 이날 촛불집회에서 첫째 곡으로 애국가를 불렀다.(시사타파tv)

가수 이은미 씨는 이날 집회에서 애국가를 불렀다. 이 씨는 “우리는 오늘 이 무도한 검찰을 향해 ‘개혁해야 한다’고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고 명령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며 “지난 두 달 넘게 조국 장관과 그의 가족들을 거의 모든 언론과 반대 세력들이 정말 잔인한 방법으로 난도질할 때 저도 여러분도 역설적으로 조국을 지켜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작가 이외수 씨가 5일 서초 촛불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시사타파tv)
작가 이외수 씨가 5일 서초 촛불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시사타파tv)

작가 이외수 씨는 “촛불은 거룩한 것”이라며 “대한민국 국민들은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오랜 독재와 부정부패에 썩어 문드러진 권력을 무너뜨렸다. 대통령 2명이나 빵간에다 보냈는데 검찰 따위를 빵에다 우리가 못 보내겠는가”라고 했다.

전우용 박사는 “검찰은 특권층의 비리와 범죄에 대해 언제 한 번 제대로 수사했는가? 반면 조국 장관 한 사람에 대해서는 죄를 찾기 위해 얼마나 어떻게 했나? 그 자녀들의 모든 것을 압수수색해서 탈탈 털었다”며 “이게 정의인가. 자기 맘대로 혐의 내용 만들어 언론에 슬쩍슬쩍 흘려가며 가족들을 인질 삼아 모욕하고 괴롭혔다. 이게 인도적인 일인가”라고 했다. 그는 “검찰은 광복 후 70년, 일제강점기 포함 110년 간 단 한 차례도 개혁하지 못했다. 지금 검찰엔 식민지 시대와 독재 시절의 온갖 더러운 때가 덕지덕지 묻어있다"며 "집안을 청소 할 때는 걸레부터 빨듯 사회 개혁을 위해서는 검찰부터 깨끗이 빨아야 한다”고 했다.

촛불집회 측은 “토착왜구들이 빼앗아 간 태극기를 되찾아 오자”며 25M, 세로 15M 크기의 대형 태극기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집최 주최 측은 뒷면에 태극 문양이 그려진 손 피켓을 나눠주고 파도타기를 유도했다. 집회 사회자는 “앞으로 태극기는 우리가 접수하자”며 “검찰 개혁, 사법 적폐청산을 반드시 이뤄내자” “적폐청산이야말로 진정한 독립”이라고 외쳤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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