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스포츠 통한 위장은 히틀러 등 역대 독재자들의 공통적인 특징”

미국 전문가가 12일(현지시간) 북한 예술단과 응원단의 공연 그리고 김여정의 김정은 친서 전달이 평화를 앞당길 것이란 일각의 예측에 “섣부른 기대”라고 선을 그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13일 보도했다. 올림픽 등 국제 스포츠 행사가 평화를 적극 조성했다는 주장은 객관적인 근거가 거의 없으며 오히려 행사 뒤에 군사적, 정치적 충돌이 발생한 경우가 많았다는 설명이었다.

미국 다트머스대학 디키 국제이해센터의 앤드류 버토리 박사는 이날 VOA에 “스포츠는 공격적인 국정운영의 핵심자원”이라며 “국가 지도자들이 올림픽 등 국제 스포츠 행사를 활용해 민족주의를 고무시켜 독재를 강화하거나 무력충돌의 동력으로 이용한 사례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월드컵 축구는 1969년 엘살바도르와 온두라스 간 전쟁까지 촉발했고 2009년 이집트와 알제리는 외교분쟁으로 전쟁 직전까지 가는 등 수많은 사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버토리 박사는 정치와 스포츠 간 연관관계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다. 그는 지난해 11월 영국 옥스퍼드 대학 학술지(Oxford Academic)에 ‘민족주의와 충돌: 국제 스포츠의 교훈’이란 제목의 논문을 발표해 주목을 끌었다.

버토리 박사는 또 VOA에 “올림픽도 크게 다르지 않다”며 “평창 동계올림픽은 1936년 베를린 올림픽 상황과 매우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는 호전적이고 반유대적 성향을 감추며 국제사회에 친근한 척 다가갔지만 올림픽이 끝난 후 본색을 드러내 이웃나라들을 공격하고 유대인을 학살하며 2차 세계대전까지 일으켰다는 설명이었다.

그는 “호전적인 의도를 숨기고 한국에 평화공세를 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모습이 당시 베를린 올림픽의 상황과 매우 비슷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4년 소치 올림픽이 끝날 때가지 우크라이나 크림 반도 침공 계획을 숨긴 것도 비슷한 배경”이라며 “국제 스포츠를 통해 국제위상을 강화하고 국민을 민족주의로 선동하며 본색을 위장하는 것은 역대 독재자들의 공통적인 특징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 정계와 언론계에서도 미국과 각국의 일부 언론들이 평창 올림픽과 관련해 북한정권의 행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고 VOA는 전했다.

VOA에 따르면 CNN의 유명 앵커인 제이크 테퍼는 11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당신이 김정은 정권보다 미국 지도자들을 싫어한다면 정말로 북한에 관한 이 내용들을 읽을 필요가 있다”며 국제인권단체인 앰네스티 인터내셔널과 휴먼 라이츠 워치, 북한인권위원회의 북한인권보고서 웹사이트 주소를 게재했다.

워싱턴포스트의 애나 파이필드 도쿄지국장도 같은 날 자신의 트위터에 “새 독자들이 이 신문의 북한 관련 기사들을 읽으려면 이 기사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며 탈북민 25명을 인터뷰한 기사의 링크를 게재했다. VOA는 “이는 북한정권의 실체를 먼저 꿰뚫어 본 뒤 평창올림픽 기사들을 읽어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고 VOA는 밝혔다.

VOA는 또한 수백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유명 방송인 로라 잉그레햄은 자신의 트위터에 “평창 올림픽에서 북한의 선전 쿠데타를 찬양하는 언론매체는 정말로 어딘가가 아픈 매체일 것”이라고 꼬집었다고 전했다.

앞서 CNN과 ABC, 뉴욕타임즈 등 여러 언론들은 ‘김여정이 (올림픽) 쇼를 훔쳤다’ ‘올림픽 외교 금메달감’이란 제목의 기사를 게재하거나 김여정을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와 비교하면서 행보를 자세히 보도했다. 한국의 많은 언론들은 북한정권의 핵문제와 잔혹한 인권유린 실태를 강조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올림픽을 망치고 있다며 무례하다고 비난했다.

또한 버토리 박사는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올림픽을 통한 관계 개선 접근은 ‘순진한 실책’으로 보인다”며 “북한정권의 특성상 한국과 미국의 관계를 이간질하고 제재를 회피하며 핵개발을 완성하기 위해 시간을 벌려는 의도가 농후한 데도 불구하고 올림픽을 통해 북한을 오히려 정상국가로 미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고 VOA는 전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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