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치매"라고 직접적으로 얘기하지도 않았는데...與, 대외 신인도까지 들먹이며 김 의원 복지위 위원 사퇴 요구
약사 출신 김승희 의원, 대통령 전용 기록관 의결 언급하며..."치매 초기증상으로 건망증이 나타날 수 있다"
"국민들은 가족의 치매를 걱정하고 있고, 동시에 요즘 대통령의 기억력 문제를 많이 걱정하고 있다"
與기동민 즉각 발끈 "국가원수모독 말은 하고 싶지 않지만, 대통령 인신공격하고 치매 유추 발언 하는 건 납득 안돼" 사과요구
김 의원, 사과 거부하며..."기억력 저하되는 것은 치매 아니지만, 치매 초기증상이라고 볼 수 있다. 치매환자라고 한 적 없다"
"野의원 입 막으려 하는 건 심히 못마땅하다고 생각...제가 사과할 게 아니라 기 의원이 사과해야"
與, 이날 오후 기자회견 열고 "김 의원 발언은 명백하게 국가 원수에 대한 모독이고 명예훼손" 주장

문재인 대통령. (사진=채널A 방송화면 캡처)
문재인 대통령. (사진=채널A 방송화면 캡처)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이 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기억력을 걱정하며 "건망증은 치매 초기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에 '국가원수 모독' 운운하며 과도하게 발끈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각에선 민주당 의원들이 대통령을 신격화시키려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국가원수모독죄'는 31년 전인 지난 1988년 폐지된 추억 속의 법인데, 평소 '민주화'를 줄기차게 외쳐온 민주당 의원들 입에서 국가원수모독이라는 단어가 나오는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이 4일 오후 계속된 국정감사에서 자신의 대통령 건강 발언과 관련한 감사 파행에 대한 각당 간사들의 의사진행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회 보건복지위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이 4일 오후 계속된 국정감사에서 자신의 대통령 건강 발언과 관련한 감사 파행에 대한 각당 간사들의 의사진행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승희 의원은 이날 보건복지부·질병관리본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박능후 복지부 장관에게 "나랏돈을 들여 문 대통령 전용 기록관을 짓는다는 언론 보도가 9월 10일 나왔고, 이틀 뒤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 본인은 몰랐다'며 불같이 화를 냈다고 발표했다. 알고보니 8월 29일 대통령 본인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문 대통령 전용 기록관 건립 계획을 직접 방망이를 두들겨서 심의 의결했다"며 "주치의뿐만 아니라 보건복지부 장관도 대통령 기억을 잘 챙겨야 된다"고 했다.

또 "치매와 건망증이 의학적으로 다르다고 하지만, 치매 초기증상으로 건망증이 나타날 수 있다"며 "국민들은 가족의 치매를 걱정하고 있고, 동시에 요즘 대통령의 기억력 문제를 많이 걱정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대 약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노트르담대에서 생화학 박사학위를 받은 약사 출신인 김 의원은 박근혜 정부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 처장을 지냈을 만큼 이 분야 전문가다. 그동안 김 의원은 치매 환자와 가족들의 편의성을 증대하기 위한 '노인장기요양보험법 및 치매관리법' 등의 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이를 종합해봤을 때 김 의원이 대통령을 인신공격하기 위해 해당 발언을 한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치매 예방에 각별히 유의할 것을 당부하기 위해 한 발언이라는 해석도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김 의원 질의가 끝나자 즉각 발끈하고 나섰다. 보건복지위 여당 간사인 기동민 의원은 "국가원수모독이라는 말은 하고 싶지 않지만, 대통령을 인신공격하고 치매를 유추할 수 있는 발언을 하는 건 상식을 가진 사람으로서 납득할 수 없다. 사과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은 기 죽지 않고 "저는 사과를 할 수가 없다. (문 대통령 전용 기록관을 의결한) 국무회의를 대통령이 주재할 때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있었다"며 "그런데 (기록관 관련해) 대통령이 말을 바꿨다. 그 부분에 대해 장관이 건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맞받아쳤다. 이어 "기억력이 저하되는 것은 치매가 아니지만, 치매 초기증상이라고 볼 수 있다. 치매환자라고 한 적은 없다. (기 의원은) 도둑이 제 발 저린 것 같다. 야당 의원의 입을 막으려 하는 건 심히 못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제가 사과할 게 아니라 기 의원이 사과해야 한다"고 단호히 말했다.

한편 기 의원 등 민주당 복지위원들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의원은 '치매환자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고 발뺌하고 있으나, 명백하게 국가 원수에 대한 모독이고 명예훼손"이라며 "대통령에 대한 잘못된 정보는 우리나라 대외 신인도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여당 의원들의 거듭된 발언 정정과 사과 요구에도 김 의원은 전혀 발언을 수정할 의사가 없다고 했다. 김 의원의 즉각적인 사과와 복지위 위원 사퇴를 요구한다"고 했다. 국회 윤리특위에 김 의원을 제소하겠다고도 했다.

심민현 기자 smh418@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