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총동원령 집회"라는 與, 연일 "내란선동" 운운...총리는 "폭력집회" 프레임 동조
'조국 절친' 與의원은 광화문집회 주최측 '내란선동죄' 고발장까지 내
'박원순 서울시', 토요일(5일) 친문집회에만 이동식 화장실 설치 지원 검토
'조국 지지' 집회엔 "누구도 예상치 못한 숫자의 사람 모였다"던 靑, 10.3 집회 이틀째 침묵

'문재인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에 정부, 지방자치단체까지 서울 도심 '문재인 정권 규탄 10.3 국민총궐기'로 표출된 반(反)정부 민심을 폄하·왜곡하는데 총동원되는 양상이다. 현 여권이 국정 주도세력으로서의 일관성은 물론 최소한의 책임감이나 균형감각조차 갖추지 않고 '지지하지 않는' 국민을 적(敵)으로 간주한다는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10월3일 문재인 정권 규탄 국민총궐기에 참여하고자 서울 도심에 집결한 인파(위쪽, 주최측 최대 300만명 추산)는 외견상으로도 지난 2016년 12월2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촛불집회 당시 인파(아래쪽, 주최측 170만명 추산)를 능가한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민총궐기가 진행된 당일(3일) 집권 민주당은 "내란선동"이라는 낙인을 찍었다. '내란선동'은 종북적 당 강령 등으로 해산된 구(舊) 통합진보당 소속이었던 이석기 전 국회의원이 일명 'RO 사건'을 주도한 혐의로 징역 9년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고 올 6년째 복역하고 있을 만큼의 중죄(重罪)다. 서울 도심 집회 주최측 중 한곳에 불과했던 자유한국당의 지도부 연설 내용을 문제 삼았는데, 사실상 참여 시민들을 내란선동 공범(共犯)으로 몰아세웠다는 지적이다.

앞서 3일 광화문 집회에서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정부·여당을 겨눠 "그들이 꿈꾸는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는 것"이자 "헌법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이를 두고 같은날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현안브리핑에서 "나 원내대표의 주관이 심히 삐뚤어져 가끔 상황을 제대로 읽지 못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고 '인격비하' 발언을 한 뒤, "'체제 전복'과 '헌법 파괴'까지 들먹인 것은 묵과할 수 없는 내란선동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사진=연합뉴스)

이 브리핑을 통해 집회 인원 추산을 둘러싼 민주당 식 '이중잣대'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해식 대변인은 "나 원내대표는 서초동 촛불집회를 폄하하고 오늘 광화문에 모인 군중 규모를 과대평가하는 우스광스러운 광경을 연출했다"면서도 "군중의 많고 적음은 본질이 아니다"고 했다.

민주당은 10.3 국민총궐기 불과 닷새 전인 지난달 28일 대검찰청과 앞에서 열린 친문(親문재인) '조국 지지' 촛불집회에 대해서는 즉각 "100~200만명이 모였다"(이인영 원내대표)고 띄우는 한편 검찰을 개혁하라는 "국민의 명령"이라고 지원사격한 바 있다. 하지만 3일 광화문광장과 양방향 차선, 서울시청을 거쳐 숭례문 인근에 이르는 세종대로를 모두 메운 인파를 목도하자 마자 '집회 인파 세(勢) 대결'을 부정하는 모습이다.

아예 집회 취지까지 폄훼하기도 했다. 이 대변인은 "한국당이 전국적 총동원령을 내려 만든 집회, 우리공화당의 태극기 집회, 수구적 종교정치 세력의 창당준비집회가 뒤섞여 정체성과 주의 주장에 혼돈만이 가득했다"고 주장했다.

'조국 사태' 장기화로 반감이 커질대로 커진 일반시민이 대거 참여한 집회를 '일개 정당의 동원집회'로 규정하면서도, 동시에 일부 주최단체간 잡음이 발생한 것을 '혼돈'이라고 일컫는 것은 모순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월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월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튿날(4일)에도 민주당은 지도부 차원에서 국민총궐기를 "불순한 동원 집회" "폭력집회"라고 깎아내리는 데 여념이 없는 모습을 보였다. 이해찬 당대표는 태풍 '미탁' 피해를 강조하며 "한국당은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동원 집회에만 골몰하며 공당이기를 스스로 포기했다"며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개천절 공식 일정 불참'을 문제 삼았다.

박광온 최고위원은 "어제 현장에서는 경찰 폭행, 문화재 무단 침입, 방화 시도, 여기자 성추행과 같은 불법, 범죄, 폭력이 발생했다"면서 "폭력집회에 대해서는 한국당이 분명히 책임을 지라"고 주장했다. 오후 늦게 청와대 돌입을 시도하다가 경찰과 충돌한 일부 시위자를 거론하면서 "내란을 선동하는 것이냐"고도 했다.

아울러 "서초동 촛불집회는 공수처 설치와 검찰개혁을 향한 국민들의 절박함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한국당 폭력집회는 어떻게 하든지 문재인 정권을 흔들어보겠다는 불순한 의도가 개입된 집회"라고 강변했다. 하지만 한국당 주최 집회는 3일 오후 4시 청와대 방면 행진이 시작되기 전 마무리됐고, 청와대 돌입을 시도한 시위자들은 재야단체인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투쟁본부) 측과 연관된 인사들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더해 '조 장관 절친'으로 알려져 있는 김한정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검에 투쟁본부 측 총괄대표인 정광훈 목사와 단체 관계자들을 싸잡은 '내란선동죄' 고발장을 접수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10월3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단기 4352년 개천절 경축식에 참석해 경축사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정부 측에서도 여당 측 주장을 되풀이하며 10.3 국민총궐기에 '폭력·불법집회 프레임'을 씌우려는 행태를 보였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태풍 미탁 피해 및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상황 점검 회의'를 주재하던 중 "오늘 회의 의제와는 다르지만 (3일 집회에서) 수십명이 폭력을 휘두르고 성추행과 문화재 훼손도 있었다"고 말을 꺼내며 "엄정하게 조사하고 법에 따라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나, 폭력을 포함한 불법은 용납돼서는 안 된다"고 구태여 강조했다. 이낙연 총리는 집회 당일에도 개천절 경축사를 통해 "모든 영역에서 대립의 뿌리를 뽑고 화합하자"고 발언한 바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10월1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측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검찰개혁 완수를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10월1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측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검찰개혁 완수를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민주당 소속의 지자체장마저 노골적인 '친문집회 지원-반문집회 외면' 성향을 보이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1일 시 산하의 교통방송(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지난달 28일 서초동 '조국 지지' 집회에 참석했다고 밝히면서 "화장실 사용, 안전 문제 등을 위해 업무 지시를 해놨다"고 말했다.

그는 유일하게 한국당 소속 구청장이 당선된 서초구를 겨눠 "당이 달라서" 화장실 설치 협조가 잘 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는데, 서초구 측은 "서울시가 화장실 설치를 요청한 적이 없었고, 10차선인 반포대로는 구청이 아닌, 서울시 관할"이라고 반박했다. 실제로 집회 지원 문제를 놓고 서울시와 서초구 간 이렇다 할 대립도 없었다는 후문이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는 오는 5일 서초동에서 거듭 열릴 '조국 지지' 집회에 총 20개의 이동식 화장실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3일 국민총궐기 때에는 이동식 화장실을 1곳도 설치하지 않았고 개방화장실을 늘리지도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시 측은 "광화문광장과 시청 일대에는 개방화장실이 많아 안내를 했다"고 일부 언론에 해명했다.

하지만 '박원순 서울시'는 2016년말~2017년초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 등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릴 때는 이동식 화장실을 5대 이상 설치하는 등 적극적인 행정지원을 한 바 있다. 또 집회 장소 인근 개방화장실을 기존 40여 곳에서 5배 가까이로 늘렸다. 반면 촛불집회와 번갈아가며 열린 탄핵 반대 태극기집회로 서울광장 등에 인파가 쏠릴 때는 개방화장실 사용을 보다 어렵게 했다.

'박원순 서울시'는 올해 6월 우리공화당의 광화문광장 천막 농성이 진행 중일 때는 비교적 화장실이 가까이 위치한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9번 출입구를 폐쇄한 바도 있다. 시는 수년간 광화문광장 한축을 점거한 '세월호 불법 천막'은 용인하고 우리공화당 측 천막은 즉각 철거에 나서는 등 정파적 관점으로 집회를 차별하고 있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청와대는 10월3일 수백만명으로 추산되는 인파가 서울 광화문광장 등 도심에 모여 조국 법무장관 사퇴를 요구한 데 대해 이튿날(4일)까지도 구체적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틀째 10.3 국민총궐기에 대해 청와대는 구체적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여권의 대응을 방관하는 양상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청와대가 입장을 밝힐 만한 사안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광화문 집회의 대규모 인원에 청와대 일각에서는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과 함께 당황스러운 모습도 포착됐다는 후문이다.

청와대는 지난달 28일 서초동 '조국 지지' 집회가 열렸을 당시 공식 입장을 내지는 않았지만, 이틀 뒤(30일) 한 핵심관계자는 기자들을 만나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숫자의 사람들이 모였다"며 "수많은 사람이 다 함께 촛불을 들고 한목소리로 외쳤다는 것에 대해 당연히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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