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6월 15일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이 환한 미소와 함께 두 손을 맞잡았다. 벌써 18년이 지난 일이다. TV로 생중계 되는 그 장면을 보며 온 국민은 통일이 다가왔다는 벅찬 희망을 느끼며 환호했다. 당시 11살이던 나 또한 그 장면을 보며 박수를 쳤다. 이제 전쟁은 없다는 어른들의 말씀이 쏟아졌고 민족의 평화라는 단어에 취해 많은 사람들이 TV 앞에서 눈물을 훔쳤다. 머리 위로 빨간 꽃을 흔들던 북한 주민들의 모습은 지금도 생생할 정도다. 이제와 생각해 보니 명령받은 노예들의 목숨을 건 환호였다.

5억 달러 대북 송금,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이 모두가 김정일과 김대중이 두 손을 잡은 순간으로부터 시작된 대북정책이다. 소위 햇볕정책이라 불리는 것들이다. 그 결과는 국민 모두가 알고 있듯 참혹했다. 북한은 햇볕이 만든 시원한 그늘 속에서 핵개발에 박차를 가했고 무력 도발 또한 멈추지 않았다. 게다가 어찌된 일일까 천문학적인 돈이 북한에 흘러들어갔음에도 북한 주민들의 생활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눈물로 한민족을 외치며 햇볕정책에 기뻐하던 사람들의 바람과는 달리 북한 주민들의 생활은 오히려 점점 나빠지기만 했다. 이유는 간단명료했다. 모든 돈은 북한 주민을 살육하는 김씨 왕조 주머니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남한이 퍼부은 햇볕이 북한 주민들에게는 마른 땅에 내리쬐는 뙤약볕이 되고 만 것이다.

시간이 지나 정신을 차리고 보니 대한민국이 노래했던 평화의 실체는 다름 아닌 ‘김일성 왕가’의 무사안일을 기원하는 평화였다. 민족이라는 포장에 속아 북한 주민을 탄압하고 살육하는 북한 정권을 도와주는 꼴이었던 것이다. 개성공단의 임금은 지금까지 모조리 북한 노동당의 주머니에 떨어졌다. 북한 주민을 노예처럼 부려먹고 착취하는 악의 집단을 자유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이 두 팔 걷고 도와왔던 것이다. 명색이 자유와 인권이 명시된 나라의 국민으로서 낯 뜨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민족이라는 낭만에 취해 몽롱한 평화를 노래한 결과가 만든 부끄러운 과거다. 더군다나 나치 정권의 홀로코스트 보다 더한 만행을 저지른 김정일의 손을 잡고 그의 정당성을 대한민국 대통령이 전 세계에 공표했었다니. 언젠가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의한 흡수통일이 이루어진다면 북한 주민들에게 반드시 사과해야 할 일이다.

2018년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동해선과 더불어 하늘 길도 열렸다는 소식이 얼마 전 있었다.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함께였다. 더군다나 북한 정권의 나팔수인 삼지연악단이 오는 11일 서울 한 복판에서 공연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 저 멀리 학대와 굶주림에 시달리는 북한 주민들이 이 소식을 듣는다면 어떨까. 통일이 머지않았다며 기쁨에 눈물을 흘릴까? 오히려 악랄한 정권이 승승장구 하고 있다는 소식에 절망하는 모습이 당연하지 않을까.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 정부는 또 다시 민족과 평화를 팔아 같은 민족을 살육하는 악의 무리를 환한 미소로 맞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쯤 되면 현 정부에게 한민족이란 북한 김정은과 평양의 고위층만을 말하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러고 보니 현 정부 들어 북한주민의 인권을 담당하는 국가인권위원회 북한인권팀의 인원을 1명으로 줄이고 예산을 축소했다는 소식이 있었지 아마.

저기 4km 남짓한 비무장지대 너머에는 퍼레이드 연습에 어린아이를 혹사시켜 죽게 만드는 세상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하물며 그곳은 유치원에서부터 아이들을 세뇌시켜 부모를 감시하게 만드는 세상이기도 하다. 들리는 말로는 만삭인 임산부 배 위에서 널뛰기를 하는 일도 벌어진다고 한다. 그리고 과거 대한민국 좌파정부는 이런 ‘산지옥’을 실현시킨 끔찍한 살육 정권을 무차별적으로 지원해왔다. 살육테러집단인 북한 정권과 귀족들을 한민족이라는 이름하에 숨겨 도와온 것이다. 그리고 2018년 현재 문재인 정부는 과거 좌파정부가 걸었던 죄 많은 길을 다시 걷고자 하고 있다. 올림픽을 구실로 악랄한 김정은 체제에 옹호에 은근슬쩍 나팔수로서 나서고 있는 것이다. 무고한 북한주민들을 다시 자유와 인권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반인권적, 반자유적, 반평화적 행보다.

이에 대해 문재인 정부는 아니라고 변명할 자격이 없다. 문재인 정부는 지금까지 북한 정권이 주민들에게 자행한 끔찍한 인권탄압행위에 대해서 단 한마디라도 목소리를 높여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민족을 떠들면서 민족을 살육하고 고문하는 일에 침묵하는 꼴이라니. 언젠가 통일이 되는 날 북한 주민들은 김씨 왕조 다음으로 대한민국 좌파 정부를 가장 원망할 것이 분명하다.

이제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확실히 구분해야한다. 김정은과 더불어 북한 정권의 소수 귀족들은 결코 한민족이 아니다. 그들은 민족을 갈라놓고 끔찍한 인권탄압을 저지르는 악의 무리다. 북한 정권과 북한 주민은 철저히 가해자와 피해자 관계인 것이다. 북한에 존재하는 한민족은 북한 정권의 만행아래 죽어가는 무고한 북한 주민들뿐이다. 그렇다면 한 가지 분명해지는 사실이 있다. 이런 악랄한 북한 정권을 하루빨리 무너뜨려 북한 주민들에게 자유와 인권을 돌려주는 일이야 말로 민족의 평화를 위한 유일한 길이라는 것이다. 악랄한 김씨 왕조 전체주의체제가 무너지지 않는 한, 한민족에게 결코 평화란 없다.

그런데 어째서 오늘날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하며 악랄한 북한 정권의 입맛에 맞춰 바뀌어 가고 있는 것인지. 나치의 홀로코스트에는 그토록 치를 떨면서 어째서 눈앞에 현존하는 북한 정권의 악랄함에 대해서는 무덤덤한 것인지. 슬픈 현실이다.

이재훈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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