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장관과 "It's my style!" 언쟁 '트위터 사과'한 지 닷새 뒤 벌어진 일
野, '김현종 리스크' 명명..."공직사회 붕괴에다 자주파 대변하며 외교안보 흔들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2차장으로부터 '강경화 외교부'와의 불화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김현종 2차장은 노무현 정권에서 통상교섭본부장(장관급)을 지낸 뒤 문재인 정권에서도 중용된 '외교안보라인 실세'로 꼽힌다.

최근에는 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당시 주유엔대표부 소속 서기관급(4급) 외교관이 의전 실수를 이유로 김 차장에게 무릎을 꿇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충남 공주시부여군청양군·4선)은 3일(미 현지시간) 주유엔 대한민국대표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 차장이 의전 실수를 문제 삼아 외교관의 무릎을 꿇게 한 사실이 있느냐. 사죄한 외교관이 누구냐"면서 해당 외교관에게 거수를 요청했다.

정진석 의원의 요구에 국감장에 배석했던 주유엔 대표부 소속 A 서기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김 차장이 숙소로 불렀냐'는 정 의원의 질의에 A 서기관은 "숙소로 갔다. 방으로 갔다"고 답변했다.

정 의원은 "의전 실수를 한 것을 김 차장이 심하게 질책했죠"라고 묻자 A 서기관은 "심하게 질책(하거나) 그런 건 아니었고 지적이 있었다"고 일단 선을 그었다. 정 의원은 "김 차장이 고성을 지르면서 질책한 게 맞느냐"고 되물었다. 그러자 A 서기관은 "제가 그 상황에서 부당하다고 느꼈거나 불편하다고 느꼈다면 고발했을 텐데 그런 건 없었다"고 설명했다. 

정 의원은 "(김 차장이) 한-폴란드 정상회담 배석을 못했다는 거냐, (김 차장이) '왜 내가 배석을 못 했냐'라고 따졌겠죠"라고 질의했다. 이는 질책을 받게 된 의전 실수가 지난달 23일 한-폴란드 정상회담 과정에서 빚어진 것인지를 추궁한 것이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2차장.(사진=연합뉴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2차장.(사진=연합뉴스)

정 의원은 "공직사회에서 부하에 질책할 수는 있는데, (무릎을) 꿇렸는지 꿇었는지 모르지만 그런 모양이 나온 것은 굉장히 이례적"이라면서 "본 의원이 김 차장과 강경화 외교장관이 영어로 언쟁한 것을 (외통위에서) 얘기한 다음에 김 차장이 페이스북에 '부덕의 소치'라고 사과까지 했는데, 사과 닷새 후에 또 그런 일이 벌어졌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A 서기관은) 청와대 직원이 아니고 (김 차장의) 직속 부하도 아닌데 방으로 불러서 (무릎을) 꿇렸는지 꿇었는지 볼썽사나운 장면이 연출 되느냐"고 비판했다. 그가 조태열 주유엔 대사에게 '보고를 받았느냐'고 묻자, 조태열 대사는 "그런 구체적인 것은 보고받지 못했다"고 부인했다. 

4일(한국시간) 조선일보가 '여권과 정부 소식통'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한·폴란드 정상회담에 배석하려던 김 차장은 실무진의 의전 실수 때문에 출입 비표가 잘못돼 대표단 이동 행렬에서 떨어졌다.

이로 인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 신지연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만 회담에 배석한 가운데, 김 차장은 급히 의전 담당자의 비표로 바꿔 따라갔지만 결국 늦었다고 한다.

이후 김 차장은 의전 담당자인 A 서기관을 자신의 숙소로 불러 경위를 확인하고 강하게 질책했다. 그러자 A 서기관은 '모든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며 무릎을 꿇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 서기관은 유엔총회 의전을 홀로 도맡다시피 했던 인물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이같은 정황에 대해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조 대사에게 "처음으로 아신 거냐"고 물었고, 조 대사는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은 모르고 '비표 때문에 (김 차장과 A서기관 사이에) 문제가 있었다'는 얘기는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추미애 의원은 "(A 서기관이 답변에서) 개인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는 취지로 말한 것 같다"며 "언론에도 곡해하거나 왜곡되지 않게 주의하는 게 좋지 않으냐"고 논란 확산을 경계했다.

김 차장은 앞서 지난달에는 올해 4월 문재인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 당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언쟁을 벌인 사실이 드러나 구설에 오른 바 있다.

지난달 16일 국회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정 의원은 강경화 장관에게 '지난 4월 김 차장과 다툰 적이 있다는 데 사실이냐'고 물었고, 강 장관은 "부인하지 않겠다"고 했다.

갈등 당시 김 차장은 외교부에서 작성한 문건에 오타와 비문이 섞여있는 등 완성도가 떨어진다며 담당자를 언성을 높여 질책했는데, 이에 강 장관이 '우리 직원에게 소리치지 말라'는 취지로 응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김 차장은 대뜸 영어로 "It's my style(이게 내 방식이다)"이라고 강 장관을 맞받았다는 것. 김 차장은 직제상으로는 차관급이면서 상급자인 강 장관을 맞받은 격이며, 말다툼은 한동안 이어졌다고 한다.

폭로 이틀 뒤인 지난달 18일, 김 차장은 트위터를 통해 "외교안보라인 간 이견에 대한 우려들이 있는데, 제 덕이 부족했던 것 같다"면서 "앞으로 제 자신을 더욱 낮추고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다툼 상대인 강 장관에 대한 직접 언급은 없었다. 뒤이어 불과 닷새 뒤 외교부 공무원을 무릎꿇린 사건이 발생한 셈이다.

한편 야당에서는 김 차장을 겨눠 "대한민국 공직사회가 이른바 '김현종 리스크'에 의해 흔들리고 무너지고 있다"고 비판에 나섰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현직 서기관을 무릎 꿇리는 청와대 트러블메이커, 이대로 그냥 두는 것이 제대로 된 정부인가"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김현종 리스크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외교부에 대한 고압적 갑질로 '강경화 장관 불화설'을 만들기도 했다. 단순히 언행의 문제만 삼는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또 "오히려 더 심각한 것은 그의 잘못된 외교노선"이라며 "소위 (대미) 자주파의 입장을 대변하면서 무책임한 반일정책을 견인하는 한편 지소미아 파기 등으로 안보포기까지 조장했다. 북한이 마음 놓고 미사일 도발을 하고, 심지어 이번에는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것도 결국 '김현종 리스크'로 우리 외교안보가 흔들리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에게 "김 차장을 즉각 경질하시라. 전문성과 애국심으로 일하는 우리 공무원들의 자존심과 명예를 실추시키지 마시라. 더 이상 우리 국익과 안보가 무모한 강경파에 휘둘리지 않도록 해주시라"고 촉구했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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