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 부인해왔지만 추가 DNA 일치 결과 나오자 돌연 자백
프로파일러의 압박·회유 작전도 견디지 못한 듯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이춘재(오른쪽)가 1994년 충북 청주에서 처제를 성폭행한 뒤 살인한 혐의로 검거돼 옷을 뒤집어쓴 채 경찰조사를 받고 있는 모습./연합뉴스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이춘재(오른쪽)가 1994년 충북 청주에서 처제를 성폭행한 뒤 살인한 혐의로 검거돼 옷을 뒤집어쓴 채 경찰조사를 받고 있는 모습./연합뉴스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 이춘재(56세)가 5건의 추가 범행을 저질렀다고 돌연 자백했다. 그 외에도 30여 건의 강간과 강간미수 범행도 털어놨다.

2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수사본부에 따르면, 이춘재는 최근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이 동참한 접견조사에서 14건의 살인과 30여 건의 강간, 강간미수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범행을 저지른 지 수십년이 흘렀고, 자백 내용도 오래된 기억에 의존하는 수준에 불과해, 경찰은 사건의 범행 일시와 장소, 동기 등을 계속 비교/확인한다는 방침이다.

화성 연쇄살인사건은 1986년 9월 태완읍에서 70대 여성 이모씨가 귀가 중 살해되면서 시작돼 1991년까지 총 10건의 범행이 이어졌다. 그러나 8차 사건은 기존 연쇄살인과 뚜렷한 관련성이 없는 모방범죄로 간주돼 윤모(당시22세)씨가 범인으로 체포됐다. 결국 이춘재가 자백한 살인 범행은 총 14건에 달한다. 화성 연쇄살인 9건 말고도, 화성에서 저지른 3건의 살인과 충북 청주에서 2건의 살인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경찰은 이춘재가 이처럼 자백하기 시작한 계기를 계속 발표되는 추가 DNA 일치 결과와, 프로파일러가 동참한 접견조사를 견디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이춘재는 올 7월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5·7·9차 현장에서 검출된 DNA가 이춘재와 일치한다는 결과가 나왔을 때는 자신의 범행을 부정했다.

그러나 최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에서 4차 사건 현장에 남은 DNA가 이춘재의 것과 일치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또한 9차례에 이르는 접견조사에 프로파일러가 참석해 이춘재를 회유하며 신뢰를 형성하는 한편 자백을 끌어내기 위해 압박을 가했다.

경찰은 이춘재의 진술을 사건 진상을 밝히는 주요 단서로 사용하되, 진술의 진위를 가리기 위한 구체적인 검증과정을 거칠 계획이다. 다만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공소시효가 2006년 4월 3일 만료돼 해당 혐의로 이춘재를 처벌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일단 경찰은 국민적 관심이 큰 사건임을 유념해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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