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핵실험장 인근 탈북민 몸에서 일반인 수백배 방사능 검출…쉬쉬한 통일부
北핵실험장 인근 탈북민 몸에서 일반인 수백배 방사능 검출…쉬쉬한 통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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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국 의원실, 통일부 자료 분석…작년 9월 검사한 10명중 5명 '염색체 이상' 기준 방사능
최고치 나온 48세 여성은 '발암확률 급증' 기준 방사능…길주읍서 1~3차 핵실험 겪어
풍계리 인근 주민들 기형아 출산 등 '귀신병' 증언 계속…지하수 방사능오염 가능성 높아
조명균 장관 당시도 "피폭 가능성 충분" 인지했던 통일부, 탈북민 검사후 1년 넘게 미발표
이영환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대표 "통일부, 검사결과 연구활용도 막아" 국감 공론화 촉구
사진=이미지 검색사이트 123rf

북한이 총 6차례 핵실험을 한 길주군 풍계리와 인근지역 출신 탈북민에게서 체르노빌 원전 사고지역,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지역과 비슷한 수준의 방사능이 검출된 것으로 2일 전해졌다. 문재인 정권의 통일부는 탈북민들의 방사능 피폭 상태를 검사해놓고도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쉬쉬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정병국 바른미래당 의원(경기 여주시양평군·5선) 측이 통일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토대로 이날 조선일보는 이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통일부가 지난해 9월 탈북민 10명을 대상으로 방사능 피폭 검사를 진행한 결과, 5명의 피폭 흔적이 '염색체 이상'의 판단 기준인 250mSv (밀리시버트)를 초과했다. 

5명의 몸에서는 각각 7~59개의 유전자 변이가 확인됐으며 각각 279~1386mSv의 방사선 피폭 흔적이 나왔다. 이 중에서 48세 탈북 여성은 '발암 확률 급증'에 해당하는 1386mSv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여성은 길주읍(풍계리에서 23㎞) 거주 당시 1~3차 핵실험(2006~2013년)을 겪었다. 앞서 30명을 대상으로 한 2017년 검사에선 4명의 피폭량이 250mSv를 초과했다. 일상생활에서 피폭되는 연간 자연 방사선량이 2.4mSv, 원전업계 종사자의 연간 허용치가 50mSv 정도인 것에 비하면 이상 징후가 뚜렷하다.

지난 8월말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한국 북한인권정보센터 인권감시본부가 "지난해 길주군 출신 주민들의 증언을 확보한 결과 근육감소와 만성두통, 소아 림프암, 기형아 출산, 사망까지 다양했다"고 밝혔다고 전한 바 있다. 이 단체는 "북한 주민들이 정보 부족으로 방사능 유해에 대한 인식이 아주 낮다"며 "이는 인권 차원에서 자신의 건강을 보호할 알 권리를 침해당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탈북민 방사능 피폭 실태에 관해 전문가들은 6차례의 핵실험으로 풍계리 주변의 토양과 지하수가 방사능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본다. 이 지역 출신 탈북자들 사이에선 수년 전부터 핵실험장 주변 마을에 기형아가 태어나거나 원인 모를 '귀신병'이 돈다는 증언이 다수 나오고 있기도 하다.

그래픽=연합뉴스

최북단인 고성에서 300㎞, 서울에서 450㎞ 떨어진 풍계리의 방사능 오염 가능성은 이처럼 우리 국민의 생명·안전과 직결된 문제인데도 통일부는 탈북민 검사 후 1년이 넘도록 결과를 발표하지 않았고 국회 제출 자료에도 상세 내역은 비공개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검사 대상이 된 탈북민 상당수가 두통, 시력 저하, 후각·미각 둔화, 심장 통증, 백혈구 감소증, 뼈·관절 고통 등 원인을 알 수 없는 질환에 시달리고 있는데도, 정부는 이들에게 후속 안내를 소홀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조명균 당시 통일부 장관이 국회에서 길주군 주민들의 방사능 피폭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있다"고 밝힌 바 있지만, 이렇다 할 후속조치가 없었던 셈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조선일보에 "2017년 연구의 결론이 방사능 피폭과 (핵실험은) 인과 관계가 없다는 것"이라며 "(작년) 추가 검사에서 나온 내용이 지난해와 같은 것이라 따로 발표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신문은 "일본과 과거사·경제 갈등 중인 우리 정부가 2011년 원전 사고가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지역의 방사능 오염 문제를 거듭 제기하는 모습과는 딴판"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에 따르면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후쿠시마 지역의 경우 평균 방사능 수치가 1mSv 정도고, 방사능 사고가 터졌을 때 현장 작업자도 (피폭선량이) 100mSv 이하였다"며 "풍계리 출신 탈북민들의 검사 결과는 일반인의 수백 배에 달하는 엄청난 수준이고, 방사능에 노출되지 않았으면 나올 수 없는 수치"라고 분석했다.

사진=이영환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대표 페이스북 캡처

북한인권활동 단체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이영환 대표는 1일과 2일 페이스북을 통해 "통일부는 검사결과를 공개하지 않았을뿐 아니라 연구용으로도 활용하지 못하도록 했다"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통일부 국정감사로 이어져 공론화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또한 "그동안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원하는 '평화 선전 이벤트'에 급급해 정부에서 쉬쉬하고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것들이 무엇인지 함께 문제를 짚어야 한다"며 "훗날 북한 정권이 무너진 뒤엔 그동안 쌓인 막대한 문제들이 부정할 수 없는 거대한 현실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땐 늦는다"며 공론화를 거듭 촉구했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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