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블랙리스트 없다’는 1‧2차 조사결과에도 3차 조사 시작
조사위원 6명 중 3명이 우리법‧국제법연구회 회원
‘PC 강제개봉’, 원세훈 전 원장 재판 관련 ‘대법관 조사’까지 갈까

소위 ‘판사 블랙리스트’를 둘러싼 사법부 내홍이 장기화할 조짐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결국 3차 특별조사단을 꾸리면서다.

대법원은 12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이하 특조단)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4월 진상조사위원회, 올 1월 추가조사위원회에 이은 3번째 추가조사다. 이미 두 번의 자체 조사를 통해 법원행정처에서 만들었다는 소위 ‘판사 블랙리스트’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재차 추가 조사에 나섰다.

●특조단 6명 중 절반이 ‘우리법’ 등 좌파 법관

3차 특조단은 김 대법원장의 ‘코드’에 딱 맞는 인사들로 구성됐다. 단장은 지난 1일 임명된 신임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사법연수원 15기)이 맡는다. 안 처장은 '블랙리스트는 없다'는 2차 조사 결과를 내놓은 김소영 법원행정처장(53‧19기‧대법관)이 사실상 경질된 이후인 지난 1일 임명됐다.

조사위원은 노태악 서울북부지방법원장, 이성복 전국법관대표회의 의장, 김흥준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 정재헌 법원행정처 전산정보관리국장, 구태회 사법연수원 교수 등 법관 5명이 맡는다. 이 중 김흥준 윤리감사관과 정재헌 국장은 좌파 성향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이성복 의장은 우리법연구회 후신(後身) 격인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원이다.

단장을 포함한 전체 조사위원 6명 중 3명이 특정 성향 판사 모임 출신인 것이다. 김 대법원장은 두 연구회 회장을 지냈다. 특조단의 ‘공정성’을 두고 비판 의견이 나오는 배경이다.

조사의 편향성은 지난 추가조사위원회부터 지적돼 왔다. 앞서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을 조사했던 추가조사위원회는 위원장과 위원 7명 중 5명이 우리법‧국제인권법 소속 판사들이었다. 그런데 3차 특조단도 위원 절반을 두 연구회 출신을 채웠다.

3차 특조단이 조사 대상 등에 대한 명확한 방침도 없이 출범했다. 김 대법원장은 “조사 대상과 범위, 방법에 대해서는 모든 관한을 조사단에 위임한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혐의를 특정하지 않고 사회적 이슈를 만들어가는 식으로 조사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판사PC 추가 강제개봉‧원세훈 전 국정원장 재판 조사시 논란 커질 듯

앞으로의 조사 활동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3차 특조단이 조사를 핑계로 판사들의 PC를 또 강제 개봉하려고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2차 추가조사위원회는 앞서 법원행정처 판사들의 PC를 사용자의 동의 없이 강제 개봉해 위법 논란을 산 바 있다. 2차 조사위는 결국 판사들의 PC를 열었지만, 김 전 행정처장의 반대로 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의 PC와 비밀번호가 걸려있는 760여개의 암호파일은 열어보지 못했다.

3차 조사단은 이 파일들을 마저 열어볼 것으로 전망된다. 3차 조사위원에는 관련 실무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전산정보관리국장이 포함됐다.

특조단은 또 김 대법원장이 조사 필요성을 언급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67·구속 기소) 항소심 및 상고심 재판 관련 의혹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원 전 원장의 사건이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경위를 조사하기 위해 당시 심리를 맡았던 대법관들을 조사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대법관들은 지난 1월23일 “청와대 압력으로 대법원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고 파기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는 공식 성명을 발표해 김 대법원장과의 시각 차이를 드러냈다.

●법원 내부‧정치권 각계서 반발 “공정성‧신뢰성‧중립성 인정할 수 없다”

법원내부와 정치권에선 즉각 반발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한 현직 부장판사는 “이번에도 조사위원을 특정 성향의 판사들로 채웠다”며 “구성 자체로 객관성과 공정성을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주광덕 자유한국당 사법개혁추진단장도 특조단의 공정성과 신뢰성, 중립성을 전혀 인정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추진단은 “도대체 누가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이런 권한을 주었냐”며 “대법원장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 전임 양승태 대법원장 체제의 모든 것을 뒤져 보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슬기 기자 s.l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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