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에 이어 30일도 '손학규 최고위'와 동시 회의 열어…비상행동엔 의원 15명 참여
최근 '당 실패' 언급한 유승민 "국민 위한 개혁적 중도-보수 정치 모습 보였더라면..."
고립된 손학규 "실패는 논할 자격 있는사람이 논해야...해당행위 엄정히 바로잡을 것"

바른미래당 내에서 현존 '손학규 지도부'를 거부하는 옛 바른정당계·안철수계 의원들의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이하 비상행동)이 30일 출범했다. 통합 창당의 주역 중 한명인 유승민 전 공동대표가 이날 비상행동 대표를 맡기로 결정됐다. 비상행동에는 바른정당계 의원 8명과 안철수계 의원 7명이 참여하면서, 현재 총 28석의 바른미래당은 사실상 두쪽이 났다.

손학규 대표가 이날 국회에서 최고위원회를 주재하는 동안 오신환 원내대표는 바로 옆 회의실에서 '비상의원회의'를 열었다. 지난 27일에도 최고위 진행 시각에 의원총회를 소집한 데 이어 두번째로 손 대표 체제를 전면 부정하고 나선 것이다.

9월30일 오전 국회에서는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왼쪽) 주도의 최고위원회의와 같은 당 유승민 전 공동대표-오신환 원내대표(오른쪽) 주도의 '비상의원회의'가 동시에 열렸다.(사진=연합뉴스)

오신환 원내대표는 비상의원회의에서 "유승민 전 대표가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의 대표를 맡아 이끌어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오 원내대표는 손 대표를 겨냥 "남 탓만 하며 책임을 안 지는 여당을 비판하고 미래를 책임진다고 약속해 봐야 설득력이 없다"며 "당의 통합과 개혁을 방해하는 지도부를 제외한 다른 구성원들만이라도 당을 살리고 정치 혁신을 하기 위한 비상행동에 들어가는 것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유 의원은 이날 회의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표직은) 개인적으로 원치 않았던 일이지만, 당이 처한 절박한 위기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해나갈 것인지 중지를 모으고 선택하고 행동하는 모임"이라며 "당초의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제 모든 것을 바쳐 대표직을 수행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바른미래당은 중도·보수 정당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국민 앞에 드리고 출발한 정당이었다"며 "국민을 위한 개혁적 중도·보수 정치의 제대로 된 모습을 보였다면 이런 어려움을 겪지 않았을 것인데 창당 정신을 회복하고 초심으로 돌아가는데에 비상행동의 갈 길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비상행동 모임 대표를 맡은 유 의원은 회의 후 기자간담회를 열어 "(대표직은) 개인적으로 원치 않았던 일이지만, 당이 처한 절박한 위기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해나갈 것인지 중지를 모으고 선택하고 행동하는 모임"며 "당초의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제 모든 것을 바쳐 대표직을 수행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는 "바른미래당은 중도·보수 정당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국민 앞에 드리고 출발한 정당이었다"며 "국민을 위한 개혁적 중도·보수 정치의 제대로 된 모습을 보였다면 이런 어려움을 겪지 않았을 것인데 창당 정신을 회복하고 초심으로 돌아가는데에 비상행동의 갈 길이 있다"고 구상을 밝혔다.

이와 관련 손 대표는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지금 국론 분열을 우려하고 있는데, 당의 분열을 이렇게 획책하고 조장하는 것은 정치인, 정치지도자로서 할 일은 아니다"고 했다. 

비상행동에 동참한 의원들의 윤리위 회부 가능성에 대해선 "아직 구체적으로 검토하지는 않았다"면서도 "앞으로 해당행위에 대해선 당의 기강을 엄정하게 바로잡겠다"고 에둘러 경고했다.

유 의원은 앞서 지난 28일 '젊은 의사포럼' 특강에서 그동안 당내 상황에 대해 "호남 영남 보수 진보의 갈등을 당 안에서 1년 넘게 겪어오면서 정작 보여드린 게 없다"면서 "바른미래당에서 이런 실패를 했기 때문에 이제부터 어떻게 할 것이냐는 것에 대해 고민이 깊다"고 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손 대표는 유 의원을 향해 "실패를 이야기할 때는 실패를 논할 자격이 있는 사람이 논해야 한다"며 "당을 어렵게 만들고는 비상행동이다 뭐다하는 것은 정치적 양심이 없는 행동"이라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한편 유 의원 등 바른정당계 출신 인사들이 현존 지도부를 거부하는 별도의 회의체를 꾸린 경험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6년 12월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을 계기로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 내 비박(非박근혜)계로 분류되던 김무성·유승민 의원 주축으로 '비상시국위원회'가 구성된 바 있고, 30명이 넘는 의원들이 동참해 '이정현 지도부'를 압박했었다. 이정현 당시 대표가 사퇴한 뒤에도 비상시국위 인사들은 탈당을 결행, 이듬해 바른정당을 창당했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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