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韓日 갈등 최정점이던 지난 7월 삼성전자에 '반도체 동맹' 제안
삼성전자, 반도체 소재와 장비 공동 개발 및 육성하자는 중국 정부 제의 거절
단기적으론 국산화에 도움되겠지만, 장기적으론 한국 산업에 위협이라는 판단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넘어 시스템 반도체 등에서도 1위 목표로 ‘반도체 비전 2030’ 진행중
美中갈등까지 첨예화되는 상황...한국 일류기업들이 중국에 편승할 유인 적어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대표 "삼성전자의 판단이 옳다. 정말 다행이다" 안도

삼성전자가 반도체 소재와 장비를 공동 개발하자는 중국 정부의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 한일(韓日) 양국의 갈등이 정점으로 치닫던 때의 일로 ‘반도체 굴기’를 꾀하는 중국 정부의 국가적 야심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평가다.

30일 한국경제신문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일본 정부가 대한(對韓) 수출 규제 조치를 발표하자마자 삼성전자에 반도체 소재와 장비를 공동 육성하자고 제안했다. 일본 정부는 반도체 제작 공정에 필수 부품인 고순도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가 한국으로 수출되는 데 한층 까다로운 절차를 거치도록 조치했다. 이중 포토레지스트 관련 규제는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를 넘어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도 일류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역점을 두고 육성해오려던 차에 급소를 때리는 격이었다. 이처럼 한일 양국의 정치적 갈등이 경제산업 분야로 불똥이 튀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대응책 마련에 분주히 움직였다.

IT업계에서 정상을 차지하는 한일 양국 간 균열 조짐을 중국 정부는 놓치지 않았다. 중국은 ‘반도체 굴기’를 실현하기 위해 삼성전자에 반도체 소재 및 장비 국산화를 적극 돕겠다고 제의했다. 중국은 불화수소 생산에 필요한 원료인 무수불산을 생산하고 있어 일본산 고순도 불화수소의 대체품으로 자국산 무수불산 공급을 제안한 것이다. 소재 뿐 아니라 반도체 장비 부문에서도 중국은 자국이 삼성전자보다 우위에 있는 반도체 노광 장비, 식각 장비 등을 삼성전자에 강조했다. 지난 2분기 기준으로 중국의 반도체 장비 생산액은 33억6000만달러로 한국의 25억8000만달러를 앞선 상황이다. SK하이닉스를 위시로 한 한국 업체들도 중국산 장비 구입을 늘리고 있는 추세에서 삼성전자가 중국 정부의 동맹 제안을 거절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 정부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1위 자리를 오랫동안 굳건히 지키고 있는 삼성전자를 통해 한국 반도체산업을 추월하려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중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들이 독점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국유 반도체 회사들을 앞세워 국가적 차원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이런 흐름을 읽고 있는 삼성전자가 중국 정부 제안을 거절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중국 정부의 도움으로 반도체 소재·장비 국산화가 수월하겠지만, 한국 산업 전체가 장기적으론 중국으로부터 위협을 받게 된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세계 1위를 달성한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반도체 기업 AMD와 일본의 소프트뱅크 등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으며, 미국 전장 전문기업 하만(Harman) 80억 달러 인수, 미국 텍사스 오스틴 시스템 반도체 공장 건설 등을 병행해왔다.

이 같이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뿐 아니라 4차 산업의 핵심 기술인 AI 등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우위를 차지해 일류기업으로 거듭난다는 심산이다. 전문가들은 “추격해오는 중국에 삼성전자가 밀착해야할 유인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더구나 미중(美中)갈등이 첨예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일류 기업들이 중국에 편승하긴 어렵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대표 겸 주필은 30일 오전 10시에 진행한 펜앤드마이크TV의 텐텐뉴스에서 "삼성전자의 결정이 전적으로 옳다"며 "정말 다행이다"라고 평가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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