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여당, 親文세력 '조국 지키기' 집회를 "국민 목소리"라고 포장하며 '윤석열 검찰' 노골적 때리기
민주당 "국민의 목소리" 주장과 똑같은 레토릭…일부 與중진 "윤석열 낙마"까지 운운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인권 이중잣대'로 검찰의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를 공개 비판한 데 이어 30일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국민들 목소리가 매우 높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이 과정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대통령 지시'도 등장했다.

이는 지난 2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친문(親문재인) 세력이 '검찰개혁' 구호를 앞세워 벌인 '조국 지키기' 집회를 "국민의 목소리"라고 포장한 논리로, 조국 장관 일가 수사를 지휘하는 윤석열 총장 측을 재차 압박하기 위한 취지로 보인다. 특히 "국민의 목소리"는 같은날 집권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친문집회를 추어올리며 내놓은 레토릭과 동일해 '윤석열 검찰 때리기'에 당정청이 입을 모은 격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오른쪽).(사진=연합뉴스)

청와대는 이날 문 대통령이 오전 10시부터 35분 동안 조 장관으로부터 '인권을 존중하고 민생에 집중하는 검찰권 행사 및 조직 운용 방안'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또한 조 장관이 현재 공석인 대검찰청 감찰부장과 사무국장 인사를 건의했고 문 대통령이 이를 수용했다고 전했다. 법무부 업무 보고에는 법무부 차관, 검찰국장, 검찰개혁단장이 배석했다.

이날 청와대가 밝힌 업무보고 관련 '대통령 말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국민들 목소리가 매우 높다"며 "우리 정부 들어 검찰의 수사권 독립은 대폭 강화된 반면 검찰권 행사의 방식이나 수사 관행, 또 조직문화 등에 있어서는 개선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은 "권력기관일수록 더 강한 민주적 통제를 받아야 한다. 검찰은 행정부를 구성하는 정부 기관"이라며 "따라서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에 대해 검찰은 물론 법무부와 대통령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부족했던 점을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오늘 법무부 장관이 보고한 검찰의 형사부, 공판부 강화와 피의사실 공보준칙의 개정 등은 모두 검찰 개혁을 위해 필요한 방안들"이라면서도 "다만 당장 그 내용을 확정하고 추진할 경우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를 위축시킨다는 오해가 있을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그러면서 "따라서 법무·검찰 개혁위원회와 검찰개혁단 등을 통해 검찰 구성원들과 시민사회의 의견을 더 수렴하고, 내용을 보완해 장관과 관련된 수사가 종료되는 대로 내용을 확정하고 시행할 수 있도록 그렇게 준비해 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9월30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법무부 업무보고를 받는 모습.(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또 "검찰 개혁에 관해 법무부와 검찰은 함께 개혁의 주체이고 또 함께 노력해야 한다"며 "법 제도적 개혁에 관하여는 법무부가 중심적인 역할을 해야 하고 검찰권의 행사 방식, 수사 관행, 조직문화 등에서는 검찰이 앞장서서 개혁의 주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따라서 검찰총장에게도 지시한다"며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검찰 내부의 젊은 검사들, 여성 검사들, 형사부와 공판부 검사들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권력기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제시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날 문 대통령이 "법무부와 검찰은 함께 개혁의 주체"라거나, '조국 법무부'발(發) 피의사실 공표 금지 강화 등 시도에 대해 "진행 중힌 검찰 수사를 위축시킨다는 오해가 있을 수 있다"고 언급한 것은 '대통령의 수사개입·방해'라는 비판을 인식한 행보로 풀이되나, 결국 조 장관 일가의 범죄 혐의가 광범위하게 포착돼 수사가 벌어지는 중 대통령이 검찰을 '불신 대상'으로 규정하는 논리를 거듭 설파한 셈이어서 비판여론이 고조될 전망이다.

9월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해찬 당대표(왼쪽)가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같은날 민주당 지도부는 오전 국회에서 연 최고위원회의와 국정감사 종합상황실 현판식 등 행사에서 "국민의 목소리는 과잉수사를 일삼는 검찰과 이를 정쟁의 소재로만 삼고 있는 일부 야당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이해찬 대표) "이번 국감을 통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검찰개혁'을 반드시 이뤄낼 것임을 약속한다"(이해찬 대표), "(민생국감, 경제활력 국감, 개혁국감) 이 중 제일 좋은 것은 검찰개혁 국감"(이인영 원내대표) 등 윤석열 검찰을 겨눈 발언을 쏟아냈다.

민주당 중진 중에서는 '윤석열 낙마'까지 거론하는 인사들도 있었다. 5선의 이종걸 의원(경기 안양시만안구)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문 대통령은 여러 차례 '조 장관을 통해 검찰 개혁을 하겠다'는 뜻을 강하게 표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이번 촛불 시민들은 문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조 장관을 통해 검찰개혁을 하는 게 좋겠다는 입장을 강하게 밝혔다"면서 "촛불 민심은 조 장관의 개인적인 흠 보다는, 검찰 개혁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논의로 이동한 것 같다"고 논점을 바꾸려고 시도했다.

조국 비호 집회 참석자인 4선의 안민석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10월은 촛불 들기 딱 좋은 계절이다. 정경심 교수(조 장관 부인) 기소가 현실화되면 지난 주보다 2배가 넘는 촛불이 모일 것"이라고 말했다. 28일 친문 집회에 최대 200만명이 모였다는 민주당 주장대로라면 정경심 교수 기소 이후 400만명이 집결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편 셈이다. 안민석 의원은 "아이러니하게도 '검찰 피의자 조국'이 검찰 개혁의 아이콘이 돼서, '조국 낙마'가 아닌 '윤석열 낙마'가 더 우려되는 상황으로 반전(反轉)되고 있다"고도 했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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