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탄핵이 의회에 통과될 가능성은 현재로서 거의 없다고 봐야...문제는 북핵 문제가 표류할 위험성"

김영호 객원 칼럼니스트
김영호 객원 칼럼니스트

미국 정치는 트럼프 탄핵의 소용돌이 속으로 깊이 빠져들고 있다. 미국 행정부와 의회가 탄핵과 같은 국내정치에 몰두할 경우 북핵 문제와 대외정책을 소홀히 할 수가 있다. 1974년 8월 닉슨대통령은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탄핵이 확실시 되자 스스로 사임했다. 미국 정치가 탄핵으로 어지러운 사이 1975년 북베트남은 탱크를 밀고내려와 남베트남을 공산화시키고 말았다.

1973년 베트남 파리평화 협정 주역 키신저와 러둑토에게는 노벨평화상이 주어졌다. 키신저는 이 상을 받았지만 러둑토는 베트남에 아직 ‘진정한 평화’가 찾아오지 않았다고 말하면서 그 상 받기를 거부했다. 러둑토가 말한 ‘진정한 평화’는 공산화를 의미했다. 탄핵 정국으로 인하여 미국 행정부와 의회가 마비된 사이 베트남이 공산화되고 말았던 것이다.

닉슨 경우와 달리 트럼프 경우에는 탄행당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려되는 것은 탄핵 정국은 회오리 바람처럼 모든 이슈들을 빨아들인다. 이 과정에서 북핵문제는 후순위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지난 9월 27일 탄핵에 착수한 야당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하원은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소환장을 발부하고 양국 정상 통화에서 문제가 된 우크라이나 4억 달러 군사원조 보류과 지원 결정 자료들과 트럼프 법률고문 줄리아니의 우크라이나 관련 개입 자료들도 모두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2020년 대선을 염두에 두고 정치 공세의 일환으로 탄핵을 활용하고 있는 민주당은 앞으로 1차와 2차 미북정상회담과 북핵 관련 자료들도 내놓으라고 할 태세이다. 민주당은 탄핵과 대선 승리를 위해 트럼프행정부 무력화에 나서고 트럼프대통령은 야당 공세에 더욱 강하게 대응함으로써 미국 정국은 시계제로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 7월 25일 트럼프와 켈렌스키 우크라리아 대통령 사이의 전화 통화 내용을 문제삼아 야당 민주당은 9월 24일 트럼프 탄핵에 착수했다. 8월 12일 백악관에 파견 근무했던 CIA 요원이 이 통화 내용을 정책 협의 과정에서 다른 관리들로부터 듣고 국가정보국(DNI) 감사관실에 내부고발 서류를 제출했다. 민주당은 전화 녹취록과 내부고발 서한을 검토도 하지 않고 9월 24일 펠로시 하원의장 명의로 탄핵에 착수했다. 트럼프는 9월 26일 전화 녹취록을 전격 공개하면서 민주당의 탄핵 공세의 예봉을 꺾으려고 하고 있다.

미국은 양원제로서 하원이 대통령 탄핵 기소를 결정할 수 있다. 하원 과반수를 넘겨 대통령 탄핵 기소가 결정되면 이 문제는 상원으로 넘겨서 재판을 한다. 이때 재판장은 대법원장이 맡고 2/3 찬성으로 탄핵이 결정되고 단심으로 끝난다. 현재 하원은 민주당이 탄핵 가결 의석을 확보하고 있다. 그런데 상원은 공화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공화당 상하원 의원들은 탄핵을 정치 공세로 보고 극구 반대하고 있다. 사실상 트럼프 탄핵이 의회에 통과될 가능성은 현재로서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미국 헌법은 대통령이 국가반역죄, 중범죄, 경범죄 등 의회가 판단하기에 국정 수행에 문제가 있다고 의회가 판단할 경우 언제든지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도로 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위대한 사상가 토크빌은 '미국의 민주주의'라는 책에서 미국 정치의 안정성 여부는 의회에 의해 대통령이 얼마나 자주 탄핵당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1789년 워싱턴이 초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이후 45대 대통령 트럼프에 이르기까지 의회에 의해 탄핵당한 대통령은 한 명도 없다. 1868년 앤드류 존슨과 1998년 빌 클린턴 대통령은 모두 상원에서 탄핵이 기각되었다. 닉슨의 경우 탄핵으로 물러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사임했다. 토크빌의 예리한 지적처럼 미국은 정치위기를 거리로 나가지 않고 헌정질서 틀 내에서 처리함으로써 정치체제의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미국의 탄핵정국은 트럼프와 민주당 사이의 사실상 2020년 대선을 앞둔 정치 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싸움의 결과는 트럼프가 의회에가 탄핵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의 재선 여부에 의해 판가름 날 것이다. 그 대선 이후 미국 정치는 안정국면으로 되돌아 갈 것이다.

문제는 탄핵 정국 와중에서 한국 안보의 가장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는 북핵 문제가 표류할 위험성이다. 이미 폼페이오는 9월말에는 미북 북핵 실무회담이 열리기 어렵다고 공개적으로 발표했다. 미국 국내정치적 상황을 파악한 북한은 미국의 입장 변화를 요구하면서 또 다시 시간끌기 전술로 나오고 있다. 북핵 협상이 지연되면서 북한은 비밀리에 핵무기의 대량생산, 정교화, 소형화을 적극 추진할 것이다. 트럼프와 미국 고위관리들은 북핵 폐기 이전에는 제재 완화는 절대로 없다고 공언하고 있다. 그러나 탄핵 정국의 와중에서 1975년 베트남 공산화 때처럼 미국의 강력한 대북 제재마저도 흐지부지되지 않을까 하고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탄핵 정국을 우리가 예의주시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영호 객원 칼럼니스트(성신여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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