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큰 별' 지다--우파정치의 거두 시라크 前 대통령 별세
프랑스의 '큰 별' 지다--우파정치의 거두 시라크 前 대통령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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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승인 2019.09.27 11:13:11
  • 최종수정 2019.09.27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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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시장, 총리 거쳐 2007년까지 12년간 프랑스 대통령 재임
샤를 드골의 적자 자임한 정통 우파 정치인
세계 지도자들 애도…이라크전으로 충돌한 英 블레어도 "유럽정치 우뚝선 인물"

 

프랑스 현대 정치사에서 우파 진영의 거두로 꼽혀온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86세.
시라크 전 대통령의 사위인 프레데릭 살라 바루는 "시라크 전 대통령이 이날 아침 가족들이 주위에 있는 가운데 평화롭게 눈을 감았다"고 밝혔다고 르피가로 등 프랑스 언론들이 전했다.

시라크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정치 엘리트 양성 대학인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IEP)과 미국 하버드대를 거쳐, 최고 명문 그랑제콜(소수정예 특수대학)인 국립행정학교(ENA)를 졸업한 뒤 1962년 조르주 퐁피두 대통령의 참모로 정계에 입문했다.

그는 무려 세 차례에 걸쳐 18년간 파리시장을 역임했고, 두 차례 총리를 거쳐 대선에 세 차례 도전한 끝에 1995년 대통령에 올랐다.

시라크는 제5공화국 초대 대통령으로 프랑스를 재건한 샤를 드골의 적자임을 자임한 정통파 우파 정치인으로 꼽힌다.

드골주의자들을 규합해 1976년 공화국연합(RPR)을 창당, 드골주의의 적자임을 자처했던 그는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 전 대통령과 함께 프랑스 우파정치의 양대 거물로 평가된다.

시라크는 2차대전 이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제5공화국 대통령 가운데 좌파의 거두인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 다음으로 프랑스를 오래 통치했다.

1995년부터 2007년까지 12년간 두 차례 프랑스 대통령직을 수행했다.

시라크의 집권 전에는 프랑스 대통령 임기가 7년이었는데, 시라크는 재임 시 대통령 임기를 5년으로 줄이는 개헌을 단행했고, 2002년 대선 재선에 도전해 승리했다.

2002년 대선 때에는 결선투표에서 극우정당 국민전선(현 국민연합)의 장마리 르펜을 압도적인 표 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결선 투표제를 운용하는 프랑스에서 당시 우파 시라크를 중심으로 극우파를 제외한 중도와 좌파, 극좌파 진영까지 똘똘 뭉쳐 결선투표에서 시라크는 82.21%의 높은 득표로 르펜을 눌렀다.

그는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비판, 국제무대에서 프랑스의 자존심을 지켰다는 평을 받았다.

집권 직후에는 전임자이자 자신이 총리 시절 좌우 동거내각(코아비타시옹)에서 국가수반이었던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이 중단했던 핵실험을 재개하고 국유화된 기업들을 일제히 민영화했다.

대통령으로서 면책 특권이 끝난 뒤인 2011년, 파리시장 시절의 공금횡령 사건으로 유죄선고를 받았다.

시라크 전 대통령은 정계 일선에서 물러난 뒤 퇴행성 신경계 질환을 앓아왔으며, 건강 악화로 최근 몇년간은 대중 앞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프랑스는 국가적인 애도 분위기다.

프랑스 상·하원 양원은 이날 개원 중에 시라크의 별세 소식이 알려지자 1분간 묵념을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지방방문 일정을 급히 취소하고 저녁에 생방송 대국민 담화를 통해 애도의 뜻을 표하기로 했다.

시라크의 장례는 국장(國葬)으로 치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주요 정치지도자들도 잇달아 애도의 뜻을 표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그는 독일인들에게 특별한 협력자이자 친구였다"고 밝혔고,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시라크가 "그의 조국의 운명을 빚은 인물이었다"고 평가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시라크를 "지성과 엄청난 지식을 갖춘 현명한 인물로, 멀리 보는 혜안을 가진 정치가였다"고 평했다고 크렘린궁이 밝혔다.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시라크의 별세 소식에 "충격을 받았다. 유럽은 위대한 정치가 한 명을 잃었다"고 말했다고 EU 집행위 대변인이 전했다.

2003년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함께 이라크를 침공하면서 시라크와 대척점에 섰던 영국의 토니 블레어 전 총리도 "지난 수십년간 프랑스와 유럽 정치에 우뚝 섰던 인물이었다"면서 애도의 뜻을 표했다.

김민찬 기자 mkim@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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