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칼럼] 9.19 남북군사분야 합의 1주년...南侵大路(남침대로) 열어주는 것이 평화의 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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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승인 2019.09.25 15:04:42
  • 최종수정 2019.09.26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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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9 남북군사합의는 대한민국을 훨씬 더 취약하게 만든 이적성 합의
김태우 객원 칼럼니스트

9월 19일 통일부에서 열린 ‘9.19 평양 남북공동선언’ 1주년 기념식에서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평양 공동선언은 판문점 선언을 계승하고 발전시킨 소중한 합의로서 남북 군사분야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고 전제하고 “지상·해상·공중에서 상호 적대행위가 전면 중지되었고 남북 간 우발적 충돌 가능성도 획기적으로 낮아졌다”고 했다. “비무장지대가 평화와 협력의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하루 전인 9월 18일 850여 명의 예비역장성들로 구성된 시민단체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9·19 군사분야합의의 이적성(利敵性)을 이유로 송영무 전 국방장관과 정경두 현 국방장관을 검찰에 고발했다.

남북관계를 관리하는 책임을 진 통일부 장관이 정치적 수사(修辭)로 군사분야합의를 치켜세울 수는 있다. 하지만, 안보논리로 따져본다면 남북군사분야합의가 대한민국을 훨씬 더 취약하게 만든 이적성 합의라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한 마디로, 6·25 전쟁을 일으키고 이후에도 무수한 군사도발을 일삼아 온 북한 정권에게 땅·바다·공중을 열어준 합의였다.

서해 NLL 포기로 수도권 무방비 노출

군사분야합의는 NLL 기준 북쪽 50km 그리고 남쪽 85km까지를 평화수역으로 설정하고 이 수역내에서의 포격 등 군사훈련을 중지시켰다. 이는 한국이 35km나 양보한 것이기도 하지만 수도권 방위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해역에서 한국군의 대비훈련을 제약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국방부는 북한군 4군단이 배치된 황해도도 적대금지구역에 포함된다고 둘러댔지만 거짓말이었다. 그런 내용은 합의서에도 없을뿐더러 합의한 것도 지키지 않는 북한이다.

합의서는 한강·임진강 하구를 공동이용 수역으로 정했는데, 합의서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남북한 전문가들이 함께 수로조사를 실시하는 것을 보면서 전문가들은 아연실색했다. 남북의 항구들이 먼 곳에 있는 것도 아닌데 한강하구의 수로들을 조사하여 북한에 알려주는 것이 왜 그토록 시급했는지 모를 일이다. 군사적으로 보면, 북한군 특수부대에게 한강을 이용해 서울로 들어오거나 평택 수로를 이용해 평택 미군기지까지 위협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합의서의 붙임 4의 1-1항에는 ‘평화수역 범위는 쌍방의 관할 하에 있는 섬들의 위치, 선박들의 항해밀도, 고정항로 등을 고려하여 설정하되, 구체적인 경계선은 남북 군사공동위에서 협의하여 확정하기로 하였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NLL을 다시 협의한다는 소리다. 문 정부는 국군이 피로서 지켜 온 영토선인 서해 NLL을 일거에 형해화시키는 문서에 서명한 것이다. 이로서 서북 5개 도서는 북한의 기습강점 위협에 상시 노출된 것이며, 수도권이 측방 위협에 더욱 취약해졌다.

北 기습도발의 성공을 보장해준 비행금지구역

군사합의는 고정익 항공기(군사분계선 기준 서부 20km, 동부 40km), 헬기(10km), 무인기(서부 10km, 동부 15km) 등에 대해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했다.

지금까지 한국군이 북한군 재래전력의 현격한 양적 우위를 상쇄하고 균형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한국군이 질적 우위를 가진 첨단전력 때문이었는데, 군사분야합의는 한국군의 핵심적 우위 분야인 정보·감시·정찰 능력과 정밀타격력을 결정적으로 제약했다.

통상 정보감시수단은 신호정보(주로 통신 감청), 인간정보(간첩, 동조자 등이 획득하는 정보), 공개정보(언론 보도 등을 통한 정보), 영상정보(항공촬영) 등 네 가지로 분류된다. 군사합의는 북한이 우세하거나 비숫한 신호정보와 북한이 월등한 유리점들을 가진 인간정보 및 공개정보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한국군의 감시정찰 능력을 크게 제약한다. 한국군의 ’금강과 백두‘ 그리고 미군 전술정찰기들의 정찰범위가 크게 축소되었고 무인기 용도를 크게 감소시켰다. 2019년 9월 합참이 야당 국회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군사합의 이전에는 군단 무인기들이 북한의 장사포 등 713개의 표적을 식별했지만 합의 이후에는 399개로 줄었다. 무인기의 표적식별 능력이 44%나 감소한 것이다. 수도권 북방에 전개된 북한군 동향을 감시하는 능력이 크게 감소되었고 근접 정밀타격도 어려워진 것이다. 반면, 북한군에게는 한국군 첨단전력이 무력화된 공간에서 언제든 기습에 성공할 수 있는 여유를 제공했다.

‘동수·등거리·등면적’이라는 사술(詐術)

비무장지대(DMZ)에 있는 북한군 감시초소(GP)의 숫자는 160여 개로 한국군의 세 배에 가까웠다. 그런데도 정부는 군사합의에 따라 남북이 11개씩 동수로 줄였으니 공정하다고 자평했다. 문재인 정부라면 앞으로도 북한이 등거리·등면적 원칙 하에 남북의 군사력을 뒤로 물리자고 하면 합의해줄 가능성이 있다. 그래놓고는 국민을 향해서는 공정하다고 선전할 수 있다. 참으로 곤란한 논리다. 판문점에서 평양까지 직선거리는 147km로 북한은 작전 공간에 여유를 누리지만 서울까지는 불과 52km이다. 한번 물러서면 곧바로 낭떨어지이고 망국이다. 한국군은 서울을 겨냥하는 북한군의 야포와 장사정포들을 견제하는 강력하고 정확한 화력 수단들을 갖추고 있지만, 문 정부가 평화공세에 화답하여 한국군의 화력 수단들을 후퇴시킨다면 후방이 대부분 도시지역이어서 옮길 데가 없어 해체해야 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북한 정권이 ‘나쁜 마음’을 먹는 순간 한국의 수도권은 북한군의 기습공격에 속수무책이 된다.

요컨대, 현재의 지리적 여건을 종합하면 ‘동수 철수,’ ‘등거리·등면적 철수’ 등은 북한이 기만적 ‘평화공세’를 위해 사용하는 개념들인데, 문 정권이 이런 제안을 받아들여 전방 방어력을 해체하고 ‘공정한 거래’라고 선전하는데도 국민이 위험성을 간파하지 못한다면, 한국의 수도권은 영영 북한의 인질로 전락할 것이다.

군비통제 원칙과 정론을 위배한 합의

군비통제(arms control)란 대치 중인 나라들 간 군사충돌을 방지하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군사적 관계를 안정화시키는 조치들을 말하며, 군사력 운용을 통제해 상호 군사적 충돌의 가능성을 줄이는 ‘운용적 군비통제’와 병력과 장비의 규모를 통제하는 ‘구조적 군비통제’로 나누어진다. 군사력 배치나 군사전략을 조정하고 훈련을 사전 통보하는 것은 운용적 군비통제며, 군비해제(disarment), 군축(arms reduction), 군비제한(arms limitation) 등은 구조적 군비통제의 방법들이다. 예를 들어, 어느 한쪽의 공격력이 지나치게 강할 경우 그 공격력을 줄이거나 반대편의 방어능력을 확충함으로써 오판에 의한 충돌 가능성을 감소시킨다. 즉, 무조건 군사력을 줄이고 없애는 것이 군사적 안정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다.

군비통제가 성공하려면 상호 군사적 신뢰구축과 검증 시스템이 필수다. 군사적 신뢰는 약속 준수를 상호 확인할때 만들어진다. 1992년 미국, 러시아, 유럽 등이 Treaty on Open Skies (1992)에 서명하여 상호 간 자유로운 비무장 공중 군사정찰을 허용한 한 이유가 바로 이런 것이다. 하지만, 남북군사합의에는 검증 조항이 없다. 제5조 3항에 “쌍방은 남북 군사 당국 간 채택한 모든 합의들을 철저히 이행하며 이행상태를 정기적으로 점검 평가하기로 했다”라고 명시되어 있지만, 어떻게 점검 평가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 북한은 여전히 ‘공세적 군사전략’ 하에서 핵 및 미사일 개발에 열을 올리면서 한국의 정상적인 군사 활동에 대해 사사건건 ‘합의 위반’이라고 비난한다. 한국군은 북침(北侵)을 상상할 수 없는 군대로서 늘 북한의 공격을 막아야 하는 방자(防者)이고 언제나 북한군이 공자(攻者)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런 식의 합의는 북한군 기습공격의 성공 가능성을 크게 높인다. 북한군은 한국군의 도발에 대비할 필요가 없지만, 한국군은 북한군의 공격에 철저하게 대비하지 않으면 국민의 생명은 물론 장병들의 목숨도 지킬 수 없다.

대북정책에 있어서의 정론은 “남북 상생과 안보를 병행하는 것”이다. 즉, 남북상생 노력과 확고한 안보는 병행·동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보에 있어서의 최대 정론은 유비무환(有備無患)이다. 즉, 상대방의 약속이나 합의와 무관하게 실존하는 위협에는 늘 대비해야 한다. 평화와 관련해서도 정론이 있다. 상대의 관용에 의존하는 평화는 굴종을 강요당하거나 상대가 나쁜 마음을 먹으면 망국(亡國)을 맞을 수 있는 ‘저급하거나 위험한 가짜 평화’이며, 상대의 나쁜 마음을 억제하는 힘을 가진 상태에서의 평화가 ‘당당한 진짜 평화’라는 것이다. 남북군사분야합의는 이런 정론들을 모조리 위배한다.

9·19 남북군사분야합의는 공자와 방자를 구분하지 않은 채 ‘우리 민족끼리 평화쇼’에 취해 군비통제의 초보적인 원칙마저 무시한 합의였다. 북한의 공세적 군사전략과 핵보유에 미동의 변화도 없는 상태에서 스스로 땅과 바다 그리고 바다에 남침대로를 열어줌으로써 대북정책 정론과 유비무환의 안보정론마저 무시한 이적성 합의였다. 한반도의 군사긴장을 해소하자면서도 정작 군사긴장의 원인인 북한의 도발과 북핵에 대해서 일언반구도 없는 괴문서였다. 모든 것을 감안할 때, 국가 생존과 ‘진짜 평화’를 위해서는 9·19 남북군사분야합의서는 전면 폐기하거나 이행을 전면 유보하는 것이 정답이다.

김태우 객원 칼럼니스트(전 통일연구원장/전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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