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표님의 날카로운 비판의 칼끝이 향할 곳은 우리 내부가 아닌, 사악한 문재인 좌파 정권 아니겠습니까?
제발, 저를 비롯해 많은 우파 국민들의 마음을 찡하게 만들었던 우파 대표 정치인 홍준표로 돌아와 주십시오

심민현 펜앤드마이크 기자
심민현 펜앤드마이크 기자

홍준표 전(前) 자유한국당 대표님. 저는 오늘 기자라는 직업보다는, 한때나마 대표님이 대한민국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지도자라고 생각했던 국민 중 한 사람으로서 고언(苦言)을 드리고자 노트북을 열었습니다.

2017년 5월 5일. 어린이날 휴일을 맞아 영등포역을 지나던 저는 우연히 당시 대선후보였던 홍 대표님의 연설을 들었습니다. 많은 말씀을 하셨지만 "경비원의 아들, 까막눈의 아들도 대통령 될 수 있다는 걸 여러분의 힘으로 보여달라"는 대표님의 절절한 외침을 듣고 마음이 찡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감추고 싶었을 수도 있는 부모님의 이야기를 통해 낮은 곳에 있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지도자가 되고자 하는 대표님의 진심이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최근 대표님의 발언들을 보며 2017년 5월 5일 제가 대표님께 느꼈던 '감동'은 '분노'로 바뀐 상태입니다. 먼저 지난 5월, 대표님은 페이스북을 통해 "거리에서 돈통 놓고 박근혜 팔아 정치생명 이어 갈려는 양아치 같은 사람들을 보면 대한민국 보수, 우파들은 참으로 순진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러니 탄핵 당하고 구속 당하고, 아직도 핍박을 받는 것이다. 미몽에서 깨어 나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속뜻이 어떠셨는지 다 차치하고 너무도 심한 대표님의 '막말' 때문에 저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대표님이 정확히 특정하진 않으셨지만 누가 봐도 해당 발언은 태극기 시민들을 겨냥한 것이었습니다. 어떻게 태극기 시민들을 그런 식으로 모욕하실 수 있는 겁니까? 그분들이 조금 투박하고 거칠 순 있지만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후 망해가는 나라를 위해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아스팔트 위에서 고생한 게 대표님 눈에는 진정 보이지 않으시는 겁니까? 돈통 얘기는 언급할 가치도 없고, 박근혜 전 대통령을 팔다니요? 이런 식이라면 대표님께서도 대선 과정에서 "홍준표 정부를 만드는 것이 박근혜를 살리는 길", "이제는 용서해야 할 때" 등 소위 '박근혜 팔이'를 하지 않으셨습니까?

홍 대표님. 박 전 대통령 탄핵을 막지 못하고 문재인 정권에 나라를 넘겨줘 지금 이 사단을 만든 책임은 대표님을 비롯, 우파 정치인 모두에게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그러니 제발 순수한 애국심으로 나라를 위해 좌파 세력과 싸우고 있는 태극기 시민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발언은 중단해주시고, 먼저 말과 행동으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십시오.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다음은 대표님의 '내부 총질' 논란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대표님은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삭발한 당일, '적극 지지' 의사를 표명하셨습니다. 하지만 황교안 대표가 삭발 후 영국 출신 배우 게리 올드만을 연상시키는 외모로 2030 세대를 중심으로 한 네티즌들 사이에서 '김치 올드만'으로 불리는 등 긍정적인 방향으로 화제를 모으자 돌연 '가벼운 처신' 운운하며 황 대표 삭발에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내셨습니다.

저는 이 주장이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도대체 뭐가 가벼운 처신이라는 것인지요? 대표님이 지난 대선에서 문 대통령에게 20% 가까운 격차로 패배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물론 박 전 대통령 탄핵 여파로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도 맞지만, 대표님의 소위 '꼰대' 이미지 때문에 2030 세대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했던 것도 패배의 한 원인 아니었던가요? 황 대표 삭발로 한국당이 젊은층에게 긍정적으로 인식되는 상황을 응원은 못해 줄 망정, 되려 찬물을 끼얹으시는건 뭐죠? 처음 의도가 어땠든 황 대표는 대표님이 못하셨던걸 하고 계십니다. 계속 이러시면 대표님이 황 대표를 '질투'하는 걸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제발 자유 우파 진영을 대표해 대통령 선거까지 나가셨던, 중량감 있는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주십시오.

대표님은 또 22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여당이 제기하고 있는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의 원정출산 의혹을 언급하며 비판하셨습니다. 우파 진영 전체가 조국 법무부 장관을 끌어내리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국면에서 굳이 나경원 원내대표 의혹을 들쑤셔야 속이 후련하셨습니까? 대표님이 한국당을 비판하는 글을 올리시면 좌파 언론들이 일제히 달려들어 기사화하는 걸 정녕 모르십니까? 이젠 하다 하다 못해 좌파 성향 커뮤니티에서 대표님을 응원하는 글을 올리는 걸 보고 저는 개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이게 '내부 총질' 아니면 뭐란 말입니까?

물론 대표님은 그런 의도가 아니셨겠지요. 다만 모든 일은 '결과'가 말해주는 것 아니겠습니까? 대표님. 대표님의 날카로운 비판의 칼끝이 향할 곳은 우리 내부가 아닌 사악한 문재인 좌파 정권 아니겠습니까? 제발 '내부 총질'로 비칠 수 있는 행동을 멈춰주십시오.

홍 대표님.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저는 대표님이 훌륭한 정치인이라고 생각했었고, 지금도 그 생각엔 변함이 없습니다. 현재 정치의 중심이 아닌 장외(場外)로 밀려나 계시기에 다소 조급한 마음이 생기셨을 순 있겠죠. 그러나 모든 걸 다 감안해도 지금의 모습은 대표님이 나아가실 방향이 아닙니다. 제발 저의 마음을 찡하게 했던, 우파 대표 정치인 홍준표로 돌아와 주시길 다시 한 번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심민현 기자 smh41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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