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득 처장 "일부 보훈심사위원 '정치적 판단' 지적, 무겁게 받아들인다"
하 중사 신청한 재심 결정은 10월초 나올 듯…추후 제도적 수정 검토
박 처장, '김원봉 훈장추서 논란'엔 "현재 기준상 불가" 입장 재확인

지난 2015년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 피해로 두 다리가 절단된 하재헌 예비역 중사에 대한 군(軍)의 '전상(戰傷)' 판정을 국가보훈처가 '공상'(公傷) 판정으로 뒤집은 데 대해, 23일 국가보훈처장이 유감을 표명했다.

박삼득 보훈처장은 이날 충북 괴산군 '국립괴산호국원' 인근 식당에서 임기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하 예비역 중사가 재심을 신청한 만큼, 앞으로 잘 살펴보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군과 보훈처의 판단이 엇갈린 것을 두고 "국민들이 받아들이기에 혼돈스럽다"고 지적했다. 현재 시행령을 엄격하게 해석하면 법리적 측면에서는 공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면서도 "같은 군인 출신으로서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처장은 국방대학교 총장 등을 지낸 육군 예비역 중장 출신이다.

박삼득 국가보훈처장이 지난 8월27일 충남 천안시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산하 공공기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앞서 하 중사는 2015년 8월 4일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수색 작전 중 북한군이 수색로 통문 인근에 매설한 목함지뢰가 터지면서 양쪽 다리를 잃었다. 육군은 하 중사가 전역할 당시 전상 판정을 내렸다.

하 중사는 전역 직후인 지난 2월1일 국가유공자 등록을 신청했는데, 유공자 요건을 심사하는 보훈처 보훈심사위원회는 '국가유공자법에는 관련 조항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지난달 공상 판정을 내렸다. 이는 1차적으로 '목함지뢰를 북한군이 아닌 국군이 매설했단 것이냐'는 여론의 공분을 샀다. 

이와 관련, 공·전상 여부는 통상 보훈심사위 분과위원회 단계에서 만장일치로 결정하는데 이례적으로 내부 이견이 커 지난 7월 본회의로 넘겼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특히 일부 친여(親與) 심사위원이 "전(前) 정권에서 영웅이 된 사람을 우리가 굳이 전상자로 인정해줘야 하느냐"고 하 중사를 겨냥한 정치적 잣대를 들이댄 것으로 알려져 차별 논란이 확산됐다.

북한의 목함지뢰 매설 피해로 두 다리가 절단된 하재헌 예비역 중사(오른쪽)는 최근 국가보훈처의 '전상 불인정-공상 판정' 논란을 계기로 억울함을 호소한 바 있다. 사진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왼쪽)가 지난 9월19일 오후 경기 하남시 미사리 조정 카누 경기장에서 하재헌 중사를 위로 방문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북한의 목함지뢰 매설 피해로 두 다리가 절단된 하재헌 예비역 중사(오른쪽)는 최근 국가보훈처의 '전상 불인정-공상 판정' 논란을 계기로 억울함을 호소한 바 있다. 사진은 나경원 원내대표(가운데) 등 자유한국당 원내지도부가 지난 9월19일 오후 경기 하남시 미사리 조정 카누 경기장에서 하재헌 중사를 위로 방문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박 처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판정 과정에서 일부 보훈심사위원들의 정치적 판단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그런 지적이 있다는 것을 무겁게 받아들인다. 있어선 안 된다"고 수습에 나서며 "그런 부분은 가정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좀 더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 중사의 재심 결정은 내달 초쯤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보훈처는 이번 하 중사의 재심 결정 뒤 국가유공자법 시행령 등에 대해 제도적으로 수정할 부분을 검토할 예정이다.

한편 박 처장은 '의열단장'으로 유명하지만 동시에 월북-6.25 남침 전범(戰犯) 전력도 논란이 된 약산 김원봉에 대한 독립유공자 훈장추서 여부 질문에 "(서훈이 어렵다는) 기존 입장에 변화는 없다"고 답변했다.

그는 앞서 지난달 22일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 출석해서도 관련 질문에 "(김원봉 서훈은) 현재 기준상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박 처장은 다만 사회주의계열 독립운동가 전반에 대한 재평가와 관련해서는 "지난해 기준이 변경됐다"며 "북한정권 수립에 기여하거나 큰 문제가 아니면 심의를 통해서 할 수 있다"고 정권의 입장과 궤를 같이했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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