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호 칼럼] '조국 법무장관 임명 강행' 9월 9일은 국치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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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승인 2019.09.20 17:08:25
  • 최종수정 2019.09.21 11:21
  •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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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세대가 조국을 본받아야 할 성공사례로 알고 자라난다면 이 나라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언론인-대학교수-대학생들도 문재인 정권의 국정농단에 비판의 목소리 내기 시작했다
9월 9일의 국치를 씻어내는 일이 이번에는 38년이 아니라 38일 안에 이루어지기를...
이인호 객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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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은 지금까지 8월 28일, 1910년 일본에게 국권을 찬탈 당한 날을 국치일로 여겨왔다. 그러나 이제는 9월 9일로 국치일을 대체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열강들의 세력 각축이 동북아로 집중되던 가운데서 힘이 없어 나라의 주권은 잃었을 망정 민족의 정신은 살아 있었다. 만국평화라는 대 원칙의 테두리 안에서 기어코 독립을 되찾겠다는 결연한 의지로 열강의 지지를 얻어 낼 수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38년 만에 독립국으로 우뚝 서며 망국의 치욕을 털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9월 9일 일어난 일은 그와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였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아직 멀쩡히 서 있다. 하지만 이제 이 나라는 양심과 양식을 가진 사람들이 주인인 나라가 아니라 법에 관한 지식을 이용하여 법망을 피해가며 각종의 범죄를 저지르다가 검찰의 주목을 받게 된 한 인간이 단순히 대통령의 마음에 든다는 이유로 법무장관, 곧 법과 정의를 수호하는 최고 책임자, 검찰개혁의 적임자로 임명될 수 있는 나라임이 들어났다. 다시 말하면 도덕적 감각이나 이성적 사유능력이 사회전반적으로 마비되었거나 아니면 그런 능력을 가진 사람들은 수세에 몰릴 수 밖에 없는 비정상적인 사회가 한국이라는 사실이 온 세상에 공표된 것이다.

인간 사회에서 피할 수 없고 피해서도 안되는 가장 중요한 싸움은 양심과 양식을 지키며 살려고 노력하는 세력과 그 반대되는 세력 사이의 싸움이다. 그리고 그러한 싸움은 한 사람의 마음속에서부터 시작된다. 양심을 지키려는 마음과 욕심에 사로잡히려는 마음 사이, 소아(小我)적 본능과 대아(大我)(소아)적 본능 사이의 싸움이라고 해도 좋다. 한 가족이나 같은 정당 안에서도 언제나 양식과 양심을 지키려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함께 있기 마련이지 기성의 어떤 집단치고 전체가 선이거나 전체가 악이거나 일 수는 없다. 조국의 법무장관 임명을 둘러싼 싸움이 바로 그런 피해서도 져서도 안 되는 싸움이다. 정당이나 종파나 다른 어떤 경계선을 넘어서는 훨씬 더 중요한 갈림길에서 벌어지는 진실과 허위, 양심과 파렴치, 이성과 궤변, 상호존중과 폭력대치, 정의와 위선 사이의 포기 할 수 없는 싸움이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법무장관 후보로 지명된 조국이 범법자인가 아닌가 하는 논란은 국회청문회의 안건으로 아예 떠오를 수 조차 없는 일이었다. 국회 청문회는 후보가 장관의 임무를 수행할 최고 적임자인가를 검증하는 자리이지 그가 유죄인가, 무죄인가를 마치 시험에 합격할 자격이 있는가 없는가를 가리듯 하는 자리가 아니다. 조국이라는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이 애끼는 사람이라는 사실 이외에 법무장관으로 특별한 자격을 갖춘 인물이라는 개관적 증거는 없다. 그가 가진 가장 큰 정치적 자산은 준수한 외모와 온유한 말솜씨, 탁월한 궤변술 정도이다. 그가 도덕적 감각이라고는 없는 위선자 범죄자일 것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반면에 장관으로서의 결격사유는 너무도 많다. 반국가 단체였던 사노맹 활동을 한 것을 뉘우치기는 고사하고 마치 민주적 사회주의 활동에 불과했던 것으로 포장하며 딸의 생년월일 변경이나 논문 저작권 도용 쯤은 자연스런 것으로 여기는 것이 그의 법의식이다.. 그가 유죄인가 무죄인가는 검찰과 법원이 판단할 일이다 하지만 그가 막강한 권력을 가진 민정수석일 당시 자산투자 행위를 했고 본인이나 가족이 이미 검찰의 의혹이나 수사 대상으로 떠올랐다는 사실 자체가 벌써 그 사람은 공직자로서 불편부당한 자세를 유지 할 수 없게 되었음을 말해 주는 것이며 자동적으로 결격사유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조국을 법무장관으로 임명했으니 문재인 대통령은 결국 자기가 조국과 같은 수준의 도덕이나 법의식 밖에는 갖지 못한 사람임을 들어낸 것이며 더 나아가서 국민 절반이상이 반대하는 인물을 법무장관으로 임명하는 데에는 국민에게 공개 못하는 피치 못할 이상한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이 난무 하게 만든다.

9월 9일이 국치일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은 그날의 일로 들어난 것이 비단 조국이라는 한 사람과 그 가족만의 도덕적 파탄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훨씬 더 경악스러운 것은 그를 법무장관으로 옹호하는 사람들이 청와대와 여당은 물론 일반 국민과 지식인 사회에도 제법 많고 조국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위해를 가하려는 사건도 적지 않게 일어났다는 사실이다. 정치적으로 여야가 갈리고 촛불혁명을 지지했던 사람과 반대했던 사람들이 서로 갈등하며 공존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연스런 일이다. 하지만 범법 가능성이 높을 뿐 아니라 법에 관한 지식을 이용하여 온갖 반사회적 행위를 한 증거가 상식 있는 사람이면 다 감지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들어난 사람을 “검찰 개혁”의 유일한 적격자로 내세우는 데도 그것을 지지한다는 것은 국민의 도덕의식이나 민주의식이 그 만큼 마비되었음을 들어낸다. 1993년 미국에서는 최초의 여성 검찰총장 후보가 떠올라 정치인과 전문가로 구성된 선정위원회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지만 그가 아이들 보모로 불법이민자를 고용한 일이 있다는 사실이 들어나자 국민의 항의가 빗발쳐 결국 낙마한 일도 있었다. 법을 다루는 공직자에게는 아무리 작은 실수라도 용납 될 수 없다는 것이 미국인들의 민주적 주인의식이다.

조국의 법무자관 임명을 옹호하는 논지 가운데 하나는 아무리 그가 많은 것을 “해 먹었다” 하더라도 오랜 세월 집권했던 보수 기득권 세력 만큼 했겠느냐 하는 주장이다. 서로 나누어 해먹는 것이 적절하다는 이야기다. 이것은 공직을 사회공익을 위해 봉사하는 자리가 아니라 “먹을 자리”로 보는 우리 정치의식 가운데 가장 낙후되고 위험한 병폐를 반영하는 것이다. 언론인이나 대학교수라는 사람들 조차도 그런 냉소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정치인들에게서 그 보다 더 높은 수준의 정치의식이나 도덕적 책임감을 기대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것은 불행히도 여야 할 것 없이 정치인이면 거의 다 거려 있는 병이 아닌가도 싶다. 그래서 공직자의 책임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아는 진정한 자격자들은 공직에 나서기를 꺼리고 국민이 무엇이라 해도 권력만 지키면 된다는 말을 공공연히 하는 사람이 여당의 대표를 하는 것이다. “지금 까지는 잘 못 되어 왔지만 이제 부터는 잘 해야 한다”가 아니라 “이제 드디어 권력을 잡았으니 우리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라도 더 크게, 그리고 오래 해먹어야 한다”는 의식이 공공연하게 표명될 수 있다면 나라는 조폭 사회를 연상시키는 막 가판 권력투쟁 장으로 전락하는 이외에 남을 것이 더 있겠는가.

9월 9일을 국치일로 여겨야 할 중요한 이유 가운데 중요한 이유 한 가지는 조국의 임명이 자라나는 젊은이들에게 던져줄 교훈 때문이다. 우리의 새 세대가 조국을 본받아야 할 성공사례로 알고 자라난다면 이 나라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인간을 정의 하는 말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 하나는 인간은 이성적 존재라는 말이고 또 한 가지는 인간은 수치심을 느낄 줄 아는 것 때문에 짐승과 구분된다는 말이다. 사실 사람이 이성적 사고를 하지 못하고 탐욕이나 분노, 보복심리 등에 사로 잡히고 위선과 궤변에만 능하게 된다면 일시적 성과를 얻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것이 오래 지속될 수는 없고 그런 사람들이 공동체를 오래 유지할 수도 없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인간들이 조국 부부 같이 야욕에 사로잡혀 다른 것은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부모로 둔 자식들이다.

삶의 의미에 대한 이런 근본적 고려 때문에 9월 9일 조국이 법무부장관으로 임명되는 것을 보며 정상적인 사고를 능력을 가진 사람이 느낀 경악과 분노, 수치심, 그리고 공포는 단순히 나라라는 테두리가 무너지는 일에만, ( 그것이 끔찍한 일임은 말할 것도 없지만) 비할 것이 아니다. 이성적 사유와 도덕적 판단력이 마비된 사람들이 대통령과 법무장관으로 나라를 운영하는 것을 국민이 제어하지 못 한다면 그 나라가 망할 것을 사필귀정이다. 우선 주변의 이웃들이 그런 어리석음이 용납되는 나라를 먹이 감으로 삼을 것은 너무도 빤 한 일이다. 더 나아가, 아니면 그보다 앞서, 그 나라의 주인임을 자처하며 살았던 사람들은 자기들이 자각하지도 못하는 사이 목숨을 잃는 것 보다도 더 못한 참혹한 노예상태로 빠져 들 수도 있고 우리 손녀딸들이 다시금 외국인들의 위안부로 팔려가게 될 정도로 나라의 경제정치적 위상이 추락하는 것을 막을 수도 없을 을 것이다.

9월 9일 사태로 우리 대한민국은 정치의식의 바닥을 쳤다고도 볼 수 있다. 이제는 올라가는 길 밖에 남지 않았다. 우리 대한민국 국민은 달콤한 말만 내세우며 나라를 파괴하는 무리에게 일시적으로는 속을 수 있더라도 나라를 송두리째 내줄 만큼 만만한 존재는 아니다. 정권의 도구가 되었던 기관들에서조차도 이제 양심적 언론인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평소에 정치에 관여하지 않던 대학교수들이 조국장관과 문재인 대통령에게 준엄한 경고를 하며 나섰으며 지극히 극단적 개인주의에 길들여진 대학세대도 젊은이다운 신선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검찰의 전문가적 사명감과 도덕적 용기도 고문적이다. 9월 9일의 사태로 분명하게 확인된 문재인 대통령의 권력농단과 국민의식의 일시적 마비 현상을 극복하고 기울어져 가는 나라를 바로 잡음으로써 9월 9일의 국치를 씻어내는 일이 이번에는 38년이 아니라 38일 안에 이루어 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이인호 객원 칼럼니스트(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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