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조국 규탄하는 정치인・교수・학생 집회 다 열려...공통점은 '시점' 차이점은 '목적성'
이날 처음 집회 연 연세대는 '조민 학사비리 의혹' 본산인 고려대의 라이벌...이제는 참기 힘들었을 것
한국당 집회, 구태 내세웠던 앞선 집회보단 나아졌지만 갈길 멀어...'먹히는' 집회 더 해야
조국 수사는 '종착역'으로 달려가는 중..."文이 몸통"이라던 한국당 말 맞겠지만 아직은 출발역

19일 오후 7시 연세대 학생회관 앞에서 열린 ‘제1차 조국 퇴진 촉구’ 집회 참가자들(좌)와 같은시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조국 파면 집회에서 발언하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우). (사진 = 김종형 기자)
19일 오후 7시 연세대 학생회관 앞에서 열린 ‘제1차 조국 퇴진 촉구’ 집회 참가자들(좌)와 같은시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조국 파면 집회에서 발언하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우). (사진 = 김종형 기자)

지난 9일 법무부 장관이 된 조국 씨에 대한 의혹과 논란이 대한민국을 뒤덮은 지 한 달이 넘게 흘렀다. 당초 제기됐던 의혹이 하나 둘 사실로 드러나면서, 검찰 수사대상인 범죄 피의자 조국 씨 임명을 강행한 대통령 문재인 씨에도 비판이 커진다. 19일엔 전국 교수들이 시국선언 중간보고를 하며 조-문 두 사람에 대한 규탄을 잇는가 하면, 조국 씨 의혹과는 직접적 관련이 없는 학교인 연세대도 서울대-고려대가 이어오던 규탄 대열에 합류했다. 그간 조국 씨 일가 의혹 제기를 주도해온 야권 정치인들도 ‘그나마 기존보단 세련된’ 모습으로 집회에 임하고 있다.

연세대는 조국 씨 딸인 조민(28)이 학사 학위를 받은 곳인 고려대와 ‘라이벌 관계’에 있다는 학교다. 조민은 고려대 입학 당시 자신이 의학 박사 논문 공저자란 점과 함께 각종 허위 경력을 기재했다. 조민은 대학 졸업 이후 대학원 진학과정에서도 허위 경력을 게재했다. 조국 씨는 8월 내내, 그리고 자신이 장관이 된 지난 9일까지 이런 의혹들을 ‘가짜뉴스’라 일축했다.이런 일엔 조국 씨와 조국 씨 부인 정경심이 깊이 개입했다. 정경심은 자신이 다니는 학교(동양대) 총장 명의 표창장까지 위조했다. 검찰 소환인 조사와 압수수색 등 증거확보로, 정경심과 조국 씨가 자료를 빼돌리는 등의 증거인멸 행위까지 벌였다는 게 드러났다. 

학생의 집회와 정치인의 집회 공통점은 ‘시점‘이다. ‘고려대 라이벌’ 연세대 학생들이 일어난 것은 조국 씨 일가의 ‘비리의 산’ 그림자가 어느 정도 걷힌 시점이었다. 아마 ‘라이벌 학교’라던 곳의 비리가 드러난 뒤의 연세대 학생들이, 이제는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며 나선 것일 수 있다. 제대로 된 비판 역할을 못한다던 야권 정치인들이 ‘좀 나은‘ 집회를 만들어 간 시점도 비슷할 것이다.

연세대 학생회관 앞 ‘제1차 조국 퇴진 촉구’ 집회엔 졸업생 위주 200여명이 모였다. 조민이 고2시절 제1저자로 올랐던 SCI 논문을 앞으로 써야 한다는 09학번 박사과정 재학생의 규탄은 통렬했다. 그는 “나는 부끄럽다. 내가 2주만에 SCI 논문 못 쓰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장관의 딸이 연구에만 매진한 누군가의 논문을 도둑질해 써먹는 사태가 부끄럽다. 부모 잘 만난 누군가가 하지도 않은 인턴경력으로 대학원간 게 부끄럽다. 이런 사람의 아버지가 법무부 장관이라는 세태가 부끄럽다”고 했다.

'김치 올드만.jpg'라는 제목으로 인터넷 상에 떠돌고 있는 삭발 중인 황교안 한국당 대표에 수염을 합성한 사진(좌)와 19일 오후7시 한국당 집회에 참여해 환호하고 있는 시민들(우).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김종형 기자)
'김치 올드만.jpg'라는 제목으로 인터넷 상에 떠돌고 있는 삭발 중인 황교안 한국당 대표에 수염을 합성한 사진(좌)와 19일 오후7시 한국당 집회에 참여해 환호하고 있는 시민들(우).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김종형 기자)

학생의 집회와 정치인의 집회 차이는 ‘목적성’이다. 정당은 선거에서 이겨야만 생존한다. 밥그릇이 달렸다. 그동안 한국당의 소위 ‘투쟁방식’엔 쓴소리가 더 많았다. ‘우파 자유시민’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더 심하게 꾸짖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조국 씨가 법무부 장관이 된 다음 날(10일) ‘국민명령 임명철회’라 써 있는 손피켓 하나만 달랑 들고 광장으로 나왔다. “너무 무서워서 문재인 씨가 바짝 쫄겠다”는 조롱이 이어졌다. 그러던 한국당이 지난 16일 ‘황 대표 삭발’ 시점 뒤부턴 달라졌다. 그가 삭발하던 와중 모습에 수염을 합성한 사진이 떠돌아서는 아니다. 이제 한국당 집회에서 시대 착오적인 축사 등 행사 식순, 붉은색 당기(黨旗)는 사라졌다. 가을바람에 휘날리는 태극기와 함께 기타 노랫소리가 울리던 19일 저녁 한국당 광화문광장 집회에선 시민과 당원 500여명이 함께했다.

정치에선 ‘먹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사람들의 뇌리에 남는 것이다. 조국 씨 일가의 사모펀드나 웅동학원 의혹보다 딸 조민, 아들 조원의 ‘학사비리’가 집회에서 주로 거론되는 이유다. 잘 먹히는, 이른바 ‘친북좌파’ 집회에는 한국당에 없던 ‘세련됨’이 있다. 젊은 층 참여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본인을 ‘정치병자’라 자조하는 극소수를 제외하면, 대다수 젊은 세대는 시사와 이념 등에 별 관심이 없다. SNS에 자신의 사생활을 모두 기록하는 이들은 ‘먹히는 것’ ‘세련됨’을 바란다. 그나마 한국당은 나아지고 있다. ‘황 삭발 이후 한국당’에 기대가 커지는 것도 이때문이다. 다만 황 대표는 새로운 의혹이 터져나온 19일의 집회 때도 전날과 거의 같은 발언을 했다. 앞선 언론 보도 등을 거론하며 “우리가 문재인 정권의 헌정 유린을 중단하기 위해 모인 것 아니냐” “말도 안 되는 이 정권 우리가 심판하자” 는 것이었다. 갈 길이 멀다.

'비리의 산' '가족사기단' 비판을 받고 있는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 왼쪽부터 조 장관, 부인 정경심, 딸 조민, 아들 조원.(사진 = 연합뉴스 등)
'비리의 산' '가족사기단' 비판을 받고 있는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 왼쪽부터 조 장관, 부인 정경심, 딸 조민, 아들 조원.(사진 = 연합뉴스 등)

각계 규탄 집회와 함께 조국 씨에 대한 수사는 종착역으로 가고 있다. ‘학사비리’ 연루자와 관련지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어졌고, 의혹은 거의 사실로 드러났다. 각종 경제비리에 엮여 있다는 조국 씨의 ‘사모펀드’엔 그 일가를 비롯 윤규근・유시민 등 친문(親文) 인사들 이름까지 거명된다. 펜앤드마이크에서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권력형 게이트’의 단초가 드러난 셈이다. 사모펀드 관련자들도 다수가 소환・구속됐다. 연루 돈만 100억원대로, 조국 씨 일가가 빚을 갚지 않으며 사학비리를 통해 웅동학원을 거덜내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웅동학원 의혹에도 증언과 비판이 이어진다.

한국당이 주장하는, 조국 씨의 ‘몸통’이 문재인 씨라는 지적은 맞다고 볼 수밖에 없다. 각종 비리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조국 씨를, 문재인 씨는 법무부 장관으로 만들었다. 오늘 있었던 교수 시국선언 서명 인원 중간보고에 참여한 김성진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는 “북한 정권 수립일인 9월9일에 맞춘 사회주의자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은 헌정유린 의도가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했다. 시국선언에 서명한 다른 교수는 이날 정식 행사 일정이 끝난 뒤 철수하는 기자에게 “더 큰 반발 움직임이 감지된다”고 했다. 더 큰 반발과 함께, 조국 씨가 ‘종착역’으로 가고 있다는 추측이다.

2019년 9월19일은 정치인・교수・학생이 ‘삼위일체’가 된 날이다. ‘조국 종착역’으로 향하는 열차의 첫 출발역이기도 할 것이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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