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고려대・연세대, 19일 오후 동시 조국 규탄집회 열고 각각 200명씩 총 600여명 결집
"朴정권 '적폐'로 몰아 탄핵한 뒤 탄생한 文정권, 국민들 상처 더 깊이 후벼파...사죄 않는다면 곪아질 것"
"文정부, 받았던 도덕성에 대한 기대 완전히 저버려...국민들은 그 선택에 대한 책임 마땅히 져야"

조국 법무부 장관 규탄 및 사퇴 촉구를 위해 모인 연세대 학생들. (사진 = 김종형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규탄 및 사퇴 촉구를 위해 모인 연세대 학생들. (사진 = 김종형 기자)

서울대・고려대・연세대에서 비슷한 시각 각 학교에서 일제히 조국 사퇴 촛불집회를 연 가운데, 세 학교가 공동으로 “전국적으로 대학생들이 모일 수 있는 연합 촛불집회를 제안한다”는 성명을 냈다.

19일 오후 서울대・고려대・연세대(서울대만 오후 8시, 두 학교는 오후 7시)에선 각각 200여명의 학생・시민들이 모인 가운데 조국 법무부 장관 규탄・사퇴 촉구 집회가 열렸다. 세 학교 집회 운영 측은 광화문광장 연합집회를 열자고 논의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세 학교는 공동으로 성명을 냈다. “국가가 어떤 이념적 정체성을 추구하느냐도 중요하지만, 현재 대한민국 정치에서는 이념보다는 정화가 먼저 필요하다고 느낀다”고 시작하는 이 성명은, 박근혜 정부를 ‘적폐’로 몰아 탄핵한 뒤 탄생한 문재인 정권이 국민들의 상처를 더 깊이 후벼파고 있다고 주장한다.

처음으로 세 학교 공동선언문을 낭독한 강지훈 연세대 조국 규탄 집회 집행부 단장은 이날 오후 8시30분경 “이 정권이 진정으로 반성하고 사죄하는 새로운 모습으로 국정을 이어가지 않는다면 (국민들의) 이 상처는 치유 불가능해질 정도로 곪아질 것”이라며 “우리 국민들은 더 늦기 전에 다시 한 번 단합해 불의에 대한 저항과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학생・시민들의 집회 참여를 독려했다.

성명에선 문재인 정권의 소위 ‘도덕적 우월감’을 꼬집는 내용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6월18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우리는 (전 정권, 야권 등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도덕성을 가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도덕적 가치를 더 높게 존중하는 DNA를 우리는 갖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작은 도덕적 흠결만 보여도 국민들로부터 훨씬 많은 질타와 비판을 받게 된다”고 한 바 있다. 

세 학교는 공동성명에서 “이렇게 말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현재 수많은 불법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되는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며 “문재인 정부가 받았던 도덕성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저버렸다는 것을 우리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을 마땅히 져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 학교는 이번 집회를 끝으로 조 장관 규탄을 위한 ‘전국 대학생 연합 촛불집회’를 제안한다고 한다. “앞으로의 대한민국을 이끌어나갈 오로지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를 갈망하는 순수함을 지닌 청년들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대학에서 터져나온 ‘조국 규탄 연합집회’는 아직 제안만 됐을 뿐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조 장관 일가가 저지른 비리 의혹이 하나 둘 사실로 드러나며 규탄 행렬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이날 있었던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 교수모임’의 조 장관 규탄 시국선언에 서명한 한 교수는 “조국의 비리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드러날 수록, 국민들의 분노는 드높아질 것”이라며 “(지금까지의 비판 여론보다) 더 큰 반발 움직임이 학계 내외부에서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아래는 서울대・고려대・연세대 세 대학에서 공동으로 내놓은 선언문 전문(全文).>

<공동성명문>

국가가 어떤 이념적 정체성을 추구하느냐도 중요하지만, 현재 대한민국 정치에서는 이념보다는 정화가 먼저 필요하다고 느낀다. 양쪽 진영 모두에서 대형 부정부패 스캔들이 터진 현시점에서 만연해있는 부정부패, 비리, 위선 등을 뿌리뽑지 못한다면 앞으로 어떠한 정치적 이념적 논의도 그 정당성을 얻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국정농단이라는 타이틀 아래 국민들의 마음에 큰 상처를 남긴 박근혜 정권을, 국민들이 한 뜻을 모아 촛불로 탄핵시킨 이후 그 상처를 보듬어줄 것이라는 국민적 기대를 한 몸에 받고 탄생한 정부가 지금의 문정부이다. 문재인 정권은 기회의 평등함, 과정의 공정함, 결과의 정의로움이라는 가치를 강조하며 출범했다. 하지만 현 정권이 보여주는 부패와 위선은 지난 박근혜 정권 탄핵 이후 국민의 상처를 치료해주지는 못하고 오히려 더 깊이 후벼파고 있다. 이 정권이 진정으로 반성하고 사죄하는 새로운 모습으로 국정을 이어가지 않는다면 이 상처는 치유 불가능해질 정도로 곪아질 것이다.

다음은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6월 18일 수보회의에서 말한 내용이다:

"국민들의 지지를 받기 위해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은 도덕성이다. 우리는 상대적으로 높은 도덕성을 가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도덕적 가치를 더 높게 존중하는 DNA를 우리는 갖고 있다. 상대적으로 작은 도덕적 흠결만 보여도 국민들로부터 훨씬 많은 질타와 비판을 받게 된다."

이렇게 말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현재 수많은 불법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되는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이를 통해 문재인 정부가 받았던 도덕성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저버렸다는 것을 우리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을 마땅히 져야할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더 늦기 전에 다시 한 번 단합해 불의에 대한 저항과 목소리를 내야 한다. 분열된 국민들을 한 데 어우를 수 있는 그 계기는 우리가 3년 전에 공유하고 동의했던 반 부정부패에 대한 목소리가 돼야 할 것이고, 이 운동을 전개하는 주체는 앞으로의 대한민국을 이끌어나갈 오로지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를 갈망하는 순수함을 지닌 청년들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우리 순수한 청년들이 나서야 할 때다. 두렵고 앞이 어둡지만 우리가 촛불로 하나되어 밝은 빛을 비춰나간다면 세상을 정의롭게 만들 수 있다. 이번 집회를 끝으로 더 이상 학교단위 집회가 아닌 전국적으로 학생이 모일 수 있는 전국 대학생 연합 촛불집회를 공식적으로 제안한다. 많은 참여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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