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형 비리 게이트' 수사 막겠다는 의도 농후한 文정권의 꼼수
피의사실 공표 관행 악용한 자신들의 과거 벌써 잊었나
기존 검찰 수사 관행 문제 없진 않지만 당신들은 말할 자격 없다
피의사실 공표 과실 다 따 먹고 자신들이 저지른 범죄 수사는 방해하겠다고?

권순활 논설주간
권순활 논설주간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조국 법무부는 18일 당정(黨政) 회의에서 피의사실 공표 금지 강화를 위한 소위 공보준칙 개선방안을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법무부가 마련한 공보준칙 개정안은 기존 인권 보호를 위한 수사공보준칙의 명칭을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으로 바꾸고 수사 내용을 유포한 검사에 대해 법무장관이 감찰을 지시할 수 있도록 벌칙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다만 새로운 공보준칙 개정안은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인 조국 법무장관 가족을 둘러싼 사건 이후로 적용하기로 했다. 피의사실 공표 금지 강화 적용시점을 일단 늦춘 것은 조국 일가(一家)를 둘러싼 권력형 비리 게이트 의혹 수사를 막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여론의 거센 비판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검찰 수사 과정에서 피의사실 공표가 적지 않은 문제점이 있었던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실제로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확인되지 않은 혐의 사실을 흘린 전력(前歷)도 적지 않다. 이 중에 상당수는 나중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그 과정에서 수사 대상자는 치명적인 유무형의 상처와 압박을 입었다. 형사사건 수사 대상자, 특히 전현직 고위 공직자 수사에서 국민의 알 권리와 확인되지 않은 피의사실 공표 부작용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만 어떤 식으로든 고민해봐야 할 문제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한 가지 점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자. 현 집권세력은 거짓과 광기가 불러온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변 과정에서 무리한 수사를 남발한 특검 수사와 관련해 매일 언론 브리핑을 의무화하도록 했다. 당시 특검 팀이 공표한 피의사실 혐의 중 상당부분은 모두 허위와 과장으로 밝혀졌다. 현 집권세력은 그런 특검의 피의사실 공표를 적극적으로 이용해 정치적 공세를 폈고 그런 전략이 권력을 장악하는데도 상당히 도움이 됐던 것도 기억할 것이다. 그러던 문재인 세력이 자신들이 정권을 잡고 나서 갑자기 권력층 주변에 대한 수사를 결정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향으로 소위 제도 개선을 한다는 것을 순수하게 받아들일 국민이 얼마나 되겠나.

또 하나 지적하자. 문재인 정권은 출범 후 검찰과 법원을 앞세워 전임 정권 고위 인사들에 대한 무자비한 사법처리의 칼날을 휘둘렀다. 이 과정에서 침소봉대한 피의사실 공표와 무리한 수사가 무차별적으로 이뤄지면서 당사자들은 사실상 엄청난 명예훼손과 인격 살인을 당했다. 가혹한 수사 과정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이나 변창훈 검사 등 극단적 선택을 택한 이들과, 사실과 다른 내용을 기정사실화한 뒤 수사 과정에서 해당 혐의에 대한 사법처리가 어려워지자 먼지떨이식 별건 수사로 어려움을 겪은 박찬주 전 육군 대장의 케이스는 또 어떤가. 현 집권세력은 이런 말도 안 되는 수사 당시에는 입도 뻥긋하지 않다가 이제 수사의 칼날이 자신들에게 향할 것 같으니 피의사실 공표 금지라는 사실상 사문화된 조항을 들고 나온 것이란 비판을 면키 어렵다.

당정이 추진하는 피의사실 공표 금지가 그대로 시행될 경우 가장 큰 수혜자가 누구겠는가. 바로 현재의 권력집단 사람들 아니겠는가. 문재인 정권 출범 후 권력 실세들의 개입 소문이 파다한 북한산 석탄 밀빈입 의혹이나 태양광 사업 비리 의혹, 대통령 가족을 둘러싼 각종 논란 등 숱한 불법 탈법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사실상 이런 권력형 비리 게이트에 대한 수사는 원천적으로 어려워지거나 봉쇄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동안 온갖 피의사실 공표의 과실은 다 따 먹고 이제 자신들이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중대 범죄 혐의에 대해서는 수사의 칼날을 무디게 하겠다는 속셈 아닌가. 문재인 정권의 피의사실 공표 금지 추진을 결코 액면 그대로 순수하게 받아들일 수 없는 결정적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리고 굳이 추진하겠다면 과거 피의사실 공표를 한껏 이용하거나 심지어 종종 악용했던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공개적인 사과와 반성부터 하는 것이 옳다.

권순활 논설주간 ks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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