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0시부터 시행…일본, '가' 지역 29개국 중 유일하게 강등
한국의 중소 수출기업 피해 우려...'맞대응'으로 WTO 제소 명분도 훼손

(그래픽=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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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를 국제사회에 제기하는 등 일본과의 관계를 극단으로 몰아가고 있는 가운데, 18일 오전 0시부터 일본을 한국의 수출절차 우대국인 '백색국가(전략물자 수출 시 통관절차 간소화 혜택을 주는 안보상 우호 국가)'에서 제외했다. 일본이 국제수출통제체제의 기본 원칙을 지키지 않는, 국제공조가 어려운 국가라는 것이 그 이유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기존 백색국가인 '가' 지역을 '가의1'과 '가의2'로 세분화하고 일본을 비(非)백색국가 수준의 규제를 받는 '가의2'로 분류하는 개정 전략물자 수출입고시를 18일 관보에 게재하고 시행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에 대해 11일 일본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 데 이어 두 번째로 나온 조치다.

산업부는 "전략물자 수출통제제도는 국제수출통제체제의 기본 원칙에 맞게 운영돼야 한다"며 "이에 어긋나게 제도를 운용하는 등 국제공조가 어려운 국가에 대해 전략물자 수출지역 구분을 변경해 수출관리를 강화하고자 개정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산업부는 지난달 12일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수출입고시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뒤 20일간 국민참여입법센터 등을 통해 의견을 받았다. 의견 수렴 결과 91%가 찬성을 나타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9%를 차지한 반대 입장에는 일본 경제산업성, 한국 민간전문가 등의 의견이 포함됐다. ‘수출 감소세를 보이고 성장률이 하락하는 와중에 일본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하면 한국 수출기업, 특히 중소기업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일본, '가' 지역 29개국 중 유일하게 강등

개정 고시를 보면 기존 가 지역 29개국 중 28개국은 가의1에 들어가 백색국가로서의 혜택을 그대로 누린다.

가의2에는 현재 일본만 포함되며 원칙적으로 비백색국가인 나 지역에 상응하는 규제를 받는다.

가의2는 개별수출허가를 신청할 때 신청서, 전략물자판정서, 영업증명서 외에 최종수하인 진술서와 최종사용자 서약서를 추가해 총 5종의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구매자와 최종수하인 및 최종사용자가 동일한 경우 최종수하인 진술서는 면제된다.

개별수출허가 심사 기간은 기존 5일 이내에서 15일 이내로 변경된다.

다만 자율준수무역거래자(CP기업)의 경우 AAA등급은 5일 이내, AA등급은 10일 이내의 처리 기간이 적용된다. A등급은 15일 이내가 원칙이나 전략물자의 품목별 국제수출통제체제 가입국으로 수출할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10일 이내가 된다.

국내 CP기업은 모두 156개이며 이중 AAA등급은 11개, AA등급은 92개, A등급은 53개이다.

포괄수출허가에 해당하는 사용자포괄허가, 품목포괄허가는 심사 기간이 5일 이내에서 15일 이내로 길어진다.

유효기간은 사용자포괄허가, 품목포괄허가 모두 3년에서 2년으로 줄어든다. 다만, AAA등급의 경우 기존과 동일하게 3년이 적용된다.

가의2는 특정 요건에 따라 전략물자가 아니더라도 군용으로 전용될 우려가 있는 품목에 적용하는 상황허가(캐치올 규제)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중개허가와 경유·환적허가는 가 지역에 있을 때처럼 면제받는다. 기존에 발급받은 개별수출허가는 유효기간까지 쓸 수 있고, 포괄허가도 유효기간 변경 없이 사용할 수 있다.

'맞대응'으로 WTO 제소 명분 스스로 훼손

산업부 이호현 무역정책관은 "한국의 고시 개정은 국제공조가 가능한지를 중심으로 정상적인 국내법, 국제법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며 "정치적 목적에서 수출통제제도를 이용한 일본과는 그 목적과 취지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같은 ‘맞대응’ 조치는 한국이 일본을 WTO에 제소한 명분을 스스로 훼손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정부가 일본을 제소한 명분은 일본이 정치적 목적을 이루기 위해 국제 통상 규범을 위반했다는 것인데, 한국의 맞대응도 똑같이 간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번 조치가 향후 WTO 제소 등에서 한국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김민찬 기자 mkim@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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