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개발하면 책임지겠다던 DJ...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평창이 북한의 거짓 평화공세의 선전장 되면 안돼
핵폐기 없는 남북정상회담은 무의미하다
지금이야말로 한미일 공조로 북한 압박 배가할 시점

김석우 객원 칼럼니스트

남아연방은 인종차별정책(아파르트헤이트) 때문에 1964년부터 1988년까지 24년간 올림픽참가가 금지되었다. 유엔의 회원자격도 정지되었고, 경제제재도 받았다. 국제사회의 이러한 제재압박에 드디어 드 클레르크의 백인정권은 백기를 들었다. 1994년 민주적 선거에서 넬슨 만델라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과연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가 도덕적으로는 물론 한반도의 위기 해결차원에서 바람직한 일인가?

문재인 정부는 김정은의 1월 1일 신년사의 평화공세를 즉각 받아들여 남북 고위급 회담을 열어 일사천리로 합의하였다. 김정은 신년사의 대남통일부분을 그대로 수용하였다. 본래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가 어려울 때 약한 고리인 한국을 공략하는 법이다. 1993년 1차 핵위기시 곤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카터를 초청했듯이, 지금 김정은도 트럼프 정부의 강한 압박을 피하기 위해 평창올림픽을 이용하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핵문제는 꺼내지도 못하게 한다.

북한선수 22명과 함께 응원단, 예술단, 태권도시범단을 포함하는 700명의 인원이 한국을 방문했다. 김여정 특사를 파견하여 언론의 혼을 빼고 있다. 개막식 하루 전날 2월 8일 평양에서는 급조한 건군절 열병식을 벌여 군사위협 메시지를 발신하였다. 영하 20도의 강추위에서 5만군중이 연습하느라 얼마나 힘 들었을까?

현송월 일행을 위한 KTX특별운행, 김여정·김정남 일행에 대한 과공영접, 김영남의 반하대 언사 등 정부의 대응은 국민들의 눈에 거슬리는 것 천지다. 과거 햇볕정책 당시 퍼주기 지원을 하면서도 애걸하던 모습을 다시 보는 것 같다.

마식령 스키장 합동훈련 명목의 아시아나항공 운항, 북한의 선박·항공기의 입국허용, 김여정, 최휘 국가체육위원장 같은 제재대상인사에 대한 예외인정은 국제제재의 이완효과를 가져오는 것이 아닌가? 그러기에 미국 언론은 북한이 평창올림픽을 납치(hijacking)하였다고 경계하는 것 아닌가?

평화를 위한 남북화해와 협조를 내걸고 있지만 우리 국민들은 북한의 평화공세에 선전장을 열어줘 ‘평양’올림픽이 되는 것을 우려한다. 문제는 시급한 북핵위기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는가에 있다. 막바지에 이른 핵무기개발에 시간만 벌어주는 결과가 되어서는 안 된다.

고 김대중 대통령은 북한은 핵을 개발할 의지도 없고 능력도 없다고 하면서 북한이 핵을 개발하면 자신이 책임을 지겠다고 하였다. 그리고는 대규모 대북지원을 계속하였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다시 그래서는 안 된다.

국민들은 과거 주사파 인사들이 정체성을 명확히 하지 않은 채 국정운영에 관여하는 것을 의아하게 여긴다. 과거 서독에서는 브란트 연방총리 때 극단주의자에 대한 훈령을 채택하여 반국가·이적단체 구성원들이 공무원이나 교사, 철도·체신 등 공공부문 종사자로 임명되지 못하게 제한하였다. 지금 한국 정부가 적폐청산이라는 명분으로 대북정보조직을 무력화하는 것을 국민들은 우려한다. 그러기에 핵포기라는 결과를 얻어내지 못할 것이라면, 평창올림픽에 무리하게 북한참가를 끌어들인 책임을 지라는 것이다.

2월 9일 개막식을 축하하는 리셉션 행사가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리시빙 라인에서 6시 11분까지 손님들을 맞이하다가 리셉션 장에 들어갔다. 펜스부통령은 아베총리와 옆방에서 대화하다가 그 후에 도착했고, 5분 후에는 미국선수단과의 선약을 위해서 먼저 자리를 떠났다. 문 대통령의 안내로 리셉션 장의 헤드테이블 참석자와 인사를 나누었는데 김영남을 못본 채 하였다. 개막식에서도 바로 뒷줄에 앉아 있는 김영남, 김여정을 못본 채 하였다.

펜스부통령이 결례했다는 일부의 지적은 부적절하다. 본래 리셉션이라는 사교행사에는 많은 사람이 참가하고, 의전관례상 참석자는 시각 전이 아니라 5분이나 10분정도 늦게 도착하는 것이 주최 측을 배려하는 것으로 권장된다. 또한 참석자는 초청자에게 간단하게 인사만 하고 떠나도 무방하다. 오히려 끝날 때까지 떠나지 않고 남아 있으면 주책으로 취급된다.

이번 리셉션의 주최 측이 펜스와 북한대표가 마주치도록 일부러 자리배치나 여건 조성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손님에 대한 예우가 아니다. 펜스 부통령은 북한대표와 동선이 겹치지 않게 해달라고 주최 측에 요청했었다.

미국으로서는 펜스부통령을 단장으로 보내서 올림픽을 축하하지만, 그들의 전략적 관심은 막바지에 다다른 북한의 핵무기를 폐기시키겠다는 절박한 목표에 있다. 그래서 트럼프대통령이 연두교서에서 탈북청년 지성호의 자유를 향한 불굴의 의지를 치하하고 북한의 극악한 인권유린을 규탄하였다. 펜스부통령도 한국에 오기전날 도쿄에서 아베총리와 만나서 북핵위기 해결을 위한 공조방안을 협의하고, 한국에 도착해서는 폭파된 천안함을 방문하고 탈북민 4명과 오토 웜비어의 아버지를 함께 만나서 북한의 인권참상을 들었다.

그러한 펜스 부통령이 김영남과 만나서 미북 대화의 단초를 만들기를 기대했다면 너무 순진한 계산이 아닌가? 지근거리에서 악수하면서 빈말이라도 나누도록 시도하였다면, 더욱 유치한 것이 아닌가? 거기에다 펜스부통령이 결례를 했다고 반미감정을 은근히 조장한다면 외교참사에 해당하는 적반하장이다.

30대의 세습통치자로서 고모부 장성택과 당과 군의 원로들을 무자비하게 숙청하고 자신의 이복형을 독살하는 독재자, 그리고 그의 여동생을 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으로 만들어 무소불위로 통치하는 김정은 독재 왕조에 대해 한국의 청년세대는 위화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열심히 노력해서 대학까지 나와도 한 회사의 CEO가 되는데 30년 이상 걸리는데, 같은 피를 나누었다 하여 당장 최고위 간부로 만드는 북한체제를 이해할 수가 없다. 2천만 북한주민은 언제 어떻게 강제수용소에 끌려갈지 전전긍긍한다. 정권이 잘못해서 수백만 명을 굶어 죽여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다. 우리의 젊은 세대는 북한이 최악의 인권침해 독재국가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북한정권의 심각한 인권탄압에는 외면하려는 현 정권 인사들이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통해 한반도에 평화가 오기를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에 불과하다. 북한이 핵무기를 쉽게 포기할 리가 없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가 핵포기의 결과를 가져오지 못할 것이 뻔한데도 이를 추진하는 당국은 정치적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아니면 말고식 정책결정은 곤란하다.

김여정이 남북정상회담 메시지를 가져왔다고 해서 흥분할 일이 아니다. 핵폐기를 전제로 하지 않는 남북정상회담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정상회담은 김정은의 거짓 평화공세의 들러리가 될 뿐이다. 또다시 햇볕정책으로 북한을 설득할 수 있다는 망상에 다름 아니다.

남아연방의 올림픽참가 금지가 결국 아파르트헤이트를 종결시켰듯이 지금이야말로 한미일 공조로 북한에 대해 압박을 배가할 시점이다. 평창올림픽을 북한정권의 거짓 평화공세의 선전장으로 만들고, 북핵위기 해결을 위한 귀중한 시간을 허비한다면 그 막중한 책임을 어찌 면할 것인가?

김석우 객원 칼럼니스트(21세기국가발전연구원 원장, 전 통일원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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