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작성 '연간 자금운용안'… "문재인 케어 시행시 적자난다"
일부 언론 보도후 "비공개로 전환…비공개 문건 보도한 언론 대응할 것"

'문재인 케어'의 문제점을 지적한 건강보험공단 보고서가 나왔다.(연합뉴스 제공)

 

문재인 정부의 포퓰리즘 정책 중 하나인 '문재인 케어'를 비판한 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 보고서가 보도되자 건강보험공단이 문 대통령의 정책을 정면으로 반대한 보고서를 감추기 위해 관련 문서를 갑자기 '비공개'로 전환하고 보도한 언론에 대응하겠다고 나섰다.     

연합뉴스와 한국경제신문은 12일 건보공단이 작성한 '2018년 연간 자금운용안'을 인용해 '올해 문재인 케어 적용으로 늘어날 보험급여 지출을 감안하면 국고보조금을 받아도 공단은 1조2000억원의 적자를 볼 것'이라고 보도했다. 

의료계의 반발로 제자리걸음하고 있는 '문재인 케어'를 직접 담당할 건보공단이 반대의 목소리를 낸 것과 지난해 12월29일 김용익 전 의원(문재인 대선캠프 본부장 출신)이 건보공단 이사장이 된 후에 '문재인 케어'에 대한 첫 보고서였다는 점에 언론들은 주목했다. 

건보공단은 문재인 케어를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다수의 언론이 인용해 보도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공개된 보고서를 갑자기 비공개로 전환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만 유통돼야 할 보고서가 내부 관리자의 실수로 공개됐다"며 "현재 보도된 언론들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고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서를 공개 여부를 구분하는 내부 규정이나 법적 근거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건보공단이 지난해 발표한 '연간 자금운용안'은 비공개 자료가 아닌 공개 자료였다. 

공개 문서였던 '2018년 연간 자금운용안'은 현재 비공개로 전환돼 있다. 지난달 31일 공개된 이 문서가 갑자기 비공개로 전환된 배경을 두고 '문재인 케어'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부추길 수 있는 보고서 감추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문재인 케어'는 이번 정부가 출범하면서 들고 나왔던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정책이다. 의료계에서는 건보공단의 재정위기를 초래할 것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내왔고 건보공단이 발표한 '연간 자금운용안'도 문재인 케어에 대한 반대 견해를 뒷받침했다. 

건보공단은 지난 2008년부터 항상 보험료(수입)보다 더 많은 보험급여를 지출하면서 단 한 번도 국고보조금 없이 흑자를 기록하지 못했다. 매년 국고보조금으로 적자를 면했던 건보공단이 '문재인 케어'로 재정위기에 빠질 것이라는 건 충분히 예상 가능했던 것이다. 

2008년 24조원의 보험료를 거둔 건보공단은 그해 26조를 보험급여로 지출했고 4조원의 국고보조금을 받아 적자를 면했다. 2009년도 4조원의 적자를 4조원의 국고보조금으로 메웠고 2010년부터 2016년(보험료 47조원-보험급여 52조원-국고보조금 7조원)까지 이런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 매년 보험료가 올랐고 국고보조금도 늘었지만 늘어나는 지출을 따라잡지는 못했다. 

지난해 8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문재인 케어'는 건보공단을 통해 통제하는 의료행위를 미용, 성형, 건강검진 등을 제외한 모든 영역으로 확대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 보장성 확대를 통해 국민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정책이라고 복지부는 설명하지만 의료계의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현재 전면 재검토가 진행되고 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수호 비상대책위원회 투쟁위원장은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건보공단은 국고보조금을 통해 간신히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보장성 확대를 추진한다는 것은 실현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의협은 지난해 12월10일 서울시 중구 대한문 앞에서 3만명의 의사가 모인 가운데 문재인 케어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기도 했다.

건강보험은 1977년부터 부분적으로 적용되다 1989년 제도도입 12년 만에 전 국민으로 확대 실시됐다. 별도로 존재하던 건강보험 시스템을 하나로 묶은 것은 2000년에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업무가 시작되면서다. 오늘과 같이 건강보험을 정부가 독점하게 된 것은 김대중 정부에서 시작됐다. 2016년 기준 건강보험 적용인구는 5076만명이고 징수율은 99.7%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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