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 19일 만기 도래. 원금 반 날릴판...우리·하나은행서 8000억원어치 판매
국내 증권사가 만든 DLS-DLF 상품, 대부분 '부적합 판정'...판매는 국내 은행이
50조 해외 부동산펀드도 사고 터져...증권사들, 상품 제대로 알고 만들긴 하는 건가?

 

해외금리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의 만기가 오는 19일부터 도래하기 시작한다. 투자자들의 대규모 손실이 현실화되는 것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이 올 3∼5월에 판매한 DLF의 만기가 19일을 시작으로 11월 19일까지 연이어 도래한다.

우리은행이 판매한 DLS·DLF(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는 독일 국채 금리가 -0.2% 이상을 유지하면 연 4~5%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그 밑으로 떨어지면 100%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원금 비보장형 상품이다. 금리가 -0.7%까지 내려가면 전액 손실을 볼 수 있다.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3월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내려간 뒤 등락을 거듭하다 6월부터 본격적으로 하락하기 시작했다. 결국 지난 8월15일에는 -0.711%까지 떨어졌다. 지난 13일 현재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는 다소 반등해 -0.445% 수준이다. 19일 만기 때 이 수준이 유지되면 전액 손실은 피할 수 있지만 투자 원금의 절반 이상을 까먹게 된다. 

국내 증권사가 만든  DLS 상품, 대부분 '부적합 판정'...판매는 국내 은행이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이번에 문제가 된 파생결합상품 중 DLS 상품을 만든 곳은 하나금융투자, NH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 증권사 3곳이다. KB자산운용, 교보악사자산운용, HDC자산운용, 유경PSG자산운용 등 자산운용사들은 이들 증권사가 만든 DLS를 자신의 사모펀드 폴트폴리오에 담아 DLF를 만들었다. 

2017년 JP모건 등 해외 투자은행(IB)들은 금리와 연동한 다양한 파생상품들을 만들어 팔아왔고, 국내에 이같은 구조의 상품을 선도적으로 들여온 것은 하나금융투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에는 주로 해외IB들의 '도매상품'을 들여와 판매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직접 상품을 설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선진국 금리 연계형 DLS 상품이 잘 팔린다는 소식은 지난해 말부터 금융투자업계에 퍼졌다. 은행보다는 투자 권유가 덜 보수적인 증권사 상품기획부에도 이런 보고가 들어왔다. 하지만 대부분의 증권사에서는 판매 '부적합' 판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우리은행(4012억원)과 KEB하나은행(3876억원)은 해외금리 연계 DLS 상품을 8000억원 가까이 팔았지만, 증권사에서는 NH증권 정도가 11억원 파는 데 그쳤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은 이렇게 만들어진 DLS와 DLF를 가져다가 1조원 가까이 팔았다. 

일각에선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 상품을 찾는 고객들을 타깃으로 은행들이 이같은 상품을 '주문'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은행은 영업망이 가장 넓다는 이유로 국내 파생연계상품시장에서 최고 '갑'의 위치에 있다"며 "은행이 원하는 파생상품을 명시해 만들 것을 요구할 때 이를 거부할 수 있는 증권사나 자산운용사는 없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은행이 증권사 등에 요구해서 만든 상품으로 안다"고 말했다. 

만약 판매사인 은행이 발행사인 증권사, 자산운용사에 금융상품을 "OEM' 방식으로 주문제작했다면, 이는 자본시장법 위반이다. 펀드 설정과 운용은 금융위원회로부터 인가를 받은 자산운용사 고유의 업무인데, 판매사의 요구나 지시에 따라 펀드가 만들어졌다면 인가가 없는 금융사가 펀드를 만든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재 금융감독원도 실태조사 등을 통해 'OEM펀드' 여부를 살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0조 해외 부동산펀드도 사고 터져...증권사들, 상품 제대로 알고 만들긴 하는 건가?

금리연계 파생결합증권(DLS) 투자 손실 논란이 벌어진 가운데 해외 부동산 펀드에서도 고객 손실이 우려되는 일이 터졌다. 현재 KB증권과 JB자산운용이 각각 판매와 운용을 맡은 3200억원 규모 호주 부동산 사모펀드가 현지 투자사의 계약 위반으로 손실 위기에 처했다. KB증권은 긴급히 자금 회수에 나서 원금의 62%는 돌려받았다. 나머지는 호주 법원을 통한 소송을 거쳐야 해 원금을 100%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펀드에 투자한 개인과 법인 고객의 손실로 이어진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언젠가 터질 게 터진 것”이란 반응을 내놓고 있다. 국내 증권사와 운용사가 경쟁적으로 해외 부동산 투자에 나서면서 제대로 실사도 하지 않고 투자에 나서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부동산·인프라 부문에서 잔뼈가 굵은 한 증권사 임원은 “지금 해외 투자한다고 돌아다니는 사람 중 부동산 딜 소싱(물건 발굴)부터 언더라이팅(수익증권 최종 총액인수)까지 전부 해본 사람이 몇이나 되는지 의문”이라며 “특히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은 아무 문제가 없으면 다행이지만 변수가 발생했을 때는 대응 실력에 따라 성패가 갈리는데 여기저기서 무분별하게 뛰어들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부동산 투자 경험이 거의 없어도 영어를 잘하거나 기업금융(IB) 등 다른 업무를 하던 직원들이 해외 대체투자 업무를 맡는 일이 많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KB증권에서 원래 해외 부동산 딜 소싱을 담당하던 부서가 아닌, 리테일 담당 부서에서 JB호주NDIS 펀드를 취급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전문성 부족이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됐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민찬 기자 mkim@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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