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예멘 반군, 사우디 최대 석유 시설 공격
트럼프-볼튼, 대 이란 제재 완화로 격렬하게 맞붙어
트럼프 대통령, 볼튼 사임 前 이란 제재 완화 시사..."이란 정권교체 안 해"
WSJ "사우디에 대한 공격은 볼튼 보좌관이 옳았음을 증명“
트럼프, 15일 이란 군사공격 시사

14일 드론에 공격받아 불이 난 아람코의 석유시설[로이터=연합뉴스]
14일 드론에 공격받아 불이 난 아람코의 석유시설[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의 중요 동맹국인 사우디아리비아의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최대 석유 시설 두 곳이 14일(현지시간) 오전 4시경 예멘 반군으로부터 드론(무인기) 공격을 받아 당분간 가동이 중단됐다. 이번 공격은 대(對) 이란 매파인 존 볼튼 전 백악관보좌관의 사임 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제재 완화를 모색하는 와중에 벌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이란에 대한 군사 대응을 시사했다.

●예멘 후티반군, 14일 사우디 최대 석유 생산 시설 드론 공격

예멘의 이슬람 시아파 후티 반군 대변인은 14일 무인기 10대를 동원해 아람코의 석유 시설 두 곳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사우디가 예멘에서 자신들을 겨냥한 공격을 계속할 경우 석유 시설 공격을 더 늘리겠다”고 경고했다. 예멘에서 활동하는 후티 반군은 이슬람 시아파의 종주국인 이란이 후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예멘의 정부군을 지원하고 있다. 후티 반군은 최근 몇 달간 예멘 정부군을 지지하는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공격을 강화해왔다.

●美, 공격 배후로 이란 지목...이란은 의혹 부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이번 공격이 예멘에서 왔다는 증거가 없다며 후티 반군을 긴밀히 지원하는 이란을 공격의 배후로 지목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긴장을 완화하자는 요구가 나오는 와중에 전 세계 원유 공급망을 겨냥한 전례 없는 공격을 자행했다”며 이란을 비판했다. 그러나 이란은 이 같은 의혹을 부인했다. 압바스 무사비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15일 성명을 통해 이란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시설을 공격했다는 언급에 대해 “그런 무익하고 맹목적인 비난과 발언은 이해할 수도 없고 의미도 없다”고 주장했다.

●사우디, 약 570만 배럴 석유 생산 감축...세계 원유 공급량 5% 하락

사우디아라비아는 공격을 받은 후 일일 석유 생산을 약 570만 배럴을 감축했다. 이는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5%에 해당하는 분량이다. 사우디 내무부는 사우디 동부 담맘 부근 아브카이크 탈황 석유시설과 쿠리아스 유전 등 2곳이 무인기의 공격을 받았다고 확인했다. 사우디 당국은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비축고를 풀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번 폭격으로 인해 국제유가는 개장과 동시에 19% 이상 급등했다.

16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장 초반 배럴당 63.34달러로 전장보다 15% 이상 급등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는 배럴당 12.35% 상승한 67.66달러에 거래됐다. 싱가포르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은 장 초반 배럴당 11.73달러 오른 71.95달러로 19% 이상 급등했다.

미국의 셰일 오일 생산이 이 손실을 메꿀 수도 있지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 공급처에 대한 장기간의 피해는 이란의 석유 수출사들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도록 미국정부를 압박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이를 고려하고 있다.

●WSJ “트럼프 대통령, 존 볼튼에게 사과해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 사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백악관의 약점을 이용할 것이라고 지속적으로 경고했던 존 볼튼에게 사과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며 “지난 주말 사우디 석유 생산 시설에 대한 공격은 전직 안보보좌관이 옳았음을 증명했다”고 지적했다. WSJ은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 캠페인은 여전히 작동 중이며, 이를 폐기하는 것은 테헤란이 더 높은 군사 위험을 감수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했다.

●美-이란, 전쟁직전까지 악화되자 트럼프, 急 대화 제안

볼튼 전 보좌관은 대(對) 이란 매파로 트럼프 행정부에 합류하기 전에 이란의 정권 교체를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바마 행정부 시절 이란과 맺은 핵 협상을 파기하고 이란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볼튼 전 보좌관의 목표는 일치하는 듯 보였다. 이번 해 여름 미국과 이란은 거의 전쟁 직전까지 갔었다. 각국은 상대방의 드론을 총으로 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대해 군사적 공격을 하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 “이란은 대화 원해...무슨 일이든 가능하다”

그러나 볼튼 장관의 사임(10일) 전 몇 주 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지도자들과 기꺼이 대화하려는 신호를 보냈다. 지난 4일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이란 관련 현안을 언급하던 중 이날 말 뉴욕 유엔총회에서 로하니 대통령을 만날 의사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무슨 일이든 가능하다”고 대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이란)은 대화를 원하고 합의를 바란다”면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보자”고 했다. 또한 “이란은 2년 반 전과 같은 나라가 아니다”며 대화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2년 반’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당시를 가리킨 것으로 취임 후 몇 개월 만에 그는 ‘이란 핵 합의(JCPOA, 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서 탈퇴하고 지난해 이란에 경제제재를 복원시켰다.

지난 9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을 만나는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이란)은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길 바란다”며 “우리(미국)는 24시간에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볼튼-트럼프, 대이란 제재 완화 두고 격렬하게 맞붙어

미 NBC 방송은 익명의 인사들을 인용해 볼튼 전 보좌관이 백악관을 떠나기 하루 전인 9일 오후 트럼프 대통령과 집무실에서 회의했으며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이란 제재완화를 시사했다고 전했다. 볼튼 전 보좌관은 이에 강력 반대했으며 결국 트럼프 대통령과의 이러한 의견 차이로 인해 볼튼이 사직서를 제출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볼튼 사임 후 “이란 정권교체 추구 안 해”

볼튼 전 보좌관이 백악관을 떠난 다음 날(11일)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대화를 원하면 제재를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그들(이란)은 엄청난 재정난을 겪고 있고 제재가 점점 강화되고 있기 때문에 협상을 원한다”며 “어떻게 될지 지켜보자”고 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들일 수 있다”며 “미국은 이란의 정권교체를 추구하지 않으며 이란은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다른 관리들은 이란의 하산 로하니 대통령과 이달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서 만날 가능성에 대해 열어 두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뉴욕에서의 회동에 대해 기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은 조건 없이 만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매우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12일 기자들에게 “이란이 만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란은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

●이란 대통령 “미국이 합의 복귀하고 제재 철회하면 다자대화 가능”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지난 3일 의회 연설에서 미국과 양자 대화는 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이 합의에 복귀하고 부당한 제재를 철회”하면 다자대화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15일 이란 군사 공격 시사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사우디아라비아가 무인기의 공격을 받은 것과 관련해 미국이 군사 공격을 감행할 준비가 돼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회사가 공격을 당했다”며 “우리가 범인을 안다고 믿을만한 이유가 있으며 검증에 따라 장전된 상태”라고 했다. 이어 “우리는 이번 공격을 누가 강행했다고 믿는지, 우리가 어떤 조건 하에서 진행할지 등에 대해 사우디로부터 듣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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