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전문가들, 트럼프 대통령 비판
“北, 대북제재 완화 희망에 차 있을 것”

크리스토퍼 힐(연합뉴스)

미국의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리비아 모델’을 비판한 것은 김정은과의 관계 유지를 위한 것으로 미국의 대통령이 해서는 안 될 행동이라고 밝혔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국가안보보자관은 해임한 뒤 12시간이 지나 그를 비판하면서 김정은을 옹호한 것은 미국 대통령이 해서는 안 될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힐 전 차관보는 “그러나 리비아 모델을 제시한 사람은 존 볼튼뿐만 아니라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있다”며 “당시 북한인 이 때문에 미북 정상회담을 거부하려고 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했다. 앞서 펜스 부통령은 지난해 5월 21일 폭스뉴스에 출연해 김정은 정권이 비핵화 합의를 하지 않으면 리비어처럼 끝날 수 있다고 경고했고,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미북정상회담을 재고할 수 있다고 반격했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볼튼 전 보좌관의 견해는 하노이 미북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올바른 결정을 내리도록 도왔다고 생각한다”며 “어떤 의견을 제시했다는 이유로 자신의 참모를 공격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를 도저히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VOA에 “국가원수였던 무아마르 가다피가 반군에 의해 살해당한 리비아의 비핵화 방식을 북한에 적용한다는 발언 자체가 북한정권의 반발을 살 수밖에 없었다”며 “지난해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앞두고 ‘선 핵 폐기, 후 보상’을 의미하는 ‘리비아식 비핵화’를 주장한 볼튼 전 보좌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매우 불쾌하게 느껴졌을 것”이라고 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VOA에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발언은 김정은과의 관계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라며 “존 볼튼 보좌관에 대한 비판은 아마도 김정은에게 영향을 미치기 위해 계획된 발언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볼튼의 축출이 자신이 공이라고 김정은이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재단 대표는 VOA에 “북한 비핵화는 리비아와 달리 시설의 규모 면에서 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에 리비아식 해법은 북한에 정치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처음부터 적용할 수 없는 방식이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실용성에 방점을 찍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VOA에 “트럼프 대통령의 리비아 발언은 볼튼 전 보좌관은 비판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은 분명히 그 비판에 만족했을 것이며 대북제재를 완화하도록 미국을 밀어붙이는데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에 차 있을 것”이라고 했다.

로버트 아이혼 전 국무부 비확산 담당 차관보는 VOA에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김정은과의 관계를 통해 구축한 북한과의 외교 활동이 위기에 처한 것에 대한 지적”이라며 “앞으로 북한과의 협상에서 미국이 좀 더 유연하게 임할 것이라는 신호일 수 있다”고 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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