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직원인 정씨 요청 무시할 수 없었다...정씨가 조 장관 부인이라는 점도 사전에 인지"
"정씨한테서 WFM에 대한 문의 듣기도 했다"..."사모펀드 투자사 몰랐다"는 조국의 해명에 전적 배치

검찰 관계자들이 3일 오후 경북 영주시 동양대학교 총무복지팀 사무실에서 압수수색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검찰 관계자들이 3일 오후 경북 영주시 동양대학교 총무복지팀 사무실에서 압수수색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씨는 지난 1일 증거인멸을 위해 연구실 컴퓨터를 반출할 때, 지난 5년간 정씨의 재산을 관리한 증권사 직원 김모씨를 동원했다. 하지만 전날 검찰 조사에 따르면 김씨는 조 장관 부부의 자택에 있는 컴퓨터 하드 드라이브 교체에도 동원됐다. 김씨는 검찰에 이같은 진술을 하면서, 정씨가 ‘조국펀드’의 투자처를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는 추가 진술도 한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검찰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고형근 부장)는 전날 한국투자증권(한투) 영등포지점에서 근무하는 프라이빗뱅커(PB) 김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김씨는 지난 1일 새벽 정씨와 함께 경북 영주까지 내려가 동양대 연구실에 가서 총장상 위조 증거가 담긴 컴퓨터를 빼돌린 증거인멸 혐의를 받고 있다. 같은 날 오전 정씨가 단독으로 연구실을 두 차례 들락날락하며 책과 서류 등이 빼곡이 담긴 서류박스를 빼내는 모습이 건물 CCTV에 포착되기도 했다. 그러나 앞서 두 사람이 컴퓨터를 반출한 영상 구간은 CCTV에서 지워져 있었다.

이틀 뒤 검찰이 동양대를 압수수색하며 컴퓨터의 행방을 찾자 정씨는 김씨의 차 트렁크에서 컴퓨터를 제출했다. 두 사람의 공모관계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이에 대해 김씨 측 변호인은 혐의을 시인하면서 “본래 동양대의 컴퓨터 자체를 빼낼 의도는 없었다. 하드 드라이브만 교체하기 위해 새 하드를 가지고 갔지만 사양이 안 맞아 컴퓨터를 들고 나온 것”이라고 했다. 또한 “정씨와 동행해 동양대에 들르기 2~3일 전에는 조 장관 부부 자택에 들러 정씨가 집에서 쓰던 컴퓨터 하드 드라이브를 교체해줬다”고 추가로 밝혔다. 검찰은 전날까지 4차례에 이르러 김씨를 소환 조사하고 있으며 교체된 하드 드라이브를 제출받아 조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 김씨 측 변호인은 조 장관 자택에 있는 컴퓨터 하드 드라이브를 교체한 이유에 대해 “한투의 VIP 고객인 정씨의 요청을 무시할 수 없었다”며 정씨와 동양대에 함께 간 이유도 마찬가지고 했다. 이어 정씨가 조 장관의 부인이라는 점은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으며 개인적으로 조 장관을 세 차례 만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조 장관이 지난 6일 인사청문회에서 정씨와 김씨의 동양대 컴퓨터 반출과 관련한 의혹을 해명했던 내용과 전적으로 배치된다. 당시 조 장관은 “아내가 몸이 좋지 않은 상태라 김씨가 운전했고 제 처는 부산으로 갔다”며 “아내가 서울로 올라오고 난 뒤 김씨와 만났고, 그때 검찰에서 연락이 와 컴퓨터를 그대로 임의제출했다”고 했다. 하지만 김씨는 정씨의 교사로 컴퓨터를 빼낸 시점까지 정씨와 함께 있었다.

또한 김씨는 검찰에 정씨로부터 조 장관 일가가 14억원을 투자한 사모펀드의 운용사 프라이빗에쿼티(PE)의 투자처인 WFM에 대한 문의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지난 2일과 6일에 걸친 기자간담회·인사청문회에서 조 장관이 “이번에 보고서를 찾아봤는데 코링크PE의 ‘블루코어밸류업1호’는 블라인드 펀드여서 투자 대상을 전해 듣지 못했다”고 밝힌 것과도 대치되는 내용이다. 해당 보고서는 코링크PE 대표 이상훈 씨의 자백을 통해 조 장관의 5촌조카 조범동 씨 지시로 급조된 조작 보고서라는 사실이 증명된 상태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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