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전문가들 “볼튼 보좌관 경질로 美北협상 길은 열렸지만 큰 진전 기대 어려워”

크리스토퍼 힐 전 미 국무부 차관보(연합뉴스)

미국의 전문가들은 대북 강경파인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의 경질로 미북 실무협상의 장벽이 낮춰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미북 대화가 재개돼도 큰 진전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10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볼튼 보좌관의 경질이 미국의 대북 협상에 중요한 변화를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힐 전 차관보는 “볼튼 보좌관이 한반도 문제에서 손을 뗀 지는 이미 한참이 됐다”며 지난 6월 30일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 판문점에서 회동을 했을 때 볼튼 보좌관이 몽골에 가 있었던 사실을 예로 들었다. 다만 그는 대북정책과는 별대로 트럼프 대통령의 전반적인 외교정책에는 변화가 생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미첼 리스 전 미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은 VOA에 “볼튼 보좌관은 북한의 의도와 관련해 분명히 회의적이었으며 북한의 지도자를 포용하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도 심각한 문제 제기를 했던 것으로 본다”며 “볼튼 보좌관의 경질로 인해 분명히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더 관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나의 관점으로는 그것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도 “볼튼 보좌관의 경질로 트럼프 행정부는 더욱 유화적인 관여정책을 펼 것”이라며 “아마도 비핵화와 관련해 북한이 이행하도록 요구해왔던 조건들을 낮출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 외교협회 국장은 “볼튼 보좌관의 인물적 특성과 직책을 감안할 때 미북협상의 걸림돌 중 일부가 제거된 것으로 북한이 볼튼 보좌관이 없는 상태를 시험해보기 위해 미국과 실무협상에 나설 것”이라면서도 “미국의 입장이 극적으로 달라질 것으로 예상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볼튼 보좌관의 경질로 대북정책에서 ‘제어장치’가 제거된 것에 대한 우려가 증가하고 이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 적극적으로 합의를 이루려 할 경우 의회 등에서 이를 제어하는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실제로 지난 2017년 4월 9일 미 의회조사국이 발표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2017년 초에 대북정책을 검토하는 5쪽 분량의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보고서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이 핵과 탄도미사일, 그리고 확산 프로그램을 해체하도록 압박하기 위해 경제제재를 강화하고 미국의 동맹들과 지역의 파트너들과 외교적 조치들을 추구할 것”을 명시했다. 또한 보고서는 “(트럼프) 행정부는 이러한 대북 압박이 북한정권이 대화의 길로 돌아오도록 설득할 수 있을 것”으로 희망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리들은 이러한 목표들을 달성하기 위해 북한정권에 대한 ‘최대 압박’ 정책을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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