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측 수출 규제, 정치적 동기에서 이뤄진 것"
다음주엔 백색국가 명단에서 일본 제외할 예정...확전 불가피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이 1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개 품목에 대해 일본이 지난 7월 4일 시행한 수출제한 조치를 WTO에 제소한다"고 밝히고 있다.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이 1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개 품목에 대해 일본이 지난 7월 4일 시행한 수출제한 조치를 WTO에 제소한다"고 밝히고 있다.

 

정부가 11일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해 WTO(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가 지난 7월 4일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종의 대(對) 한국 수출 제한 조치를 시행한지 69일만이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일본의 수출제한 조치는 일본 정부의 각료급 인사들이 수차례 언급한 데서 드러난 것처럼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과 관련한 정치적인 동기로 이뤄진 것이며 우리나라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차별적인 조치"라고 제소 배경을 설명했다.

제소장에 적시한 일본의 WTO 협정 의무 위반사항은 크게 세가지다: 일본이 반도체·디스플레이 3개 소재 품목에 대해 한국을 특정해 포괄허가에서 개별수출허가로 전환한 것은 WTO의 근본원칙인 차별금지 의무, 특히 최혜국대우 의무에 위반 ▲자유롭게 교역하던 3개 품목을 각 계약 건별로 반드시 개별허가를 받도록 하고 어떤 형태의 포괄허가도 금지한 것은 수출제한 조치의 설정·유지 금지 의무 위반 ▲정치적인 이유로 교역을 자의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무역 규정을 일관되고,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운영해야 하는 의무에 저촉된다는 것.

유명희 본부장은 "이전에는 주문 후 1∼2주내에 조달이 가능했던 3대 품목이, 이제는 90일까지 소요되는 일본 정부의 허가 절차를 거쳐야 하며 임의로 거부될 수 있다는 불확실성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지난달 28일 시행된 일본의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우대국, 백색국가 제외는 규제가 아직 구체화하지 않아 이번 제소에선 제외됐다.

WTO 제소 절차는 양자협의 요청 서한을 일본 정부(주제네바 일본대사관)와 WTO 사무국에 전달하면 공식 개시된다. 이후 2개월 이내에 일본과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WTO에 패널 설치를 요청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최종심에서 소송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2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상소 등으로 이어지면 3년도 걸린다. 후쿠시마 수산물 분쟁의 경우, 2015년부터 올해 4월까지 약 4년간 이어졌다. 

이에 따라 2~4년간 한국 기업에 피해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산업부 관계자는 "WTO 제소가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지만 향후 일본의 반복적 조치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이번 WTO 제소에 이어 이르면 다음 주 일본을 한국의 백색국가 명단에서 제외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일본의 보복 대응여부에 따라 확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한국이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 것과 관련해 일본 정부 주무 부처인 경제산업성은 "규칙 위반이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제산업성 간부는 이날 교도통신에 "(일본 정부의 조치는) WTO 규칙 위반이 아니다. 지금까지 설명해 온 대로다"라고 말했다. 이 간부는 일본 정부의 조치가 안전보장상 수출관리를 고치는 것으로 수출을 금지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김민찬 기자 mkim@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