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재권 영장판사 “이상훈 최태식 혐의 인정되고 증거도 있다"면서도 영장 기각...이런 궤변도 있나?
명 판사,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영장 발부한 검찰 출신 판사---'현 정권 코드' 강하다는 지적
검찰, 영장 기각 관련해 “차질없이 수사하겠다” 입장 표명...그러나 수사에 차질 빚을 가능성도
정규재 대표 “피의자들 종범으로 보면서 주범인 조국 장관은 판결에 거론하지 않아...전체적으로 몰상식한 판결”

웰스씨앤티 최태식 대표(左), 코링크PE 이상훈 대표./연합뉴스

‘조국펀드’의 비리 의혹에 관계된 주요 혐의자 이상훈(40)씨와 최태식(54)씨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그러나 법원은 두 피의자의 영장을 기각하면서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사유를 제시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검찰은 추석 연휴 기간에도 조국 법무장관 일가(一家)를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에 대해 수사를 계속할 방침이다.

명재권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조 장관 일가가 출자한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 대표 이씨와 투자사 웰스씨엔티 대표 최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11일 오후 9시쯤 기각했다. 명 부장판사는 앞서 오후 12쯤부터 1시간 40분가량 진행된 영장실질심사에서 피의자들을 각각 심문했다.

명 부장판사는 영장 기각 사유로 피의자들이 대체로 범죄의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있으며 검찰에 관련 자료를 제출했다는 점을 들었다. 범죄 혐의가 충분하고 관련 증거도 있는데 오히려 그 점을 기각 사유로 든 것은 법리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명 판사는 또 이씨에게 “이번 범행에서 관여한 정도나 역할, 횡령 피해가 일부 회복된 점, 수사에 임하는 태도, 범죄전력, 주거 및 가족관계 등을 참작하면,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최씨에게도 비슷한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하지만 조 장관 일가가 연루된 ‘조국펀드’의 비리 의혹에 두 피의자가 관여한 혐의가 상당 부분 밝혀진 가운데, 법원의 이 같은 결정은 잘못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씨는 관련 혐의를 지우기 위해 코링크PE 직원들을 시켜 핵심 자료를 파기하고 해외로 도주한 증거인멸 교사범이다. 최씨는 조 장관의 대리인으로 파악되는 5촌조카 조범동 씨와 말을 맞춰 조 장관의 혐의를 감추려는 시도까지 감행한 증거조작 공모범이다.

특히 명 부장판사가 주장한 기각 사유 중 ‘이번 범행에서 관여한 정도나 역할’을 참작했다는 점은 사실상 두 피의자의 각기 범행을 다룬 재판이 아니라, 조 장관 일가와 관련한 전체 범행을 재판한다는 전제를 암시한다. 하지만 명 부장판사는 기각 사유에 조 장관을 주범으로 명시하지 않은 채 두 피의자를 종범으로 확정했다.

영장기각 결정과 관련해 정규재 펜앤드 마이크 대표 겸 주필은 이날 밤 유튜브채널 펜앤드마이크TV에 업로드한 긴급논평을 통해 모호한 기각 사유를 비판했다. 정 대표는 “피의자들에 대한 범행 증거도 있고 사실관계도 인정한다는데 구속하지 않은 점은 비일반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보통 기각 사유를 말할 때 법원은 증거가 불확실하고 범행을 인정하지 않아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기각하게 마련이다”고 했다.

법무부와 검찰의 대결구도를 시사하는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정 대표는 “조 장관은 이미 검찰의 수사권을 줄이고 검찰에 대한 감찰권과 인사권을 행사하겠다고 의사를 표명했다”면서 “법무부는 조국 장관의 취임과 맞춰 윤석열 검찰총장을 제외한 특별수사팀을 재구성하자고 제안하기까지 했다”고 했다. 이미 법무부가 조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의 수사에 제동을 걸기 위해 4가지 압박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또 정 대표는 “윤 총장으로선 조국과 조범동을 차단시켜 놓은 채 피의자 두 명에 대한 범죄를 추궁해야 하지만, 그것을 방해하기 위해 명 부장판사가 풀어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명 부장판사는 지난 1월 23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구속 영장을 발부한 적이 있다. 누가 봐도 양승태 전 대법원장보다 이상훈 최태식 씨의 구속 사유가 더 많은데도 양 전 대법원장은 구속하고 이상훈, 최태식 씨에 대한 영장은 기각한 것이다. 현 정권의 입맛에 맞춘 ‘코드 재판’이라는 일각의 지적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앞서 최씨는 법원의 심문에서 회사 자금 5억원 이상을 빼돌린 혐의를 받은 것을 부인, 무고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코링크PE의 총괄대표 조범동 씨가 요구한 투자 조건을 이행한 것일 뿐, 고의로 횡령하지는 않았다는 얘기다. 또한 웰스씨앤티가 관급공사 177건의 사업권을 따내는데 조 장관의 영향력은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최씨는 지난 4일 검찰의 소환 조사에서 “조 민정수석의 돈이 들어온다고 하며 와이파이 사업 관련 투자금을 유치했다”고 실토한 바 있다. 또한 필리핀으로 도주한 조씨와의 통화에서 “조 후보자가 낙마 위기에 처했으니 말을 맞춰야 한다”며 증거조작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씨는 법원의 심문에서 일부 범행 사실을 인정하고 통감한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이씨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와 회삿돈 20억원 이상을 빼돌린 횡령·배임죄를 의심받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혐의를 피하기 위해 코링크PE 직원들에게 증거를 파기하라 지시하고 조씨와 함께 필리핀으로 달아난 바 있다.

한편 검찰은 이날 법원의 결정을 두고 “차질없이 수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윤 총장은 조 일가 관련 수사를 추석 연휴 기간에도 이어간다는 방침을 표명한 상태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