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우 칼럼] 탈북 모자 아사(餓死)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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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승인 2019.09.10 10:04:30
  • 최종수정 2019.09.10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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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권, 북한 주민과 탈북민을 김정은 배신자로 낙인찍어
탈북 모자의 죽음은 김정은 눈치 보는 문재인 정권 차원의 살인이나 다름없다.
북한의 인권유린사태에 한국 정부가 외면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웃음거리
김석우 객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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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후 2개월 만에 발견된 고 한성옥-김동진 모자의 분향소가 8월 14일 저녁 광화문 네거리 비각 옆에 마련되었다. 인권시민단체 운동가들의 마음은 불행한 탈북민 모자가 사후에서나마 안식을 얻기를 바라서다. 더 크게는 현 정권의 탈북민에 대한 무관심에 경종을 울리려는 것이다.

왜 한성옥 모자의 아사(餓死)라는 어처구니없는 비극이 세계 10위권 경제 강국에서 일어났는가? 근본 원인은 민주세력이라고 자처해온 비정상적 정권에 있다. 탈북민을 외면·냉대하는 정권 상층부의 분위기가 현장에서 적극적 봉사자의 발목을 잡은 결과다.

2012년 6월 통합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임수경이 탈북청년 백요셉에게 “배신자”라고 소리쳤다. 탈북민은 대한민국을 배신한 것도 아니고, 북한 동포를 배신한 것도 아니다. 북한의 독재정권을 배반한 것이다.

그렇게 뒤틀린 잠재의식은 고난의 행군시기였던 1990년 중반이나 지금이나 한국의 좌파인사들 사고에 일관되게 흐르고 있다.

1996년 가을 예산 국회에서 당시 새정치국민회의는 급증하는 탈북민을 수용·교육할 ‘하나원’의 건설을 맹렬하게 반대했었다. 북한 정권의 비위를 거슬러서 남북관계가 악화될 것이라는 이유였다.

그런 생각은 1998년 김대중 정권 이후 햇볕정책 기간 내내 국제사회에서도 그대로 표출되었다. 2003년부터 유엔 인권위원회에서 논의된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한 표결에서 매년 기권하였다. 예외적으로 2006년 10월 북한이 제1차 핵실험을 감행하여 국제여론이 격앙된 상황에서 하는 수 없이 유엔총회 북한인권결의안에 찬성하였다. 다시 2007년이 되자 기권으로 돌아섰다. 송민순 회고록에 의하면, 당시 청와대 사전협의 과정에서 문재인 비서실장이 안기부를 통해 북한의 의견을 물어 기권으로 의견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의 보편성이나 상식을 기반으로 하는 국제사회에서 시리아, 이락보다도 더 참혹한 북한의 인권유린사태에 한국 정부가 외면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웃음거리일 수밖에 없었다.

2004년 7월 말 베트남에서 탈북민 468명을 대거 입국시킨 후, 베트남 측이 한국언론이 공개했다는 이유로 베트남 루트를 차단하였다. 2007년 방콕의 난민수용소의 100명 수용 규모 공간에 탈북 여성들이 4백 명이나 과밀 수용되어 항의 소동이 일어났다. 이런 예들은 해당국인 베트남, 태국 측의 비협조가 아니라 한국 정부가 북한 정권의 눈치를 보느라 한국입국 허용 인원을 억제해서 일어난 적체현상이었다.

그동안 미국과 일본이 2004년과 2006년 국내적으로 북한인권법을 제정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한국 국회는 오랫동안 사보타지를 계속하였다. 미국 의회가 북한인권법안을 심의하던 시기인 2004년 9월 열린우리당의 김태년, 김현미, 백원후, 이인영, 이철우, 이화영, 임종석, 임조인, 정봉주, 정청래, 최재성 의원 등 25명은 반대하는 서한을 주한 미국대사관에 전달하였다.

2005년 김문수 의원이 처음 제출했던 북한인권법안을 11년이나 질질 끌다가 2016년에야 겨우 통과·발효시켰다. 북한인권법 제정을 막으려는 당시 야당 측의 방법은 기기묘묘하였다. 2011년 5월 제18대 국회 종료 시 야당 원내대표 박지원은 임기 중 북한인권법 통과를 저지한 것이 가장 자랑스럽다고 기자들에게 밝혔다. 당시 총리 이해찬은 북한인권법안은 북한에 대한 내정간섭이라고 하였다. 나치정권의 유태인 학살을 묵인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2016년 북한인권법이 발효한 이후에도 당시 야당(현 여당)은 이를 무력화하기 위한 사보타지를 계속하고 있다. 법상 핵심기구인 북한인권재단의 이사 지명을 거부하여 기구발족을 방해하였다. 여당이 된 이후에도 이사 임명을 계속 거부하고 있다. 통일부 장관 김연철은 여당에서 이사임명을 하지 않아서 인권재단 발족을 못 시킨다고 남의 일처럼 형식적 답변을 한다. 적극적 설득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휴먼라이츠 워치나 유엔인권최고대표 측도 여당과 정부의 소극자세를 지적하고 있다. 법무부에 설치한 북한인권신고사무소의 검사 2명의 파견을 중단함으로써 통일 후의 범죄 책임자를 효율적으로 문책하기 위한 제도를 약화시키고 있다. 북한인권대사도 임명하지 않는다.

문재인과 김정은의 만남에서 탈북민과 억류된 국군포로, 전시·전후 납북자 문제를 거론했다는 얘기는 전혀 듣지 못했다. 시진핑에게도 탈북민 강제북송을 하지 말도록 요청했다는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이명박이 북경 올림픽 폐막 다음 날 2008년 8월 25일 한국을 방문했던 후진타오와의 정상회담에서 탈북민의 강제북송 금지를 요청한 것이나, 박근혜가 통일준비위원회에서 탈북민 경제학박사 김명희의 발언을 경청하고 탈북청년들을 보살피는 여명학교 교감 조명숙을 오찬장 헤드테이블에 앉혀서 탈북민에 대한 조언을 듣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문재인과 그 정권이 북한 주민과 탈북민의 민생이나 인권을 외면하는 것이 문제의 시발점이다. 김정은은 탈북민이 한국 사회에서 성공하거나 편하게 되는 것을 싫어한다. 정권의 배신자가 한국 사회에서 대우받는다고 화를 낼 것이다. 문재인의 사고는 탈북민의 고충 해결보다는 김정은의 눈치 보기가 우선한다.

정권 수뇌부의 지향점이 다른 데 있다고 보는 행정조직이나 산하 단체의 일선 담당자들이 탈북민들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을 기대할 수 있는가? 마치 숲에서 물고기를 구하는 것과 같다.

한성옥 모자의 죽음은 소외계층에 닥친 우연한 불행이기보다는, 김정은 눈치를 보는 문재인 정권 차원의 살인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다.

앞날이 걱정이다. 평화통일, 평화경제가 살길이라고 하면서 북한 독재정권과 연방제 통일을 추진하려는 문재인 정권의 시도는 매우 허황하다. 말은 ‘평화’라지만 북한식 연방제 통일로 수많은 사람을 희생시킬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앞으로 통일이 이루어진다면, 탈북민은 물론 2400만 북한 동포들이 대한민국 국민과 똑같은 자유와 인권을 함께 누려야 한다. 그러한 보장이 없는 통일은 전 국민 노예화의 길이다.

그러한 불행을 막기 위해서라도 ‘북한인권법 사문화’를 막아야 한다. 그것을 방해하는 정권이라면 그 정권을 몰아내야 한다.

김석우 객원 칼럼니스트(21세기 국가발전연구원장, 前 통일원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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