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00자 분량 취임사 대부분을 소위 '검찰 개혁'에 대한 의지로 채워...구체적 개혁 방안 제시는 못 해
○ "검찰에 대한 법무부의 감독 기능 실질화해야"...부인 기소된 사람이 할 말인가?
○ "제가 법무장관 임명된 것은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던 법무-검찰 개혁 마무리해야 한다는 뜻으로 생각"
○ "검찰은 수사를 하고, 법무부는 법무부 일을 하면 돼...법무부 권한으로 할 수 있는 일 찾을 것"
○ 정치권-자유 우파 성향 인사들, 분노 금치 못해...한국당 "대한민국 법치주의는 사망" 바미당 "민주주의 후퇴"
○ 정규재 대표, 文 대국민 메시지 콕 집어 일침..."권력홍위병 집단의 무언가의 범죄 은폐하려고 한다는 인상 줘"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이 9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이 9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국 신임 법무장관은 9일 취임사를 통해 "검찰에 대한 법무부의 감독 기능을 실질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인이 검찰에 기소된 상황에서 검찰을 사실상 통제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조국 장관은 아울러 2300자 분량의 취임사 대부분을 소위 '검찰 개혁'에 대한 의지로 채웠다. 다만 개혁을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적 방안은 제시하지 못했다.

조 장관은 이날 오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검찰 권력이 강한 힘을 갖고 있으면서도 제도적 통제 장치를 갖고 있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조 장관은 "과거 강한 힘을 가진 권력기관들에 대해 민주화 이후 통제 장치가 마련됐고, 권력이 분산됐으나 우리나라 검찰만은 많은 권한을 통제 장치 없이 보유하고 있다"며 "민주화된 사회에서 특정 권력이 너무 많은 권한을 갖고, 통제장치가 없다면 시민의 자유와 권리는 위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우리는 역사적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조 장관은 "제가 법무장관으로 임명된 것은 오랫동안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던 법무·검찰 개혁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며 "법무·검찰 개혁은 제가 학자로서, 지식인으로서 평생을 소망해왔던 일이고,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성심을 다해 추진해왔던 과제이자, 이 시대가 요구하는 사명"이라고 했다.

이어 "저는 누구도 함부로 되돌릴 수 없는 검찰 개혁을 시민들, 전문가들, 그리고 여러분(법무부 직원)과 함께 완수하겠다"고 덧붙였다.

조 장관은 "검찰은 수사를 하고, 법무부는 법무부의 일을 하면 된다"며 "법무·검찰 개혁을 위해서는 법무부가 법무부의 일을 잘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법무부는 검찰의 논리와 인적 네트워크로 움직여왔다"며 "법무부 시행령 개정 등 법무부의 권한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입각한 검찰 개혁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했다.

조 장관은 법무장관의 권한인 검사 인사권과 수사지휘권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그는 "각 기관의 권한과 역할이 다른 만큼 인적 구성도 달라야 하고, 법무부의 검찰에 대한 적절한 인사권 행사, 검찰 개혁의 법제화, 국민 인권 보호를 위한 수사통제 등 검찰에 대한 법무부의 감독 기능을 실질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받은 법무부와 검찰의 권한이 국민을 위해 올바르게 쓰였는지 깊이 성찰하고 반성해야 할 시기"라며 "공정한 법 질서를 만들기 위해, 국민 인권을 보장하는 검찰 개혁을 위해 법무부가 할 수 있는 일을 다 해나가자"고 했다.

조 장관은 자신을 향해 제기된 수많은 의혹과 검찰 수사를 의식한 발언도 남겼다. 그는 "개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막중한 소임을 맡게 됐다"면서도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고, 지금 안 하면 언제 될지 모르는 일이어서 제가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조 장관은 "여러분 앞에서 약속드린다. 법무 장관, 오직 소명으로 일하겠다"며 "국민 위에 있는 법무부와 검찰은 없다. 국민 위에 법무부와 검찰이 서지 않도록 하겠다. 법무·검찰 개혁의 제도화에 진력하겠다. 왼쪽도 오른쪽도 아닌 미래의 시간, 진정한 변화와 혁신의 시간을 맞이하자"고 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긴급의원총회에 참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긴급의원총회에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정치권과 자유 우파 성향 인사들은 조 장관 임명 소식에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 제1야당 자유한국당은 이번 임명이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로서 '정권 종말'을 알리는 서곡이 될 것이라고 강력 규탄했다. 정기국회 '보이콧', 조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 제출 등 실현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총력 투쟁에 나서겠다며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한국당은 이날 김명연 수석대변인 명의의 논평에서 "문 대통령의 조국 임명은 국민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검찰을 압박한 것으로도 모자라 국민을 지배하려는 시도"라며 "오늘 대한민국의 법치주의는 사망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른미래당 역시 문 대통령의 결정을 비판하며 국조‧특검 등을 병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이날 "민주주의 후퇴로 범야권이 함께 뜻을 모아서 투쟁할 것"이라고 했다. 오신환 원내대표는 해임건의안과 국조 등 논의에 대해선 "이제 (다른 야당과) 논의를 시작하겠다"며 "정기국회 일정을 나누지 못했는데, 개인적으론 국회 일정과 연계시켜 수정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이언주 무소속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오늘로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사망했다"고 개탄했다. 이언주 의원은 "국민이 (문 대통령) 당신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 역사상 국민과 대결하면서 무사한 적은 없었다는 역사의 교훈을 되새겨야한다"며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에서 국민과의 전쟁을 선포한 문 정권에 대해 '전면적 투쟁'으로 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대표 겸 주필은 특히 문 대통령의 대(對) 국민 메시지 내용에 일침을 가했다. 그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신분열증적이다. 대통령의 발언 말이다. 문재인은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라며 "그러나 의혹이 있으면 수사를 거쳐서 유무죄 여부가 확정된 다음에 임명하는 것이 옳은 방법"이라고 했다.

정규재 대표는 "법무장관이 검찰의 수사중단을 지휘하게 되면 이는 조국 자신에 대한 범죄혐의를 제도를 통해 차단하게 되는 수사방해에 지나지 않는다"며 "문재인이 말하듯이 검찰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장관을 수사하게 된다면, 이는 하극상의 양상을 갖게 되는 것일 뿐 올바른 일의 진행 경과가 아니다. 검찰과 장관의 업무가 결코 제각각일 수가 없다. 그것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은 간특하고도 무지한 정신병적 발언이다. 바로 그 때문에 문재인의 발언은 조국을 비롯한 권력홍위병 집단의 무언가의 범죄를 은폐하려고 한다는 인상을 준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심민현 기자 smh41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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