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조국 임명장 수여식에서 對국민 메시지..."원칙-일관성 지키는 것 더 중요하다고 생각"
최기영 과기-이정옥 여가 장관...한상혁 방통위-조성욱 공정위-은성수 금융위長도 청문보고서 없이 임명
6명에 대한 일괄 임명으로 文정권 들어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장관급 인사 총 22명으로 늘어
文, 국민들이 받아들이기 힘든 조국의 각종 의혹에도 '옹고집' 부려...대한민국 법치 무너지나?
野, 즉각 반발...나경원 "대한민국 헌정사상 가장 불행한 사태로 기록될 것" 김정화 "文은 낯부끄러운 줄 알라"

문재인 대통령(左), 조국 법무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左), 조국 법무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문 대통령은 일반 국민들로써는 받아들이기 힘든 조국 장관의 각종 의혹에도 불구하고 그를 끝까지 안고 가겠다는 선언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일각에선 오늘로 대한민국 법치는 무너진 것과 다름없다는 절망감을 드러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문 대통령이 6명의 장관 및 장관급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조 장관을 비롯해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임명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청와대에서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청와대에서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 임명을 재가한 장관들에 대해 임명장 수여식을 했다. 문 대통령은 TV로 생중계된 수여식에서 대(對) 국민 메시지를 내놓으며 말로는 국민들에게 "송구스럽다"고 했지만, 모든 책임을 국회로 돌리는 듯한 발언을 쏟아내 향후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문 대통령은 "이번 인사 대상자 7명 중 관료 출신으로 현직 차관이었던 농식품부 장관 후보자 1명에 대해서만 인사 청문 경과 보고서를 송부 받았을 뿐 외부 발탁 후보자 6명에 대해서는 끝내 인사청문 경과 보고서를 송부받지 못했다"며 "이런 일이 문재인 정부 들어 거듭되고 있고, 특히 개혁성이 강한 인사일수록 인사 청문 과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큰 책임감을 느낀다는 말씀과 함께 국회의 인사 청문 절차가 제도의 취지대로 운용되지 않고, 국민통합과 좋은 인재의 발탁에 큰 어려움이 되고 있다는 답답함을 토로하고 싶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조 장관 임명 강행 이유에 대해 "위법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등 구구절절 변명을 늘어놨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깊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저는 원칙과 일관성을 지키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인사청문회까지 마친 절차적 요건을 모두 갖춘 상태에서 본인이 책임져야 할 명백한 위법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의혹 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지난 대선 때 권력기관 개혁을 가장 중요한 공약 중 하나로 내세웠고, 그 공약은 국민들로부터 지지 받았다"며 "저는 대통령 취임 후 그 공약을 성실하게 실천했고, 적어도 대통령과 권력기관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개혁에 있어서는 많은 성과가 있었음을 국민들께서 인정해 주시리라 믿는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가족이 수사대상이 되고 일부 기소까지 된 상황에서 장관으로 임명될 경우 엄정한 수사에 장애가 되거나 장관으로서 직무 수행에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라는 염려가 많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며 "그러나 검찰은 이미 엄정한 수사 의지를 행동을 통해 의심할 여지 없이 분명하게 보여줬다. 검찰은 검찰이 해야할 일을 하고, 장관은 장관이 해야할 일을 해나간다면 그 역시 권력기관의 개혁과 민주주의의 발전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일이 될 것"이라고 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야당은 문 대통령의 결정에 즉각적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임명 소식이 알려진 직후 "대한민국 헌정사상 가장 불행한 사태로 기록될 것"이라며 "결국 이 정권이 민심을 거스르고 개혁에 반대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조국 장관 해임건의안과 특검 등은 다른 야당과 논의해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한국당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청와대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기로 했다. 박맹우 한국당 사무총장은 "오후에 의원총회를 하고, 곧바로 청와대로 갈 것"이라고 했다.

바른미래당 역시 이날 김정화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문 대통령이 불통과 독선을 챙기고, 공정과 양심을 버린 오늘은 역사의 수치로 기록될 것"이라며 "법무부는 이제 법이 없는 부처가 됐다. 분열과 갈등의 화신인 문 대통령은 낯부끄러운 줄 알라"고 일침을 가했다. 김 대변인은 "조국은 검찰 개혁이 아니라 '인간 개혁'이 시급한 사람이자 위선·편법·거짓의 화룡점정"이라며 "국민을 능멸하며 법과 정의를 뭉개 버린 (문 대통령의) '구제 불능의 임명'이 경악스럽다"고 개탄했다.

한편 이날 문 대통령의 일괄 임명으로 문재인 정부 들어 국회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장관급 인사는 기존 16명에서 총 22명으로 늘었다. 문 대통령이 '적폐'라고 그렇게 비난하던 박근혜 정부는 4년 9개월간 10명, 이명박 정부는 17명의 장관급 인사가 각각 청문보고서 없이 임명된 바 있다.

심민현 기자 smh418@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