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올해 1∼8월 누계 소비자물가 상승률 0.5% 기록...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
정부 "공금 요인 기인한 만큼 디플레 아니다"...KDI "수요위축에 공급 기저효과까지"
KDI "대내외 수요 위축되면 전반적 부진"...반년재 '부진' 단어 사용
KDI는, 소매판매-설비 및 건설투자 감소한 가운데 수출 부진 지속

우리나라의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5%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역대 최저 기록을 세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8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8월 누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5%를 기록했다. 이는 1965년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후 최저치다.

1∼8월 누계 기준으로 이전까지 가장 낮은 상승률은 1999년과 2015년의 0.6%였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개월 연속 0%대 이하에 머물렀고 특히 8월에는 첫 마이너스(-0.04%)를 기록했다.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은 9월부터 2∼3개월 정도는 1년 전 수준에도 못 미치는 물가 흐름이 이어지다가 연말에 0%대 중후반의 물가상승률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9월이나 10월에는 또다시 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국은행은 올해 8∼10월 중 적어도 한두 달은 전년 동월 대비로 마이너스 물가 상승률이 나타날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작년 8∼10월에 물가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게 나타나면서 '기저효과'가 생긴 데다, 올해는 농산물 가격 안정과 국제유가 하락까지 더해졌다는 이유에서다.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대를 기록한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인 1999년(0.8%)과 유가 폭락 및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겹친 2015년(0.7%) 두 번뿐이었다.

2013년부터 작년까지는 2015년을 제외하고 1%대 물가상승률을 기록했다.

정부는 올해 평균 물가상승률을 지난해 말에는 1.6%로 잡았다가, 지난 7월 0.9%로 하향 조정했으나 이마저 실현이 어려워진 상황이다.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올해 한국의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계속 하향 조정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해외 IB(투자은행) 9곳의 올해 한국 물가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8월 말 기준 0.7%로 전월 대비 하락했다. 씨티와 JP모건이 0.5%로 하향 조정해 바클레이스까지 총 3곳이 0.5%를 전망했다. UBS도 물가 전망치를 0.6%로 하향 조정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국내외 36개 기관의 올해 한국 물가상승률 전망치 평균을 보더라도 7월 기준 0.9%에서 8월 기준 0.8%로 0.1%포인트 낮아졌다.

정부는 저물가 상황이 수요 측 요인보다 농·축·수산물, 유가 등 공급 측 요인에서 상당 부분 기인한 만큼 디플레이션 국면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경기 부진 국면에서 시장 내 수요 자체가 위축된 구조적 결과에 따른 것으로 사실상 디플레이션에 집입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급측 원인을 강조한 정부의 시각과 달리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이날 발간한 '9월 경제동향'에서 지난달 역대 가장 낮은 마이너스 물가상승률이 나타난 주요 원인을 ‘수요 위축’이라고 진단했다. 

KDI는 지난달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0.0%를 기록한 것을 두고 “수요위축에 공급 측 기저효과가 더해져 0%까지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KDI는 "최근 우리 경제는 대내외 수요가 위축되며 전반적으로 부진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KDI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경기 상황에 대해 '둔화'라고 진단했고 4월부터 반년째 '부진'이라는 단어를 사용 중이다.

특히 KDI는 소매판매와 설비 및 건설투자가 모두 감소한 가운데 수출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8월 수출은 반도체와 석유류를 중심으로 수출액이 크게 줄면서 9개월째 감소세가 이어졌다. 지난달 수출은 442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13.6% 감소했다. 이 기간 반도체와 석유화학 수출은 각각 30.7%, 19.2% 줄었다.

성기웅 기자 skw42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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