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내 강경 진압으로 3명 사망" 소문…홍콩 정부 "그런 일 없어" 정면 부인
시위대 몽콕 도로 점거하자 경찰 최루탄 쏴 해산
람 행정장관, 홍콩 시위대가 송환법 철회 외 요구한 4가지 사항 사실상 거부

캐리 람 행정장관이 지난 4일 전격적으로 범죄인 인도법(송환법)안 철폐를 공식 선언하고 나섰지만 일부 시위대가 행정장관 직선제 등 나머지 요구를 모두 수용할 때까지 싸우겠다며 다시 거리로 나서 경찰과 충돌했다.

홍콩 정부의 송환법 강행으로 촉발된 시민들의 주말 시위는 14주 연속 이어졌다.

7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이날 저녁 무렵부터 항의의 뜻을 나타내는 검은 옷을 입은 시민 수백명이 몽콕 지역에 있는 프린스 에드워드(太子) 전철역 앞에 모여들었다.

하지만 이전 시위들과 비교했을 때, 비교적 적은 규모의 시위대가 거리로 나왔다.

프린스 에드워드 전철역은 홍콩 시위대 사이에서 경찰의 '과잉 진압'을 상징하는 곳으로 홍콩 경찰은 지난달 31일 이곳에 최정예 특수부대인 '랩터스 특공대'를 투입해 63명을 한꺼번에 체포하며 시위를 집압했다.

이날 시위 진압 과정에서 시민 3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소문이 퍼지자, 소문의 진실을 요구하는 시위대가 프린스 에드워드 전철역에 모여든 것이다. 최소 200명의 시위대는 정부에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홍콩 정부는 해당 소문이 "악의적"이라고 규탄하며, 부인하는 내용을 담은 성명을 발표했다. 정부는 "진정한 대화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시점에서 대중을 오도하고 사회 분열을 일으키려는 무책임한 소문이 확산되고 있어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의 해명을 믿지 않는 시위대는 촛불과 꽃을 들고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몰려든 이들이 점차 많아지자 홍콩 전철 운영사인 MTR은 프린스 에드워드 역을 폐쇄했다. 

군중들은 이후 인근 몽콕 경찰서 앞 도로를 점거하고 거리 시위를 벌였다. 일부 시위대는 거리에서 물건들을 쌓아놓고 불을 붙이기도 했다. 저녁에는 몽콕 경찰서 밖에 모인 시위대가 경찰들을 향해 레이저 포인터를 쏘기도 했으며, 샤틴역 안에서는 시위대가 경찰들을 코너로 몰아넣고 우산 등으로 공격하는 일도 벌어졌다.

프린스 에드워드 전철역 안에서는 경찰과의 충돌로 10명의 시위대가 부상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7명은 병원으로 이송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최루탄을 쏘며 시위대 해산에 나섰다.

앞서 지난 4일 캐리 람 행정장관은 송환법을 공식으로 철회한다는 대국민 선언을 했다. 하지만 람 행정장관은 홍콩 시위대가 송환법 철회 외 요구한 4가지 사항은 사실상 거부했다.

홍콩 시위대는 △송환법 완전 철폐 △경찰의 강경 진압에 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자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등 5가지 사항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시위대는 나머지 요구 사항이 수용될 때까지 시위를 계속해서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시위대는 또 람 행정장관의 법안 철회 결정은 역시 너무 늦었으며, 미약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이날 시위대는 홍콩 국제공항으로 향하는 길목 등의 교통을 방해하는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홍콩 경찰이 공항으로 향하는 도로에 검문소를 세우고, 버스와 열차 안에 탄 승객들의 가방을 수색하는 등 사전 차단 작업을 펼친 덕분에 공항 일대가 마비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성기웅 기자 skw42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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