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백악관 관계자 “남북 관계 개선, 북핵 문제와 별개로 진전 불가능”
日 언론 “文 대통령이 김여정에 핵 개발 포기 요구 하지 않았다”

김정은의 남북정상회담 제안과 평창올림픽 남북공동입장을 바라보는 미국과 일본의 눈초리가 따갑다. 미국과 일본 언론은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제안을 받으며 ‘북한의 비핵화’를 전혀 언급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또 전 세계가 북한에 가하고 있는 경제 제재가 파괴될 것에 대한 우려도 잇달아 나왔다.

김여정이 9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오찬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하는 김정은의 친서를 전달했다.

미국은 북한의 남북정상회담 제안 이후, 이에 대한 별다른 언급 없이 ‘북한에 대한 최대한의 제재’를 강조했다. 10일(미국 현지시간) 백악관 관계자는 “남북 관계 개선이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별개일 수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대변인도 남북정상회담 관련 소식이 전해진 직후 논평을 발표해 “펜스 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에 대해 전 세계 차원에서 최대한의 압박을 이어나가기로 재확인한 데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펜스 부통령은 11일 한국을 떠나면서 북한의 남북정상회담 제안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다만 미국과 한국은 북한이 핵을 포기할 때까지 “북한에 대한 최대한의 경제적 외교적 압박을 위해 한국과 공조할 것”이라고 재차 ‘대북 제재’를 강조했다. 그는 또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때까지 한미일의 대북 제재 공조에는 빛샐 틈도 없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한국이 남북정상회담을 수락하면 북핵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에 대해 미국과의 시각차를 강조하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남북정상회담이 최대 우방이자 군사 동맹인 미국과의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WSJ는 해당 기사에서 평창올림픽을 위해 방한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 김여정과 함께 앉은 자리에서 ‘냉담한’ 표정으로 이들을 지켜봤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또 그동안 미국은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참여하는 의도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음을 짚으며 “한국은 북한과의 대화를 강조했지만, 미국은 계속해서 북한 정권을 고립시키기 위해 압박해왔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도 트럼프 행정부가 연일 북한 정권의 폭압성을 강조하는 중에 남북정상회담 소식이 나와 워싱턴 정치가가 크게 놀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언론은 문 대통령이 김여정의 방북 제안을 받으며 핵 개발 포기 요구를 하지 않은 점을 강조했다.

요미우리신문은 11일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에 직접 핵 개발 포기를 요구하지 않은 것은 간과할 수 없는 문제”라며 “핵 문제에서 진전이 없는 채로 대북 국제포위망을 파괴하는 사태를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북한 핵 문제는 한국의 안보와 직결된다”며 “(비핵화를) 북미대화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촉구해야 한다는 것을 문 대통령이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마이니치신문도 “한반도 비핵화로 연결되지 않는 회담을 의미가 없다”며 “북미대화 중개라는 성과를 내기 위해 서두르는 문 대통령의 태도에서 위험함을 느낀다”고 보도했다. “남북정상회담을 필요로 하는 건 북한”이라고도 지적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 관계자는 북한의 미소외교에 (남북관계가) 날아오르고 있는 형국"이라며 북한이 한국을 끌어들여 한미일 대북공조를 무너뜨리려는 의도라는 우려가 일본 정부 내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은 남북정상회담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중국 매체들은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면 문 정권의 진정한 외교성과”라는 평가를 앞 다퉈 내놓고 있다.

이슬기 기자 s.l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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