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행정장관, 민주화 시위 촉발한 ‘송환법' 공식철회...4가지 요구사항은 수용 거부
홍콩 행정장관, 민주화 시위 촉발한 ‘송환법' 공식철회...4가지 요구사항은 수용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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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 람 행정장관 발표...총파업·동맹휴학·불매운동 등 전방위로 확산되는 반발 우려한 듯
다만 4가지 요구사항 수용 않겠다는 뜻 밝혀 시민들 반응 부정적
‘홍콩의 중국화’ 맞서는 시위 취지 따라 직선제 수용까지 계속될 전망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연합뉴스

홍콩의 민주화 시위를 촉발한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이 4일 공식 철회됐다.

홍콩 행정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은 이날 오후 6시 녹화 연설을 내보내며 홍콩 시위대의 첫 번째 요구조건을 수용해 송환법을 철회하겠다고 발표했다. 홍콩 매체들과 방송국은 일제히 람 장관의 영상을 보도했다. 6시 30분에는 영어로 된 발표 영상도 추가로 공개됐다.

람 장관은 영상에서 "송환법을 공식 철회한다"면서 "두 달 동안 일어난 시위는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줬다. 시위대의 5가지 요구와 관련, 나는 이미 이 법안을 보류하고 이 법안이 죽었다는 것을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이어 람 장관은 "소수 사람이 일국양제(一國兩制) 원칙과 국가 주권에 도전하고 있지만 폭력은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폭력을 멈추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폭력을 언급한 람 장관이 송환법 철회를 결정한 데는, 홍콩 행정의 무력화를 면하기 위한 의사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시위는 공격적으로 격화하는 한편, 21개 업종 총파업(罷工), 동맹휴학(罷課), 불매운동(罷市) 등 사회 전방위로 확산되며 투쟁의 장기화를 예고했다.

18일 오후(현지시간) 홍콩 완차이역 인근에서 송환법에 반대하고 경찰의 강경 진압을 규탄하는 대규모 도심 집회에 참가한 홍콩 시민들이 정부청사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연합뉴스

송환법 완전 철회는 반정부 시위대의 5가지 핵심 요구 사항 중 하나다. 송환법은 중국을 포함해 대만·마카오 등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지역에도 사안별로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야당과 시위대는 중국 정부가 이 법을 악용해 반(反)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할 수 있다는 이유로 강력하게 반대했다.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시위 양상은 송환법 철회에서 전반적인 홍콩의 독립화 운동으로 발전했다. 시위대는 △송환법 완전 철폐 △경찰 강경 진압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과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총 5가지를 요구했다.

이 가운데 직선제는 중국과의 독립을 염원하는 시민들의 염원이 반영돼 있다. 중국 본토가 관여하는 홍콩의 간선제에선 ‘중국 공산당을 사랑하는 인사’만이 후보자로 공천된다. 이날 88일째를 맞아 최장 기간, 수차례 100만명 이상을 동원해 최대 규모로 발전한 이 시위만큼 홍콩 시민이 중국에서의 독립을 얼마나 원하는지 더 잘 드러내는 사례는 없을 것이다.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자가 지난 2일 홍콩 몽콕 경찰서 밖에서 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제압되고 있다./연합뉴스

다만 람 장관은 이날 다른 4가지 요구는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한 경찰의 진압 과정 조사는 홍콩 경찰 감시 기구인 경찰민원처리위원회(IPCC)가 맡을 것이라고 밝혔다.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과 불기소는 법치주의에 어긋난다며 거부했다.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에 대해서는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실용적으로 접근하지 않을 경우 사회를 분열시킬 수 있다"고 하면서 당장 수용할 뜻이 없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홍콩 시민들을 만나 불만이 무엇인지 듣고 홍콩 사회 갈등의 뿌리 깊은 원인이 무엇인지 조사하겠다고 했다.

이러한 발언을 고려하면 홍콩의 대규모 시위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홍콩 시민들은 이날 발표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송환법 공식 철회는 시위대의 요구사항 중 1가지에 불과하며, 경찰의 반민주적 강경 진압을 조사할 독립된 특별조사위 구성 등 4가지 사항도 반드시 관철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6월 9일부터 시작된 이번 시위를 통해 체포된 사람은 1천 명을 넘는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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