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 3일 심야에 긴급 표결 부쳐 법안 통과...집권 보수당 의원 탈당해 야당에 붙기도
보수당 의원 21명마저 존슨에 반대표
존슨, 조기총선 추진해 브렉시트 밀어붙인다는 입장에 변화 없어

3일(현지시간) 하원에서 발언하는 보리스 존슨(앞) 영국 총리./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하원에서 발언하는 보리스 존슨(앞) 영국 총리./연합뉴스

유럽연합(EU)과의 노딜을 선언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에게 의회가 제동을 걸었다. 존슨 총리가 주력하는 브렉시트를 막기 위한 결의안을 3일(현지시간) 밤 10시쯤 통과시키면서다. 여당인 보수당 21명마저 이 결의안에 찬성하면서 여당은 과반을 상실했다. 존슨 총리는 조기 총선을 실시해 노딜을 밀어붙이겠다는 입장이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이날 하원은 ‘상시 명령 24조(Standing Order·SO 24)에 따른 긴급토론 뒤 의사 일정 주도권을 내각에서 하원으로 가져오는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다. 그 결과 21명의 보수당 의원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찬성 328표 대 반대 301표로 통과됐다. 존슨 총리는 앞서 2일 기자들에게 “이 안이 통과된다면 영국이 스스로 다리를 절단하는 것과 같은 일”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제 하원은 다음날인 4일 영국이 합의 없이 EU에서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 저지를 위해 마련한 법안을 정식 표결에 부치기로 했다. 법안은 EU 정상회의 다음날인 내달 19일까지 영국 정부가 EU와 브렉시트 합의에 도달하거나, 노딜 브렉시트에 대한 의회 승인을 얻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영국 정부는 브렉시트 시한을 올 10월 31일에서 2020년 1월 31일까지 3개월 연기해 달라는 서한을 EU에 보내야 한다.

노딜 브렉시트 강행 의지를 밝혀온 존슨 총리는 이날 표결 직후 “하원이 EU와의 협상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브렉시트 시한을 더 연기할 수 없는 만큼 다음 달 조기 총선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영국의 차기 총선은 2022년에 열린다. 존슨 총리가 다음 달 총선을 앞당겨 실시하려면 하원 3분의 2 이상 지지를 받아야 한다. 또 조기 총선이 실시되려면 오는 9일까지 의회를 해산해야 한다.

하지만 보수당은 이날 표결로 과반 의석을 상실해 존슨 총리는 정국 주도권을 야당에 내줬다. 야당은 브렉시트 시한 연장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조기 총선에 찬성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당초 제1야당인 노동당은 조기 총선 실시를 요구해왔지만 최근 들어 변화 기류가 돌고 있다. 좌파 성향의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에 대한 중산층의 거부감이 큰 것으로 감지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조기 총선을 치렀다가 승리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

이같은 연유에서 존슨 총리는 사실상 다음 달 19일까지 EU와 브렉시트 합의를 보거나 내년 1월 말까지 다시 브렉시트를 연장하게 됐다. 존슨 총리가 제2의 브렉시트 국민투표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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