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대동기 임무영 서울고검 검사, 현직 검사 중 처음으로 '조국 사퇴' 공개요구
"반대여론 없을 거란 오해 두려워 조국 반대 검찰 있다는 사실 알리려 글 쓴다"
"과거 다른 후보자들이라면 사퇴했을 것...그 분들에 쏠렸던 의혹들 모두 합해도 조국보단 가벼울 것"
'조적조' 트위터 거론하며 "검찰 수사받는 법무부 장관 후보가 검찰 개혁한다고 하는 게 가능한가"
조국 2007년 '오상방위 에피소드' 소개하며 "자기확신 강해...법무행정 맡을 자격 없어"
"법무부 장관 됐을 때 검찰・법무부 역할 달라진다면 정말 웃긴 일...스스로 물러나 자신과 가족 지키라"

임무영 서울고등검찰청 검사
임무영 서울고등검찰청 검사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임명을 공개적으로 반대하면서 사퇴를 촉구하는 주장이 검찰 내부에서도 처음으로 나왔다. 조 후보자 일가의 각종 비리의혹에도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가 임명 강행 수순을 밟으면서, 이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검찰 내부에서까지 불거진 셈이다. 반대 주장을 처음으로 공개 제기한 검사는 조 후보자와 서울대 법대 82학번 동기인 것으로 알려져, 사퇴 요구가 점차 확산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임무영(56・사법연수원 17기) 서울고검 검사는 4일 오후 이프로스(검찰 내부 통신망)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지금 대학가에서 어린 학생들까지 나서 조 후보자 임명을 반대하는 마당에, 우리가 손을 놓고 있으면 조 후보자가 ‘검찰은 자신의 임명을 반대하지 않는구나’ 하고 오해할까 두려워 조 후보자를 반대하는 검찰 구성원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글을 쓴다”며 그의 사퇴와 검찰 수사 수용을 요구했다. 임 검사는 2013년엔 국가정보원의 선거 개입 관련 내용을 수사하던 윤석열 당시 특별수사팀장(현 검찰총장)을 비판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던 검사다.

“수사 대상자가 검찰 개혁해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겠다고 해...이게 가능한 일인가”

임 검사는 “(조 후보자의) 의혹들 중 굵직한 것만 골라도 자녀의 입시비리, 웅동학원 관련 토지매매대금 포탈, 사모펀드와 투자금 의혹 등 세가지가 있다. 과거 다른 후보자들이라면 그 중 한 가지 정도의 의혹만으로 사퇴했을 것”이라며 “조 후보자보다 더 무거운 의혹을 받았던 분들은 없습니다. 아니, 그 분들에게 쏠렸던 의혹들을 모두 합해도 조 후보자 혼자 야기한 의혹보다는 가벼울 것 같다”고 개탄했다.

임 검사가 거론한 '조적조' 트위터 시리즈 중 일부.
임 검사가 거론한 '조적조' 트위터 시리즈 중 일부.

‘조적조(조국의 적은 조국)’ 트위터 시리즈까지 거론하기도 했다. 탄핵당한 관리의 무고함 증명을 거론한 것과 우병우, 조윤선 등 인사들을 거론하며 ‘직을 내려두고 수사를 받아라’고 주장한 글이었다. 임 검사는 “조 후보자는 사퇴는 커녕 검찰개혁이 자신에게 맡겨진 짐이라며, 검찰 수사를 받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을 개혁함으로써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겠다고 순교자적 다짐을 한다. 이게 과연 가능한 일인지 묻고 싶다”고 개탄했다.

조 후보자 일가 수사와 관련한 부분도 거론됐다. 임 검사는 “조 후보자에 대해서는 다수의 의혹이 제기되었고, 법무부장관이란 누가 보더라도 수사에 영향을 주지 않겠다는 말을 믿을 수 없는 자리인 만큼 기존에 장관으로 재임 중이었다 해도 사퇴하는 게 옳다”고도 했다. 사퇴가 아니라 새로이 법무부장관으로 취임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이며,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앉아있는 그 자체가 수사에 영향을 주는 행위라는 것이다. 법무부 장관은 검찰 인사와 행정 등 다수 사안에 개입할 수 있다. 임 검사는 “말을 듣지 않는 검사에게는 ‘너 나가라’라고 말하겠다고 공언한 법무부 장관이라면 더 그렇다. 취임 사실 자체가 수사팀에 대한 ‘묵시적’ 협박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후보자, 자기확신 굉장히 강해...법무행정 맡을 자격 없는 사람”

조 후보자의 ‘오상방위’ 에피소드도 소개됐다. 조 후보자가 2007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있을 시절, 오상방위 개념(객관적 사실이 존재하지 않는데도 행위자가 그렇다고 믿고 위법한 행위를 했을 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느냐와 관련된 문제)을 모르는 듯 “오상방위가 기재되지 않은 현암사 법전은 파본”이라고 한 답을 내놔 논란이 됐던 일이다. 오상방위는 조문에는 없는 강학 상 개념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 검사는 “이 에피소드 포인트는 조 후보자가 오상방위 개념을 몰랐다는 게 아니다. 법전에서 오상방위 조문을 못 찾자 자신이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지 않고 단정적으로 법전이 파본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라며 “조 후보자는 자신이 틀렸을 가능성을 용납하지 못하는 자기확신이 굉장히 강한 사람이다. 이런 점에서 조 후보자는 올바른 법률가가 아님은 물론 법무행정을 맡을 자격 역시 없는 사람”이라고 꼬집었다.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8일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물을 마시려 하고 있다. (사진 = 김종형 기자)
후보자 시절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물을 마시려고 하는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사진 = 김종형 기자)

당초 정치권에서는 ‘검찰 개혁’을 비롯, 검찰 수사 권한을 줄이려는 조 후보자에 ‘검찰을 사랑하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반기를 들었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날 임 검사도 “조 후보자는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줄 것인가 여부에 대해서도 과거와 말이 다르다”며 “이렇게 자신의 무오류성에 대한 확신이 강한 2005년의 조국이 법무부 장관이 됐을 때와, 2019년의 조국이 법무부 장관이 됐을 때 대한민국 법무, 검찰, 형사사법의 모습이 달라진다면, 조국 심경변화에 따라 검찰과 법무부 역할이 달라진다면 정말 웃긴 일”이라고 우려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는 조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에 앉아 법무 행정을 지휘한다면 큰 악영향이 야기될 것이라는 얘기다.

임 검사는 “옛말에, 그릇이 되지 않는 사람에게 과분한 자리를 맡기는 것은 그가 받을 화를 크게 만들기 위함이라는 말이 있다”며 “조 후보자는 이미 과분한 자리를 노리다가 스스로 화를 자초했다. 그것도 일가족 전체에 화가 미치는 모양새여서 참 안타깝다. 조 후보자가 지금이라도 족함을 알고 스스로 물러나 자신과 가족을 지켰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거듭 사퇴를 요구했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아래는 임무영 서울고검 검사가 검찰 내부 통신망에 남긴 글 전문(全文).>

6개월 간의 정책연수를 마치고 오늘 복귀했습니다. 복귀하자마자 처음 쓰는 글이 이런 것이라 마음이 그다지 좋지는 않네요.

해외에 있을 때는 국내 상황이 걱정되더니, 귀국 후에는 검찰의 사정에 신경을 쓰게 되더군요. 제일 궁금했던 것은 작금의 사태에 대한 선후배 여러분들의 반응이었습니다. 그런데 이프로스에 들어와 보고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이렇게 아무 언급이 없을 줄은 몰랐네요. 어차피 조국 후보자가 장관으로 임명될 테니, 장관한테 밉보여서 괜히 손해를 자초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으로 이러는 거라면 참으로 실망스럽습니다. 이러고도 검찰이 정의를 논할 자격이 있을까요? 

지금 대학가에서 어린 학생들까지 나서서 조 후보자의 임명을 반대하는 마당에, 우리가 손을 놓고 있으면 조 후보자가 검찰은 자신의 임명을 반대하지 않는구나 하고 오해할까 두려워 조 후보자를 반대하는 검찰 구성원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조국 후보자는 저와 대학 동기입니다. 그러니 아마도 검찰 내에서는 제가 가장 오래 전부터 알아온 축에 속할 겁니다. 하지만 제가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조국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까지 굳이 이야기할 필요는 없겠지요. 여러분들도 다 아실 내용만 가지고 말해 보겠습니다. 

언론에 보도되는 조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은 하도 많아서 까도, 까도 또 의혹이 나온다는 의미로 강남양파니, 까도남이니 하는 호칭이 붙었고, 매일 아침마다 각 언론사가 경쟁적으로 내놓는 단독 보도들 때문에 조 후보자의 호가 "단독"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 의혹들 중 굵직한 것만 골라도 자녀의 입시비리, 웅동학원 관련 토지매매대금 포탈, 사모펀드와 투자금 의혹 등 세 가지가 있습니다. 과거의 다른 후보자들이라면 그중 한 가지 정도의 의혹만으로도 사퇴했을 겁니다. 

안대희 총리후보자는 변호사 개업 후 수임료가 과다하다는 이유만으로 사퇴했습니다. 문창극 총리후보자는 교회에서 장로 신분으로 강연한 내용이 국민감정을 자극했다는 이유로 사퇴했고요. 박희태 법무부장관은 딸의 편법입학 의혹만으로 장관직을 내려놓았습니다. 멀리 갈 것도 없습니다. 조 후보자가 민정수석 시절 인사검증을 담당해 장관후보자가 되었다 사퇴한 분들 가운데 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를 비롯해 조 후보자보다 더 무거운 의혹을 받았던 분들은 없습니다. 아니, 그 분들에게 쏠렸던 의혹들을 모두 합해도 조 후보자 혼자 야기한 의혹보다는 가벼울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조 후보자는 사퇴는커녕, 검찰개혁이 자신에게 맡겨진 짐이라며 검찰 수사를 받는 법무부장관이 검찰을 개혁함으로써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겠다고 순교자적인 다짐을 합니다. 이게 과연 가능한 일인지 묻고 싶습니다. 

조 후보자는 트위터를 통해 정말 옳은 이야기들을 많이 해서, 지금 수많은 사람들이 조 후보자의 과거 트위터 발언 검색 놀이를 하고 언론도 그 내용을 보도하고 있습니다. 혹자는 논어나 탈무드보다 더 진리를 담고 있다면서 조국어록을 출판하자고도 하고, 조위터, 조로남불, 조적조 같은 신조어까지 유행하고 있습니다. 

그 내용을 몇 개만 보지요. 

조 후보자는 2015년 4월 12일 트위터에서 "조선시대 언관(言官)에게 탄핵당한 관리는 사실 여부를 떠나 사직해야 했고, 무고함이 밝혀진 후 복직했다. '성완종 리스트' 주인공들의 처신은 무엇일까?"라고 쓴 일이 있습니다. 당시 이완구 국무총리를 두고 한 말입니다. 현대에는 언관이 없으니 여기서 조 후보자가 거론한 언관은 당연히 언론이지요. 이 총리는 같은 해 4월 21일에 사표를 제출했고, 27일에 사표가 수리된 후 조사 및 재판을 받았으며, 결국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되었습니다. 이 총리는 결과적으로 무죄였던 범죄사실이 의혹으로 제기됐을 때 총리 자리를 던지고 민간인 자격으로 수사와 재판을 받았습니다. 

조 후보자는 2017년 1월 11일 트위터에서는 "도대체 조윤선은 무슨 낯으로 장관직을 유지하면서 수사를 받는 것인가? 우병우도 민정수석 자리에서 내려와 수사를 받았다"라고 썼습니다. 조윤선 전 장관은 장관직을 유지한 상태로 조사받다가 같은 해 1월 21일에 구속됐습니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조 후보자의 말대로 민간인 신분으로 수사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어떤가요? 조 후보자는 "언관에 탄핵당"하고 있음에도 "사실 여부를 떠나 사직"하기는커녕, 새로이 장관에 취임하려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법무부장관에 말입니다. 조윤선처럼 장관직을 유지하는 정도도 아니고 새로 취임한다는 겁니다. 

저는 사실 조 후보자의 트위터 발언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모든 공직자가 의혹만으로 사퇴해야 한다면 남아나는 공무원이 없을 겁니다. 그러나 적어도 수사에 영향을 줄 권한을 가진 자리나,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는 자리에 앉은 공무원이라면, 어느 정도 신빙성 있는 의혹이 제기된 경우 일단 사퇴하고 민간인 신분으로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국무총리나 민정수석은 수사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 자리이니 사퇴하는 게 맞지요.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으니 사퇴가 의무일 필요는 없습니다. 

이런 기준으로 볼 때, 조 후보자에 대해서는 다수의 의혹이 제기되었고, 법무부장관이란 누가 보더라도 수사에 영향을 주지 않겠다는 말을 믿을 수 없는 자리인 만큼 기존에 장관으로 재임 중이었다 해도 사퇴하는 게 옳습니다. 조 후보자의 기준이 아니라 좀 더 강화된 제 기준에 의하더라도 말입니다. 하물며 사퇴가 아니라 새로이 법무부장관으로 취임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지요. 자신에 대한 수사 보고를 받지 않겠다는 정도로 영향력 행사가 없었다고 믿으라는 건가요? 그 자리에 있는 것이 바로 수사에 영향을 주는 행위입니다. 말을 듣지 않는 검사에게는 '너 나가라'라고 말하겠다고 공언한 법무부장관이라면 더 그렇습니다. 법무부장관에 취임한 사실 자체가 수사팀에 대한 "묵시적" 협박인 겁니다. 

시중에는 조 후보자와 관련된 세 가지 의혹에 대해 이미 결론이 정해졌다는 말도 떠돕니다. 딸의 입시비리는 공소시효가 지났거나, 부인 정경심 씨 개인의 행위로 정리하고 조 후보자는 무혐의, 웅동학원은 동생 조권 씨 개인의 행위로 정리하고 조 후보자는 무혐의, 사모펀드는 해외로 출국한 조카 조범동 씨가 소재불명이어서 참고인 중지, 또는 조후보자는 불입건할 예정이라고 말입니다.   

정의는 실현되는 결과가 공정해야 하지만, 실현되는 방식 역시 정의로와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절차적 정의가 실체적 정의만큼 중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지금 검찰이 조 후보자와 관련된 내용을 열심히 수사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만약 조 후보자가 법무부장관으로 재직하는 상황에서 조 후보자에 대한 사건이 시중의 예상처럼 결론 내려진다면 설사 그게 진실이라 하더라도 누가 그 결론을 믿겠습니까? 이완구 전 총리, 우병우 전 민정수석 같은 분들은 그런 의구심을 없애기 위해 사퇴한 것입니다. 

조 후보자는 더 이상 다른 공직을 탐하지 않겠다고 하기 전에, 우선 법무부장관이라는 공직부터 탐하지 말고 자연인의 입장에서 검찰 수사에 임하여야 합니다. 그래야 수사 결과에 대한 시중의 오해를 불식할 수 있을 것이고, 검찰 역시 조 후보자가 2017년 3월 22일 트위터에서 말했듯이 "정무적 판단"을 하지 않고 진실을 추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조 후보자에 대해 불기소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국민들은 누구도 그 결론을 믿지 않아 분쟁은 끝없이 계속될 것이고, 혹시라도 조 후보자의 혐의가 인정되는 안타까운 결론이 내려진다면 검찰에 구속되는 현직 법무부장관이라는 사상 초유의 비극적 사태가 발생할까 두렵습니다. 

하지만 조 후보자를 지지하는 분들은 또 이런 말을 합니다. 의혹은 누명에 불과하고, 조국은 사법개혁을 완수할 적임자로서 그만한 사람이 없다. 그러므로 반드시 법무부장관이 되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저는 그런 측면에서도 조 후보자는 법무부장관의 자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많이 보도된 오상방위 에피소드가 있지요. 조후보자가 강의 중에 오상방위가 기재되지 않은 현암사 법전을 파본이라고 했다는 이야기 말입니다. 

사실 저는 정당방위, 과잉방위, 오상방위를 패키지로 외웠기 때문에 오상방위가 조문에 있는지 없는지 잘 기억 못했습니다. 그래서 오상방위가 조문에 없는 강학상 개념이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해서 무식하다고 비난하는 것은 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좀 더 준비를 하지 않은 불성실에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조후보자는 예전에는 그런 일이 있었던 사실 자체를 부인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제는 그게 자신의 수업 방식 때문이라고 변명하는 걸 보면 오상방위 에피소드의 존재는 인정하는 듯하네요. 아마 그 변명은 파본 부분이 없었으면 먹힐 수도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이 에피소드의 포인트는 조 후보자가 오상방위의 개념을 몰랐다는 게 아닙니다. 조 후보자가 법전에서 오상방위 조문을 못 찾자, 자신이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지 않고 단정적으로 법전이 파본이라고 말했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법률가에게 교차검증을 통한 오류의 시정은 필수적인 일입니다. 저는 비록 결재자와 의견이 합치되지 않아 다투는 일이 있더라도 결재라는 과정을 통해 오류를 시정할 기회가 늘어난다는 점에서 항상 결재 제도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1999년에 대검에서 평검사들을 상대로 전결제도에 대한 의견을 조회했을 때, 서울지검에서 전결제도 폐지를 주장한 유일한 검사가 저였다고 알고 있습니다. 법률가는 늘 자신이 틀렸을 가능성을 인식해야 하고, 교차검증의 기회를 고마워 하는 것이 기본 자세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조 후보자는, 자신이 틀렸을 가능성을 용납하지 못하는, 무오류성에 대한 자기 확신이 굉장히 강한 사람입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조 후보자는 올바른 법률가가 아님은 물론 법무행정을 맡을 자격 역시 없는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이 법무행정을 통할한다는 건 정말 두려운 일입니다.   

조적조라는 말처럼 과거의 조국이 했던 말과 현재의 조국이 하는 말은 모순이 많지요. 물론 사람은 세월이 지나면서 변화할 수밖에 없고, 변화하지 않는 사람은 오히려 두뇌가 화석화된 꼰대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어떤 변화도 그게 퇴화가 안되려면 변화하는 합리적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조 후보자는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줄 것인가 여부에 대해서도 과거와 현재의 말이 다릅니다. 그리고 그 의견이 바뀐 이유는 시대 상황이 바뀌었다는 말밖에 없지요. 시대 상황이 어떻게 바뀌었다는 것인지, 시대 상황이라는 게 대통령의 뜻을 말하는 것인지는 설명하지 않습니다. 2005년과 2019년 사이에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줘도 경찰국가화의 위험이 커지지 않을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궁금한데도 말입니다. 

솔직히 저는 조 후보자가 주장하는 사볍개혁이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자신의 무오류성에 대한 확신이 강한 2005년의 조국이 법무부장관이 됐을 때와, 2019년의 조국이 법무부장관이 됐을 때 대한민국 법무, 검찰, 형사사법의 모습이 달라진다면, 조국의 심경 변화에 따라 검찰과 법무부의 역할이 달라진다면 정말 웃긴 일이겠지요. 예측가능성을 생명으로 여겨야 할 법질서 수호 기관에서 말입니다. 

이런 태도를 지닌 사람이 법무부장관의 자리에 가서, 자신이 뭘 모르는지조차 모르는 상태에서 법무행정을 지휘한다면, 그가 초래할 악영향은 얼마나 클지 상상하기도 힘들 정도입니다. 

옛말에, 그릇이 되지 않는 사람에게 과분한 자리를 맡기는 것은 그가 받을 화를 크게 만들기 위함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조 후보자는 이미 과분한 자리를 노리다가 스스로 화를 자초하였습니다. 그것도 일가족 전체에 화가 미치는 모양새여서 참 안타깝습니다. 조 후보자가 지금이라도 족함을 알고 스스로 물러나 자신과 가족을 지켰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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