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후 우리의 건국과 부국의 노력이 이렇게 무너질 수는 없다. 대한민국은 다시 정상진로를 반드시 찾을 것이다"

정재호 인천대학교 석좌교수
정재호 인천대학교 석좌교수

블룸버그통신의 아시아 경제담당 칼럼리스트인 슐리 렌(Shuli Ren)이 한 때 아시아의 호랑이였던 한국경제는 현재 개집 안에 있는 신세(Korea is now in the doghouse.) 라고 평가한 것이 지난 7월 19일이니 이미 두 달로 접어들고 있다. 주식시장은 아시아에서 파키스탄 다음으로 최악의 성적을 내고 있으며, 원화의 연중 수익률은 아시아에서 꼴찌라고 밝혔다. 하지만 렌은 더 심각한 문제는 한국 내부에 있다며, 지난 2년간 진행된 문재인 대통령의 사회주의 실험들이 활력 있던 한국 경제의 야성을 빼앗아 갔다고 진단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사회주의 실험은 이미 38년 전 실패가 역사적으로 증명된 프랑스의 미테랑 대통령 ( 재임기간 1981년~95년)의 사회주의 실험을 놀랍게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81년 5월 사회당의 미테랑 대통령이 당선된 후 급진적인 개혁을 추진했다. 최저임금 인상(전년 비 15%), 주 39시간으로 노동시간 단축, 연 5주간의 유급휴가, 노동자의 경영권 참여 보장, 공공기관의 20만 명 신규 채용, 주택수당, 가족수당, 노령연금을 대폭 올리며 사회보장도 강화했다. 그런데 미테랑의 사회주의 꿈은 현실 장벽 앞에서 채 2년도 안되어 허무하게 무너졌다. 가중되는 실업과 인플레 압박, 성장 없는 분배에 따른 재정적자는 중산층의 불만에 가로 막혔다. 대중의 저항에 부딪치자 그는 미련 없이 사회주의 정책을 포기하고 시장경제로 급선회했다. 좌로 집권하고 우로 통치한다는 치욕적인 비판도 감수했다.

정상적인 지력을 가진 정부라면 문재인 정부도 이제 사회주의적 꿈에 사로잡힌 정책실험이 현실에서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고 35년 전 미테랑 대통령이 하였던 것과 같이 차분히 정책변화를 모색할 시기이다.

최근 경제상황을 보면 민간 투자 증가율이 5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이대로 간다면 잠재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수출도 세계 10대 수출대국 중 감소 폭이 가장 크고 이에 따라 경상수지 흑자규모도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실업자 수는 지난 7월 기준으로 거의 110만 명으로 7월 기준 IMF 외환위기 이후 최대이고 여기에 정부가 임시처방으로 내 놓은 노인 알바 일자리 61만 명을 더하면 실질적인 실업자는 170만 명이 된다. IMF 외환위기 이후 최대의 실업이다. 자본의 급격한 해외 유출로 원화의 약세도 심상치 않아 이대로 가면 금년도 일인당 GDP는 다시 3만 불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예견된다.

건국대통령 이승만이 1920년대 하와이에서 독립운동을 할 때 발행했던 <태평양 잡지>에 1923년 3월호에 게재한 공산당의 당 부당이란 글에서 당시 1917년 레닌의 공산혁명 이후 전 세계 정치인 지식인들이 '러시아의 유토피아'를 찬양할 당시, 이승만은 공산주의를 예리하게 비판하였다.

"공산당주의가 이 20세기에 나라마다 사회마다 아니 전파된 곳이 없어, 혹은 공산당이라 사회당이라...그 풍조의 촉감을 받지 않은 자가 없도다. 인민의 평등주의라...평등을 만들자는 주의는 대저 옳으니, 이는 적당한 뜻이라 하겠고,...공산주의 중 시세에 부당한 것을 말한 진대, (1)재산을 나누어 가지자 함이라...부지런한 사람들이 부지런히 일하야 게으른 가난장이를 먹이어야 될 것이오, 이 가난장이는 차차 수효가 늘어서 장차는 저마다 일 아니하고 얻어먹으려는 자가 가득 할 것이며, (2)자본가를 없이하자 함이라. 부자의 양반 노릇하는 폐단은 막히려니와, 재정가들의 경쟁이 없어지면 상업과 공업이 발달되기 어려우니, 사람의 지혜가 막히고,...지금 이용하는 모든 물건이 다 진보되지 못하며, 물질적 개명이 중지될지라." 공산주의가 망한 지가 한참 지난 지금 정부가 이승만의 이런 혜안을 십 분의 일이라도 이해할까?

해방 후 미군정의 조사에 의하면 남한사회에서 공산주의를 원하는 자가 6%, 이를 포함하여 사회주의를 원하는 자가 전체의 78%나 된다고 하였다. 이 시점에서 이승만은 공산주의는 틀렸다며 자유시장경제가 인류의 발전에 기여한다는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이를 과감히 채택하였고 이는 그 후 경제발전의 기반이 된 것은 주지하는 사실이다. 자유시장 경제체제를 선택한 대한민국은 1988년 올림픽을 통해 번영을 세계에 과시하였고 이어서 고르바초프의 쏘련은 공산주의의 실패를 인정하고 해체되었다. 공산주의의 종주국인 러시아는 우리에게 수교를 원하며 30억불의 차관을 요청한 역사적 사실은 인류번영의 길이 어디에 있는 지를 웅변하고 있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더글라스 노스(D. North)는 오늘날 서구의 번영은 산업혁명도 아니고 아담 스미스의 분업도, 슘페터의 기술혁신도, 칼 막스의 자본의 축적도 아니고 경제적 번영을 가능케 한 제도에 있다고 주장하였다. 자유시장 경제체제, 사유재산권 보호, 이를 뒷받침할 법치주의가 바로 그 것이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은 개발도상국가의 맏형으로 세계가 부러워하는 경제 발전도 이루었고 민주화도 동시에 달성했다. 세계은행은 한국이 경제 성장과 소득분배를 모두 성공적으로 이룩한 나라라고 칭찬했고 많은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국가들은 서로 한국을 배우는데 열중하였다.

필자는 전 경제수석, 전 KDI원장, 전 경제부처 차관들 13명으로 구성된 대규모 고위자문단을 이끌고 콩고민주공화국의 국가발전전략을 수립한 경험이 있다. 인구 8,000만, 국토면적이 남한의 23배나 되고 각종 지하자원이 너무나 풍부한 대국의 대통령 조세프 까빌라는 필자의 보고를 받은 후 필자의 손을 꼭 잡고 "정박사님 우리 콩고도 한국처럼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다면 그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말을 들은 기억이 뚜렷하다. 우리가 잘나서 이런 대접을 받았는가? 이는 오직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이 세계의 부러움을 샀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이 프로젝트는 자원외교가 도마에 오른 후 정부 인사들의 기피로 실행에까지 이르지 못하였다.

이렇게 세계의 칭송대상이던 대한민국이 이젠 블룸버그통신이 개집 안에 있는 신세가 되었다고 평가한다. 해방 후 우리의 건국과 부국의 노력이 이렇게 무너질 수는 없다. 대한민국은 다시 정상진로를 반드시 찾을 것이다.

기업 활동은 수많은 제약을 가하며 노동에는 한없이 관대한 정부, 수많은 경제법령에서 기업 활동과 관련하여 형사 처벌규정을 두어 기업 활동은 위축시키며 모자라는 일자리는 적자재정으로 알바성 일자리나 제공하는 이런 정책은 지속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경제공동체니 묵시적 청탁이니 하는 죄형법정주의의 근본을 부정하는 사법제도는 절대로 계속되어질 수 없다. 우리가 지금까지 추구해왔던 자유시장경제, 법치주의와 전면 배치되는 현상은 결코 계속될 수 없을 것이다.

정재호 인천대학교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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