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세금으로 서울시와 민노총 갈등 땜질되는 모양새
현재 쓰는 민노총 사무실도 사실상 무상으로 운영 중...한노총도 23억 지원받아
노총만을 위한다는 점에서 관련 근로법 취지에도 맞지 않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3일 오후 서울 중구 민노총 사무실을 방문했다./연합뉴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3일 오후 서울 중구 민노총 사무실을 방문했다./연합뉴스

서울시가 내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서울본부 사무실 증축 등에 세금 72억원을 투입하는 것으로 4일 밝혀졌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최대 규모인 이 액수는 서울시 자체 지원으로도 역대 최대액이다. 그러나 특정 노동 단체 지원은 ‘근로자 복지 시설 운영법’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돼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8월 22일 민노총이 새로 쓸 사무실 마련을 위해 ‘강북 근로자복지관 증축 및 리모델링 공사 설계’ 용역을 공모했다. 지역 노동자들의 인권 보호와 근로 복지 향상을 위한다는 취지를 밝히고 있다. 대상지는 마포구 아현동에 있는 서부수도사업부 건물(지하1층~지하4층)로 2016년 이후 비어 있는 상태다. 서울시는 기존 5층의 가건물을 철거하고 1개 층을 수직으로 증축, 엘리베이터 신규 설치, 또 전층을 리모델링한다는 방침이다.

용역안에 따르면 건물 1층에는 노동상담실과 민노총 본부사무실, 본부장·부본부장실이 들어선다. 2층에는 교육 세미나실 3~4층에는 중·소 규모의 민노총 산하 사무실, 5층에는 행사를 위한 대강당이 마련된다. 서울시는 설계비 3억1800만원, 공사비 62억400만원을 포함해 전체 사업비 72억원을 내년 예산안에 반영할 계획이다. 올해는 이미 건물 관리·운영비로 1억2000만원을 지원했다.

지난 2017년 사무실 증축과 관련해 이어진 서울시와 민노총 간 갈등이 시민들의 세금으로 땜질되는 모양새다. 당시 민노총은 "각 산별노조 지역 본부들을 입주시키려면 공간이 부족하다"며 2개 층 증축을 요구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예산 부담에 난색을 표하며 거부했다. 하지만 2년이 지나 결국 "2개 층을 증축할 경우 사업비만 100억원 이상이 들 것으로 추산돼 1개 층 증축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오는 11월 5일 설계 당선작을 정하고 이르면 내년 말 입주할 계획이다.

현재 민노총 서울본부는 은평구 녹번동 건물을 쓰고 있다. 지난 2011년 12월 입주 당시 시설 보수비로 3000만원을 지원받았다. 또한 강북 근로자복지관 사업 운영을 민노총에 맡기면서 건물 임대료를 받지 않았다. 사실상 무상으로 사무공간을 제공한 것이다.

서울시는 한노총 사무실도 지원하고 있다. 한노총은 지난 1992년부터 지하 1층·지상 5층 규모의 영등포구 서울 근로자복지관을 맡아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이 건물 리모델링과 1개 층 증축 공사에 시비(市費) 23억원을 썼다.

서울시는 “지자체가 근로자를 위한 복지 시설을 설치할 수 있다”는 근로복지기본법 제28조와 서울시 노동자복지시설운영에 관한 조례를 근거로 이들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문제는 근로자 전체를 위한 복지 시설이 아니라, 조합원 100만명이 넘어 권력화된 각 노총을 지원하는 데만 거액의 세금을 투입한다는 점이다. 해당 근로법의 취지와 맞지 않다는 인식은 서울시 내부에도 자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각 근로자 복지관에서 운영하고 있는 법률 상담, 근로자 복지 프로그램 등이 사실상 각 노조원들을 대상으로 폐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서울시 근로자 전체에게 복지관 시설과 다양한 프로그램이 개방될 수 있도록 설득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 사무실이 세워질 부지./
민노총 사무실이 세워질 부지./서울시가 낸 공사설계 용역 내용 중 일부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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