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내 동맹의 해군력 동원에 대한 요구 수준 높아질 것”
약 2개월만에 ‘공정한 분담’, ‘기대’->‘압박’으로 변화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왼쪽)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왼쪽)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동맹에 공정한 방위비 분담을 '압박'할 것을 예고했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지난달 28일 이례적으로 공정한 방위비 분담을 ‘압박(press)’할 것이라는 표현을 썼다.

에스퍼 장관은 이날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인도태평양에서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지속적인 지도력을 발휘할 것이며 동맹과 긴밀한 공조를 통해 역내 안보 활동을 계속 확대해 나가는 동시에 ‘공정한 방위 분담’을 압박할 것(We would continue to expand our defense activities through out the region in close cooperation with our allies and partners whiled pressing for equitable burden sharing from them as well)”이라고 밝혔다.

앞서 미 국방부는 지난 6월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에서 “공동 위협에 대응한 동맹들의 공정한 부담을 기대한다(The United States expects our allies and partners to shoulder a faird share of the burden of responsibility to protect against common threats)”고 밝혔다. 약 2개월 만에 ‘기대(expect)’에서 ‘압박(press)’으로 수위가 높아진 것이다.

이와 관련해 빈센트 브룩스 전 한미연합사령관은 2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미국의 요구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 외에 역내 동맹의 인도태평양 전략 역할 확대라는 더 큰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역내 안보와 번영을 위해 북한의 선박 간 환적 단속 활동을 확대하는 등 동맹국의 실제 병력 동원 부담을 포함하는 의미이며, 이에 어떻게 기여할지는 동맹국 스스로 판단할 몫이라는 것이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전통적으로 한반도 내 대북 억지력에 초점을 맞췄던 한미동맹 전략의 전환이 요구되는 사안”이라며 “북한의 위협과 중국 문제를 분리할 수 있는 정치적 결정을 내릴 수 있는지 예단하기 어렵지만 결국 한국 정부 스스로가 결정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방위비 분담금 문제에 대해서는 “미군의 한국 주둔은 한국 방어를 위해 전술뿐 아니라 전략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가치가 있으며 미국은 일정 비용을 분담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무엇이 공정한 분담금인지는 양국 정부가 결정할 사안”이라면서도 “지난 3월 한미 당국이 방위비 분담금 협정 유효기간을 3~5년 단위에서 1년 단위로 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미 국방정보국 출신 브루스 벡텔 앤젤로 주립대 교수는 VOA에 “공정한 방위비 분담은 한국뿐 아니라 모든 역내 동맹에 요구되는 사안”이라며 “특히 비용과 직결되는 역내 동맹의 해군력 동원 요구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앤젤로 교수는 “해군은 한 국가가 보유하는데 가장 돈이 많이 드는 군대”라며 “한국은 아시아에서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한 조선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 중의 하나이며 중국의 해양패권에 대한 도전에 맞서 미국 홀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하는 공정한 분담의 정의가 모호하다”며 “안보를 경제정책의 일환으로 다루는 접근방식은 향후 동맹의 불신과 역내 방위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베넷 연구원은 “미국의 부채를 동맹에 대한 분담금 인상으로 만회하려는 전략은 자칫 향후 동맹의 전력 현대화와 관련한 예산 삭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는 미국산 첨단무기에 대한 구매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동맹의 역내 방위력의 전반적인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오해를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미국은 방위비 분담의 공정함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점을 동맹에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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