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환법 반대 시위 13주째로 86일째, 지난 ‘우산혁명’ 넘어선 최장, 최대 규모 시위
명목은 ‘송환법 반대’지만 그 내막에는 ‘홍콩의 중국화’ 막으려는 의지 강해
비폭력 평화, 과격 시위, 총파업, 국제공항·도심지 점거, 동맹휴학 등 모든 수단 동원
중국, 향후 개입 의사 드러내며 시위 참가한 홍콩 시민들 중국 법으로 처벌할 것이라 경고

 지난달 18일 오후(현지시간) 홍콩 완차이역 인근에서 송환법에 반대하고 경찰의 강경 진압을 규탄하는 대규모 도심 집회에 참가한 홍콩 시민들이 정부청사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연합뉴스

‘하나의 중국’에 맞서는 홍콩의 민주화 시위가 사회 각계로 확산되고 있다. 홍콩 역사상 최장, 최대 규모의 이번 시위는 9월 들어 대학가의 동맹휴학, 21개 업종 총파업에 돌입하며 홍콩 정부와 중국에 강경 대치를 예고했다. 반면 중국은 홍콩 시위를 폭동으로 간주, 향후 무력 개입을 시사하며 이번 사태가 정치적 파국으로 번질 가능성을 제시했다.

2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明報) 등 홍콩 유력 언론에 따르면, 이날부터 3일까지 의료, 항공, 건축, 금융, 사회복지 등 홍콩 21개 업종 종사자들이 총파업에 돌입했다. 지하철과 항공, 의료 등의 행정 대란을 의도한 이번 파업은 지난달 5일에 이어 두 번째다. 또한 시위대는 매주 금요일과 일요일 생필품을 제외한 상품을 구매하지 말자는 불매 운동도 개시했다. 이들은 “경제에 타격을 주는 방식으로 정부에 압력을 가하기 위한 운동”이라며 상인들까지 시위 주체로서 참여하는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신학기 개학을 맞은 홍콩의 중고등 200교에 속한 1만여 명의 학생들과 주요 10개 대학 학생회도 동맹휴학을 맺고 이날 홍콩 전역에서 운동을 시작했다. 학생들은 캐리 람 행정장관에게 13일 오후 8시 전까지 시위대가 요구해 온 5대 사항을 수용하지 않을 시 수업거부 연장과 새로운 투쟁 방식을 도입하겠다고 경고했다.

또한 시위대 중 일부는 홍콩철로유한공사(MTR) 소속 지하철과 열차 운행 봉쇄를 시도하기도 했다. 이에 홍콩 주요 도심지 일대가 마비되며 출근길은 극심한 혼란과 체증에 빠졌다.

지난 6월 9일부터 시작돼 이날로 86일째를 맞는 이번 시위는 5가지 요구 사항을 한결같이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홍콩 정부와 중국 중앙정부가 이를 수용할 수 있을지의 가능성 여부를 따져야 하는 성격이 아니며 반드시 관철돼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홍콩 시위대와 야당은 △송환법 완전 철회 △폭동시위 규정 철회 △체포 시위대 석방 △경찰폭력진압 독립조사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을 요구하고 있다.

경찰 - 시위대 충돌한 홍콩 거리./연합뉴스
경찰 - 시위대 충돌한 홍콩 거리./연합뉴스
경찰 - 시위대 충돌한 홍콩 거리./연합뉴스
지난달 31일 홍콩 완차이 지역에서 시위대가 던진 화염병으로 큰 화재가 발생했다./AFP

지난달 31일에는 시가전을 방불케 하는 폭력적인 장면도 연출됐다. 시위대가 도심 주요 도로와 철로를 마비시키기 위해 주요 도심지를 점거, 이 중 검은 옷과 마스크를 쓴 일부 시위대가 홍콩 국제공항에 모여들었다. 이들을 해산하려는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하면서 공항 외부 유리창이 파손됐다. 또 공항 인근 퉁청역으로 이동하던 시위대는 한 수영장에 걸린 중국의 오성홍기를 내려 불태우기도 했다.

퉁청역에서도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은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역 개찰구가 부서지고, 소화전이 터지면서 역사 안이 물바다가 됐다. 인근 쇼핑몰에서는 화재가 발생하기까지 했다.

오후 5시30분쯤부터 양측 간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홍콩정부 청사 인근에서 양측이 대치한 가운데 경찰이 쏜 최루탄에 뿌연 연기가 곳곳에서 솟아오르고, 시위대는 장소를 피해가며 화염병을 던지며 응사했다. 시위대는 오후 7시쯤 경찰청 본부가 있는 완차이역 오조 호텔에서 대형 바리케이트를 치며 방어선을 구축, 경찰 진압부대가 모습을 드러내자 바리케이트에 불을 지르고 후퇴했다.

빅토리아공원 인근에서는 홍콩 경찰이 경고용으로 두 발의 실탄을 사격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실탄 사격은 지난 주말에 이어 두 번째로 홍콩 매체는 “전례 없는 폭력과 혼돈의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연합뉴스

이번 홍콩의 시위는 ‘송환법 완전 철회’를 요구하는 데서 시작됐다. 그러나 그 내막에는 ‘홍콩의 중국화’를 막고 홍콩의 민주주의와 자유를 지키려는 반중국 민주화 운동으로 볼 수 있다. 당장 중국에 송환될 수 있다는 불안과 홍콩의 민주주의와 인권이 침해받을 수 있다는 우려, 그리고 중국의 압력에 홍콩이 위축될 수 있다는 홍콩 시민의 압박감을 시사한다. 이날 86일째를 맞이해 지난 2014년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 투쟁인 ‘우산 혁명’의 79일을 넘어서 매번 100만명 이상을 동원하는 이 시위만큼 이들이 중국을 얼마나 경계하는지 이보다 더 잘 드러내는 수치는 없을 것이다.

반면 중국의 언론 매체들은 이날 중국 경찰이 홍콩 시위 진압에 투입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대만의 일간 자유시보는 싱가포르 연합조보의 보도를 이용해, 중국의 의회인 전국민인민대표회의에서 중국의 법률을 홍콩에 적용하면 시위 중인 홍콩인들을 중국 본토로 송환, 구속 처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의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이날 홍콩 시위가 중국의 통치권에 대한 도전이라면서 “인내에 한계가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폭도들의 최종 목적은 홍콩 사회를 마비시키고, 홍콩특별행정구 정부를 전복하며, 홍콩에 대한 중앙의 전면적인 통치권에 도전하는 것"이라며 “이는 문명과 야만, 정의와 사악의 대결로서 폭도들에게 인정사정없이 법률을 무기로 엄정하게 법을 집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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