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동생, 부친이 이사장인 웅동학원에 52억 소송 건 날, 웅동학원은 조국 동생 법인 사무국장 선임 준비
10일 뒤 웅동학원 조국 동생 법인 선임...같은 날 조국 동생의 처제인 조모씨 행정실장 임명
조국 일가가 웅동학원 모든 돈 관리하고, 소송의 원고·피고까지 담당하는 ‘셀프 소송’ 의혹 제기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연합뉴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동생 부부가 52억원대의 밀린 공사비를 달라며 웅동학원에 소송을 제기한 날, 학원 이사장인 조 후보자의 아버지가 이사들에게 조 후보자 동생을 법인 사무국장으로 추천하는 이사회 개최를 연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웅동학원은 법원과 부동산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법인 사무국장에 조 후보자 동생을 앉히면서 웅동학원은 52억원대의 소송에서 변론하지 않고 패소했다. 조 후보자 동생이 소송을 걸고 그 소송을 맡을 책임자가 됐기 때문이다.

윤한홍 자유한국당 의원이 경남교육청으로부터 입수한 웅동학원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웅동학원은 조 후보자의 동생 부부가 웅동학원을 상대로 52억원대 소송을 건 2006년 10월 31일 이사들에게 회의를 통보했다. 그리고 조 후보자 동생은 10일 뒤 오후 3시 열린 이사회를 통해 웅동학원의 법원 및 부동산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법인사무국장으로 선임됐다.

2006년 11월 10일 웅동학원 이사회 회의록 중 일부./윤한홍 자유한국당 의원실
2006년 11월 10일 웅동학원 이사회 회의록 중 일부./윤한홍 자유한국당 의원실

회의록을 보면 조 후보자 부친 조모 이사장은 “두 번째 안건은 이사장을 대신하여 법원 및 부동산 관련 업무를 주로 담당할 신임 법인사무국장 선임 건을 상정하였습니다. 법인 사무국장에는 본인의 둘째 아들인 조0을 추천합니다. 여러분의 의견을 말씀해 주십시오”라고 말했다. 그러나 자기 아들이 웅동학원을 상대로 10일 전에 52억원대의 소송을 제기했다는 설명은 밝히지 않았고, 이사들의 찬성이 이어지며 조 후보자 동생이 일사천리로 웅동학원 법인 사무국장에 오른다.

같은 날 이사회에서는 조 후보자 동생의 처제인 조모씨를 학교 재단의 돈을 관리하는 신임 행정실장으로 선임하기도 했다. 공개된 회의록에 따르면, 당시 조 이사장은 “신임 행정실장으로 본인의 사돈관계인 조00씨를 추천하고자 합니다. 조00씨는 1970년생으로 경륜은 짧지만 성실한 자세로 이전 회사에서 10년간 재직했습니다”고 했다. 그러자 마찬가지로 다른 이사들의 찬성, 재청과 삼청이 이어지면서 단번에 통과됐다.

사실상 공사대금 채권 청구 소송을 건 조 후보자 동생 부부가 소송을 당한 피고 측 책임자까지 된 셈이다. 이후 2007년 2월 웅동학원은 조 후보자 동생 부부로부터 제기된 52억원대 소송에서 아무 변론도 하지 않고 패소해 조 후보자 동생 부부에게 거액을 넘겨줘야 하는 의무를 지게 됐다. 조 후보자 일가가 재단의 모든 돈을 관리하고, 소송의 원고·피고를 모두 담당하는 등 ‘셀프 소송’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다만 1999년부터 2009년까지 웅동학원 이사로 있던 조 후보자는 이날 이사회에는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윤한홍 의원은 “조 후보자가 당시 웅동학원 이사였는데 과연 동생이 소송을 제기하고 그 소송의 웅동학원 측 담당자로 지정된 이런 일을 몰랐는지 의문이다”며 “사실상 이때부터 학교 재산을 빼돌리기 위해 조 후보자 온 가족이 동원된 것이 아닌지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단 관계자는 “조 후보자는 ‘동생이 받을 돈이 있어 재단에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안다는 정도만 알 뿐 그 외에는 잘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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